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상영 중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공상 과학)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주인공이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공간인 '오아시스'에서 모험을 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고 가상세계에 접속해 싸움을 벌인다. KT와 GS리테일이 지난달 서울 신촌에 문을 연 VR 게임 체험장 브라이트(VRIGHT)에선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 HMD를 착용하면 가상으로 꾸며진 우주와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스릴 있는 총싸움이나 짜릿한 질주를 체험할 수 있다.

국내 통신업체들이 최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활용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360도 화면을 보여주는 VR 콘텐츠와 실제 화면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AR은 일반 동영상보다 파일 용량이 크고 전송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이 때문에 VR•AR은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이상 빠른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핵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 현실 같은 생생한 게임 즐기는 VR방


지난 5일 서울 신촌에 있는 660㎡(약 200평) 규모의 VR 게임장 브라이트. VR 총싸움 게임 '스페셜포스 VR'을 하기 위해 모형 총을 들고 조끼와 팔찌를 착용하고 HMD를 머리에 쓰자, 도시 시가지가 펼쳐지며 괴물들이 나타났다. 팔찌에 있는 위치 센서를 통해 이용자의 실제 움직임을 가상현실 공간에서 그대로 구현했다. 15분 동안 진행되는 게임에서 괴물의 공격에 당하면 조끼가 진동했고, 총을 쏠 때마다 반동이 느껴졌다. KT가 운영하는 이곳에선 50여개 VR 게임을 즐길 수 있다. KT 관계자는 "흔들림 방지 기술을 적용해 VR 게임에서 느끼는 어지럼증을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KT는 연내 전국에 VR 게임장 4개를 추가로 열고, 2020년 200여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AR 기술을 적용한 영상 통화 서비스 '콜라'를 선보였다. 영상 통화로 나오는 상대방 모습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연인과 통화할 때 인형 테마를 적용하면 상대방 얼굴에 곰 인형 모습이 합성된다. 화질도 기존 영상 통화보다 해상도가 4배 높은 HD급(1280×720)으로 좋아졌다. SK텔레콤은 또한 지난 2월 VR 시범 서비스 '옥수수 소셜VR'을 공개했다. HMD를 쓰고 가상공간에서 다른 이용자와 함께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거나 대화할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 통신망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에서 친구를 만나 음악을 듣고, K팝 스타 공연과 팬 미팅에 참여하는 각종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U+비디오포털VR 앱(응용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이 앱에서는 구글의 VR 플랫폼인 구글 데이드림에 있는 콘텐츠와 함께 LG유플러스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포털에 있는 무료 VOD(주문형 비디오), 실시간 채널, 360도 VR 영상 등을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보다 월등하게 화질이 좋은 8K VR(초고화질 가상현실 영상)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감상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5G 상용화되는 내년부터 VR•AR 시장 급성장


통신업체들은 5G가 상용화하는 내년 상반기부터 VR•AR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LTE망에서도 VR과 AR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현재는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5G망이 구축되면 현재보다 실감 나는 진정한 AR•VR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VR산업협회는 2016년에 1조4000억원에 그쳤던 국내 VR 산업 규모가 2020년에는 5조7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통신업체들은 자신들이 수조원을 들여 5G 통신망을 구축하는 만큼, 이런 VR•AR 시장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LTE에서는 통신업체들이 기껏 통신망을 구축해놓고도 정작 그 위에서 꽃핀 스마트폰 앱 시장은 구글, 네이버 등 인터넷 기업에 모두 내줬다"면서 "5G에서는 망 구축과 함께 콘텐츠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시장을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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