2019년 5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조기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반도체 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4G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초기에는 모뎀과 무선주파수(RF) 등 관련 칩 시장을 사실상 퀄컴이 장악했다. 그러나 5G로 접어들면서 많은 회사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이 강력한 경쟁 상대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대만 미디어텍과 중국 하이실리콘, 스프레드트럼, 세인칩스도 5G 칩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 5G를 휩쓰는 퀄컴


이처럼 5G 초기 시장은 예상대로 퀄컴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주요 단말 제조사와 통신사가 퀄컴 모뎀칩 솔루션을 채택키로 했고, 통신사들도 망 연동 테스트를 진행키로 했다.

퀄컴은 올해 초 스마트폰, PC, 각종 단말기 제조사 20여곳에 5G 모뎀칩 스냅드래곤 X50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통신사 18곳과 망 연동 테스트도 실시한다.

퀄컴 칩을 쓰기로 한 회사는 에이수스, 후지쯔, 후지쯔커넥티드테크놀로지, HMD글로벌, HTC, 인시고노바텔와이어리스, LG전자, 넷컴 와이어리스, 넷기어, 오포, 샤프, 시에라 와이어리스, 소니 모바일, 텔릿, 비보, 윙테크, WNC, 샤오미, ZTE 등이다. 이들은 퀄컴 5G 모뎀칩 X50을 탑재한 스마트폰, 노트북PC,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각국 이동통신사도 퀄컴 5G 모뎀칩을 탑재한 시제품으로 망 연동 테스트를 실시한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를 포함해 AT&T, 브리티시텔레콤, 차이나텔레콤,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도이치텔레콤, KDDI, NTT도코모, 오렌지, 싱텔, 스프린트, 텔스트라, TIM, 버라이즌 및 보다폰 그룹 등이 명단에 올랐다.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수석부사장은 “그간 축적한 기술 전문성과 리더십을 활용해 5G의 성공적 도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은 “퀄컴은 3G, 4G LTE 시장에서 기술 선도력을 이미 증명했고 5G 분야에서도 가장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은 경쟁사가 다수 생겼음에도 3G와 4G LTE의 성공을 발판 삼아 5G 시대에도 여전히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 솔루션 개발 속도 가장 빨라


맷 그로브 퀄컴 기술담당 총괄부사장은 “통신 모뎀 등 5G와 관련한 주요 칩셋을 가장 빠르게 내놓고 있는 회사는 바로 퀄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퀄컴은 경쟁사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빠르게 5G 모뎀칩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미 퀄컴은 2016년 10월 세계 최초로 상용 5G 모뎀칩 X50과 RF 솔루션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5G 데이터 송•수신 데모를 성공시켰다. 스마트폰 고객사를 위한 레퍼런스 디자인도 이 때 공개했다.

이처럼 빠르게 칩 솔루션을 내놓으면 세계 각국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업체는 초기 서비스를 위한 망 연동 테스트를 퀄컴 칩 기반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초기 시장을 장악하면 이 구도는 깨지기가 쉽지 않다.

시장에서 검증받은 4G LTE 통신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경쟁 우위를 자신하는 요소다. 당장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더라도 모든 지역을 커버하긴 힘들다. 완전한 5G 시대가 오기까진 LTE와 5G가 상당 기간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LTE 모뎀칩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다. 따라서 망 연동 테스트나 표준화 제안 활동에서도 다른 회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퀄컴의 설명이다.


■ 복잡한 주파수 조합 모두 지원


5G의 핵심은 28㎓ 이상 고주파 대역(100㎒) 8개를 주파수집성(CA) 기술로 묶어 최대 800㎒ 대역폭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정도 대역폭을 확보하면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LTE 통신 서비스보다 10배 이상 빠른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고주파 대역은 전파 파장이 짧아 도달 거리가 길지 않고 장애물 영향을 받기 쉽다. 이 때문에 통신 업계는 6㎓ 이하 저주파 대역도 5G 통신 서비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자동차, 산업제어, 항공관제, 의료서비스 등 신뢰성을 요하는 서비스에 6㎓ 이하 저주파 대역을 활용한다.

