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풍부한 실탄을 무기로 새로운 블록체인 사업 기회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가상화폐 거래량이 3분의 1가량 줄어 수수료 이익이 급감한 것도 이들의 새로운 활로 찾기를 재촉하고 있다.


우선 빗썸은 암호화페 결제망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사업 키오스크 터치비는 카드, 현금,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컴퓨터화된 자동화 기기(키오스크)로 식음료업체, 병원, 호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가능하다.

빗썸은 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과 협업하며 가상화폐 결제 플랫폼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위메프(1월), 여기어때•인터파크비즈마켓•KG이니시스(이상 3월), 윈큐브마케팅(4월) 등과 제휴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 하반기에는 소셜미디어에서 상품 구매가 가능한 결제 시스템인 'SNS페이'도 출시할 예정이다.


반면 업비트는 블록체인 생태계 투자가 올해 주요 돌파 전략이다. 단기적인 이익 확보는 어려울 수 있어도 궁극적으로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선점한다는 게 목표다. 업비트는 지난달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에 향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순익 전체와 맞먹는 크기다.

코인원은 올해 거래소 중 최초로 해외송금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코인원트랜스퍼'라는 법인을 별도로 설립해 해외송금 서비스 '크로스' 플랫폼을 이달 중 정식 서비스할 계획이다. 1차 대상국은 중국 일본 등 5개국으로 이들 국가에 송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수수료는 1% 수준으로 알려졌다.


코인원은 가상화폐 투자 편의성 향상에도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 올해 거래소 점유율을 빅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페이스ID와 터치ID 등 생체인식 기능을 지원하는 애플용 거래소 앱을 선보였다. 증권사 거래소 수준의 앱 디자인으로 △가격 알림 △변동 알림 △시간별 알림 설정 기능을 포함해 편리성을 더했다.

거래소들이 이같이 새로운 시도에 나서는 것은 거래소 수수료 기반으로는 올해 작년과 같은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급증하기 시작해 12월 내내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1월 8일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난 4월 5일 하루 동안에만 130억8950만달러(약 13조8709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점일 때 하루 거래량인 443억2850만달러(약 46조9749억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334억원, 당기순이익은 4272억원이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매출 2114억원, 당기순이익 1093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양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지난해 낸 순이익은 대형 포털사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액이 4조6785억원에 달했으나 당기순이익은 7701억원이었다. 빗썸이 네이버 당기순이익의 55.5%를 기록한 셈이다.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3위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의 지난해 연매출도 781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티씨코리아 측은 매출보다 많은 당기순이익에 대해 "가상화폐 거래소 수수료의 평가 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거래 수수료로 현금 또는 가상화폐를 받는다. 매출은 거래 당시 가상화폐 시세가 반영되지만 당기순이익은 수수료로 받아 쌓아둔 가상화폐의 평가이익까지 계산한다. 작년 실적 집계가 마감된 12월 31일은 가상화폐 가격이 최고조로 올랐던 시점이었다. 이에 빗썸이 보유하고 있던 가상화폐 평가이익이 폭등해 4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으로 연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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