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인식 스타트업 '센스타임' 기업가치 4조8000억원으로 1위


중국의 얼굴 인식 기술 개발업체 센스타임(SenseTime·商湯)이 세계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 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이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센스타임은 AI 스타트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6억달러(약 6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가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4억1000만달러(약 4400억원)를 유치했는데 이번에 자신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중국은 이로써 이투(Yitu·기업 가치 25억달러), 메그비(Megvii·10억달러)와 더불어 인공지능 분야 세계 1~3위 스타트업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매년 인공지능 분야 R&D(연구개발)에 연 350억위안(약 6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 센스타임과 같은 세계적 스타트업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얼굴 인식 기술

2014년 설립한 센스타임은 CCTV 영상 속 보행자의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중국 내 40여개 공공기관에서 범죄 용의자를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 수십m 이상 떨어진 사람의 신원까지 정확하게 가려낼 만큼 얼굴 인식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퀄컴(미국)·화웨이(중국) 등 세계 400여 기업과 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센스타임은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와 자율주행차량도 개발하고 있다. 직원 1200명 중 연구개발 인력만 800여명이다.


센스타임의 이번 기업 가치 평가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의 딥마인드가 지난 2014년 구글에 팔릴 당시 인수 금액인 5억6500만달러(약 6000억원)를 크게 앞선다. 인공지능 개발 초창기인 당시와 현재의 기업 가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힘들지만 중국의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알파고는 이세돌·커제 등 바둑 기사와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반면 센스타임의 얼굴 인식 기술은 보안뿐 아니라 결제 서비스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 인공지능 스타트업 1~3위 휩쓴 중국

기업 가치 세계 2위로 평가받는 이투는 얼굴 인식 기술을 적용한 보안 시스템을 유럽과 아프리카에 수출하고 있다. 공항·대형 쇼핑몰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특정 인물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셋째로 기업 가치가 높은 메그비도 얼굴 인식 기술 분야의 강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2015년 이 기술을 스마트폰 결제에 도입했고 중국 최대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도 이 기술로 운전자 신분을 확인한다.

중국에서 유독 인공지능 스타트업 성장이 두드러진 배경에는 자국 거대 IT 기업들의 투자와 세계 최대의 빅데이터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약어)로 불리는 중국 대표 테크(기술) 기업들은 자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번 센스타임 투자 유치도 알리바바와 중국 유통 그룹 쑤닝이 주도했다. 지난해 세계 인공지능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총 152억달러(약 16조원)로 이 중 48%의 투자금이 중국 스타트업에 몰렸다. 미국 비중은 38%였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7억명이 넘는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기능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은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을 대기업들이 사들여 얼굴 인식 결제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며 "한국은 인공지능 개발 인력은 충분하지만 기술을 시장에서 어떤 상품으로 연결할지에 대한 기획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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