이 경우 복잡성은 크게 증가한다. 퀄컴에 따르면 5G 시대에는 주파수 집성(CA) 기술로 묶는 조합이 1만개에 이른다. 5G용 주파수는 물론 LTE와 일부 2G, 3G 주파수와도 조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기 LTE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사용되는 주파수 조합 숫자는 16개였다. 지금은 그 숫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50개 미만 밖에 안 된다. 퀄컴은 이처럼 다양한 주파수 조합을 모두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모뎀칩과 쌍으로 붙는 RF칩, RF칩 앞단에서 신호를 주고받고 증폭하는 '프런트엔드' 분야 기술이 없다면 실현 불가능한 작업이다. 업계에선 다양한 조합으로 끊임없이 바뀌는 주파수 환경 내에서 '끊김없는' 통신을 지원하는 것은 달성하기 어려운 도전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피터 카슨 퀄컴 모뎀 담당 전무는 “퀄컴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멀티모드(3G, 2G 동시 지원) LTE 모뎀 통합 시스템온칩(SoC)을 선보이고 지금까지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5G에서도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면적•저전력 경쟁력 높아


인텔이 5G 모뎀칩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지만, 퀄컴은 해당 제품의 기판 차지 면적과 저전력 특성에서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의 LTE 모뎀칩을 쓰는 회사는 애플 밖에 없다. 애플 제품을 분해해보면 모뎀칩 솔루션의 차지 면적이 퀄컴 제품 대비 매우 넓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5G에서도 이처럼 넓은 면적이 유지된다면 스마트폰 고객사로부터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효율성은 퀄컴이 자신을 갖고 있는 분야다. 퀄컴은 28㎓ 이상 고주파 대역에서 전력 사용량을 10밀리와트(㎽)까지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통신 모드(3G, 4G)에 따라 적절한 전력을 제공하는 엔벨롭 트래킹(envelope tracking)과 안테나 튜너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 스냅드래곤 X50은...


퀄컴 스냅드래곤 X50은 세계 최초 상용 5G 모뎀칩이다.

이 제품은 5G 뉴라디오(NR) 국제 통신표준을 준수한다. 28㎓ 이상 고주파 대역은 물론 6㎓ 이하 저주파 대역을 모두 지원한다. 5G NR의 두 규격인 NSA(Non-Standalone)와 SA(Standalone) 역시 모두 지원된다. NSA는 5G 인프라가 완벽하게 설치되기 전까지 과도 시기를 담당할 기술이다. 5G는 물론 3G, LTE 통신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NSA 기술의 골자다. 이후 모든 통신 인프라가 5G로 전환되면 SA 기술이 주류로 올라서게 된다.

퀄컴 스냅드래곤 X50은 5G 뿐 아니라 2G, 3G, 4G LTE를 모두 지원하는 멀티모드 기능을 갖췄다. 이 칩 하나만 있으면 다른 추가 모뎀칩을 탑재할 필요가 없다.

퀄컴은 이 칩을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데이터 전송 데모도 성공시켰다. 28㎓ 이상 고주파 대역에서 Gbps급 속도를 구현했다.

스냅드래곤 X50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7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7나노 EUV 공정은 기존 10나노 대비 칩 면적을 40% 축소할 수 있고 성능 10% 향상, 동일 성능에서 35% 높아진 전력 효율을 제공한다.

RK 춘두루 퀄컴 구매 총괄 수석부사장은 “삼성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퀄컴 5G 솔루션은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드래곤 X50 모뎀칩은 2019년 상반기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내년 중후반기께 출시될 신형 스마트폰이 이 칩이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퀄컴 5G 모뎀칩 기술은 추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내장돼 원칩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