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채이배 국회의원,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악을 강력히 반대한다

저는 공정한 경제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리고 정치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신념과 타협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제가 결론내린 “정치는 신념을 지키면서도 타협하는 것이다”입니다.

저는 경제개혁 시민운동을 하는 동안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되고는 금융 혁신, 신산업육성이라는 시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지켜야 할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과 타협하여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2017년 제가 정부에 제시한 타협안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기존 4%에서 50%까지 무작정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34%까지만 확대해 경영권은 경영권대로 확보·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대주주가 바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재벌만큼은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입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고, 반대여론을 설득할 수도 있으며, 저 역시 신념을 지키는 현실적인 타협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무위를 사임하고 법사위에 보임하자 정무위에서는 은산분리 기준 지분율을 34%로 완화하는 동시에 재벌까지 은행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금융혁신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것을 수용하더라도, 재벌이 은행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원칙이 무너진 법 개정이었습니다.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민생법안이라고 이름 붙여 통과하기로 합의하였고, 법사위에서는 원내대표 간의 합의를 이유로, 그간의 법사위 관행을 깨고 제 반대의견을 소수의견으로 치부하고, 표결도 거부한 채 법안 처리를 강행했습니다. 이렇게 재벌기업인 KT가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 KT가 공정거래법상 중대한 위반행위인 담합을 저질러서 K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범, 특경가법을 위반한 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도둑질 하고, 사기 치고,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해치고, 세금을 안 내려고 국가를 속이는 자들에게는 국민의 돈을 맡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은행은 국민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 은행의 신뢰는 대주주의 도덕성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원칙입니다.

KT가 K뱅크의 대주주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이번에는 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심사할 때,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범, 특경가법 위반여부는 따지지 말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는 IT기업들인데, IT기업들은 독과점, 담합, 조세포탈, 횡령배임, 사기 등의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으니 이런 불법을 저질러도 봐주자는 것입니다. 아무리 정치가 현실에 기반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법 개정에 동의하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와 같은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정무위에서 논의된 결과 3개 법 모두 삭제하는 것은 어렵고, 공정거래법만 삭제하자는 것으로 수정되었습니다. 즉,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KT만을 위한 법 개정이라는 내심이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특정 기업을 위해 법을 바꿔가면서까지 국민의 돈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합의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합의하였다고는 하지만, 이는 원칙에서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것입니다. 애초부터 서로 내용도 목적도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법안들을 연계해 처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지만, 양보와 타협이라는 관점에서 백번 양보해서 두 법의 연계 처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지금 법사위에 올라온 법처럼 개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KT 하나 봐주려고 모든 공정거래법 위반사범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법사위에 올라온 인터넷전문은행법의 문제점을 충분히 제기하면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타협안으로 과거의 공정거래법 위반까지는 더 이상 따지지 말자, 하지만, 법이 개정된 이후에 또다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대주주가 될 수 없도록 하자는 수정안을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정무위 간사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정치는 현실에 발 딛고 있는 것이기에, 금융소비자보호법 통과를 위해 두 당이 모두 만족할 수 있으면서, 원칙을 지킬 수 있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두 당은 이마저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원칙이 완전히 무너진 개정안에 그냥 동의하라고만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엔 이대로 통과시키고, 다음에 개정안을 내서 고치라고 합니다. 정상적인 국회라면, 법안이 통과시키기 전에 보다 합리적인 안이 있다면 논의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좋은 법안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대한민국 국회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습니까?

저는 도저히 지금의 개정안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저는 법사위 전체회의에 들어가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에 반대하겠습니다. 정치가 설득과 타협이라고 하지만, 설득과 타협의 자세를 갖지 않은 상대방과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오늘도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 제정안을 만들 때처럼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담합하여 저를 밟고 간다면, 저는 또 다시 밟힐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과 국민들께서는 꼭 알아주십시오. 저는 금융 혁신 기업과 신산업 성장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은행에 맡겨진 국민의 돈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지켜온 은산분리 원칙과 대주주 도덕성과 신뢰 확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타협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론인 분들에게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이 마치 혁신기업과 신산업을 막고,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것처럼 호도하지 말아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제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반대하고 있다는 왜곡된 기사를 쓰지 말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일시 : 2020년 3월 4일(수) 오전 9시 40분
‧ 장소 :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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