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AI경쟁 점화

글로벌은행들에 이어 국내시중은행들이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이용자가 메신저로 말하면 AI가 알아듣고 거래를 처리해주는 온라인•모바일 금융 플랫폼과, AI가 시장상황에 맞게 투자 조언을 해주거나 직간접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로봇어드바이저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 전문가(advisor)를 합성한 단어다.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인공지능(AI)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서비스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용할 자산은 2022년에 1조35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로보어드바이저는 ‘돌풍’이 아닌 ‘태풍’으로 성장하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달 5000달러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 기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웰스파고, 메릴린치 등도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운용자산 규모는 올해 3739억 달러에서 2022년 1조3532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로보어드바이저 이용 고객도 2022년 1억2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중국 시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814억 달러 수준인 로보어드바이저 운용자산 규모가 2022년에 6651억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미국(5764억 달러)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각각 딥러닝(로봇이 스스로 심층학습) 기반 AI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케이봇 쌤(KBotSAM)’과 메신저 대화형 금융거래 플랫폼 ‘하이(HAI) 뱅킹’ 서비스를 얼마전부터 시작했다.


케이봇  쌤은 경제 상황과 고객 성향, 투자 규모 등을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한 뒤 맞춤형 투자 전략을 제시해준다.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고객에게 기대수익과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알려준다.

 신한•우리•KEB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잇따라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한 데 이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전국 영업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다음달 모바일 서비스도 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과 달리 KB자산운용의 자체 개발 AI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며 “지난해 11월 금융당국 테스트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는 등 충분히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AI 챗봇을 활용한 하이뱅킹을 하나멤버스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였다. 하나멤버스 메신저인 ‘하나톡’에서 하이뱅킹을 친구로 추가한 뒤 자주 쓰는 이체계좌 등을 사전에 등록하면 간단한 대화로 자금이체•조회 등을 할 수 있고 환율 조회, 지방세 납부도 가능하다. 정해진 명령어만 알아듣는 기존 ‘텍스트 뱅킹’과 달리 이용자가 자유롭게 말하면 AI가 알아듣고 되물어본 뒤 명령을 수행한다. 앞서 국민은행이 ‘리브 톡톡’을 통해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고, 우리은행도 ‘위비톡’에 이 기능을 추가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음성 대화로 금융거래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하는 등 대화형 뱅킹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처럼 로봇이 자산을 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대가 펼쳐졌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2015년 말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자산 관리 대중화’를 목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er)를 합성한 말로, 인공지능(AI) 시스템이 자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고객의 투자성향•목표•현재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 최적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간 개입을 최소화한 대표적인 ‘핀테크’(금융•기술 융복합 서비스)인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도입하려면 금융위원회 테스트베드를 통과해야 한다. 우리은행•신한은행•KEB하나은행이 지난해 차례로 테스트베드를 통과해 본격 서비스 운영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테스트베드 규정이 나오기 전인 2016년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신한은행 고객 누구나 ‘엠폴리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신한 쏠(SOL) 또는 엠폴리오 앱에 접속해 투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 답하고 월 적립 금액만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와 신한은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종합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 ‘우리 로보-알파’를 서비스 중이다. 글로벌 시황과 금리 등을 분석해 고객 위험 성향에 적합한 펀드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이 로보’를 출시했고, KB국민은행은 이달 본격적으로 ‘케이봇 쌤(KBotSAM)’을 내놓고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테스트베드에서 검증된 알고리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하이로보’가 추천한 상품을 PB가 또 한번 골라 재추천하는 복합 모델이라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자산관리라고 해서 거액을 거머쥔 VIP만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 로보어드바이저 모두 최저 10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 가입자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금융자산 1,000만원대라는 게 은행 관계자 측 설명이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적용된 금융상품은 여러 장점이 있다. 금융회사 직원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맞춤형 자산 배분 전략을 짤 수 있는 편의성은 물론, 수수료도 기존 금융상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자산관리 역량의 핵심은 투자 수익률에서 판가름 난다. 금융위가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용심사에서 수익률을 참고 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각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가 얼마만큼 수익을 내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6개월 수익률을 놓고 봤을 때 안정형 포트폴리오에서는 ‘우리 로보-알파’가, 위험중립형•적극투자형에서는 ‘하이 로보’가 선방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확산을 위해 은행별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도 보완해야 할 지점은 많다. 여전히 자산운용사보다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이 더해지고 분석이 한층 정교해져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IBK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자산관리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것일 뿐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란 기대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일각의 지적과는 별개로 은행들은 펀드 외에 개인연금저축, 퇴직연금으로까지 로보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퇴직연금 상품 설계•가입이 되는 곳은 신한은행•NH농협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모바일로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설계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엠폴리오’를 제공 중이다. NH농협은행 고객들은 은행 창구에서만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은행 창구에서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인 ‘NH로보-프로’를 통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으면, 고객이 직접 결정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하반기까지 외부 펀드 평가사와 협업 등을 통해 프로세스 개선, 시스템 고도화를 이뤄 모바일까지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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