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5세대 통신(5G) 상용화를 위해 사용되는 3.5㎓ 대역의 6월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이동통신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초 300㎒ 대역폭이 경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부가 공공주파수와의 간섭 논란으로 280㎒만 매물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정부 일방 결정에 업계 강한 불만


15일 이통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3.5㎓ 대역에서의 간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80㎒ 폭만 경매로 할당하거나 제외된 20㎒ 폭은 간섭 검증 후 문제가 없다면 재경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9일 공청회에서 초안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정확한 방안은 그때 가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300㎒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적다는 업계 불만이 있었는데, 그나마 20㎒가 줄면서 최소 100㎒씩 이통 3사가 균등하게 확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당초 SK텔레콤은 자체 5G 로드맵에 따라 100㎒ 폭 이상을 확보하려 했고,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00㎒씩 균등 분할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필요하다면 경매를 늦추더라도 주파수 간섭 우려 해소를 위한 검증을 하고 이를 통해 기존대로 최대 300㎒ 폭을 할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상용화를 위한 거점 내 인프라 구축은 3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주파수 경매를 1~2개월가량 늦춰도 내년 3월 5G 상용화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 주파수 공급량을 변경하려면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업계와 컨센서스를 이뤄야 하는데 일단 경매만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터뜨렸다.


█ 돈장사 꼼수?


20㎒를 나중에 추가로 경매하는 것도 주파수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당초 300㎒를 경매하려 했지만 이통 3사가 100㎒씩 나눠 가지려 들 경우 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하지 않아 정부 의도대로 낙찰 금액이 크게 올라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280㎒와 20㎒를 쪼개서 낙찰할 경우 업체 간 가격 베팅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할당대가 산정 산식을 감안해 업계가 추정하는 올해 주파수 대역의 최저 입찰 총액은 3조원 안팎이다. 이는 최저 입찰 가격일 뿐 이통 3사가 베팅 경쟁을 할 경우 낙찰액은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1년(1조6615억원), 2013년(2조4289억원), 2016년(2조1106억원) 등 지난 세 차례 주파수 경매에서 정부가 거둬들인 금액은 총 6조2010억원에 달한다. 통신사들이 정부에 납부하는 낙찰대금은 45대55의 비율로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각각 귀속된다.

과기정통부가 이번 5G 주파수 경매를 통해 지난 3번의 경매에서 거둬들인 금액과 맞먹는 최소 6조원의 낙찰대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지금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 300㎒에서 280㎒로, 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3.5㎓ 대역 경매 공급량을 280㎒ 폭으로 줄이는 건 3.4㎓와 하부에 인접한 공공 대역 간 간섭 때문이다.

주파수간 간섭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느 대역에서나 존재한다. 3.5㎓ 대역 간섭 이슈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와 '문제 없다'를 두고 전문기관, 전파 전문가, 이통사 의견이 분분했다.

주파수 공급량이 줄면 공급자인 정부나 수급자인 이통사 모두 좋을 게 없다. 그럼에도 당초 계획보다 20㎒폭을 줄인 건 만일의 사태의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주파수 할당 이후 특정 대역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5G 서비스 지연 등 후폭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간섭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 이통사가 간섭 방지책 마련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매 주파수 양이 줄면 다른 이통사와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이보다 간섭 이슈 해결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고 과기정통부도 이 같은 의견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 주파수 총량 최대 이슈로


280㎒ 폭은 이동통신 3사가 균등하게 가질 수 없다. 경매 이후 이통사별 3.5㎓ 대역 5G 주파수 확보량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통 3사 간 경쟁을 위해 특정 이통사 주파수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이통사가 확보할 수 있는 주파수 총량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5G 주파수 경매에서 '총량 제한'이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총 280㎒폭 중 특정 이통사가 확보한 최대치를 95~120㎒ 폭 등을 상한선으로 설정할 수 있다.

최대 95㎒ 폭으로 총량을 제한하면 2개 이통사는 95㎒폭씩, 1개 이통사는 90㎒ 폭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블록당 주파수 양도 5㎒ 폭으로 56개를 경매에 내놔야 한다.

최대 100㎒ 폭일 경우, 2개 이통사는 100㎒ 폭을 확보하고 나머지 이통사는 80㎒ 폭 확보가능하다. 한 이통사가 100㎒ 폭, 나머지 2개 이통사가 90㎒폭씩을 가져갈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총량 상한이 높고 블록당 크기가 클수록 이통사 간 확보 주파수 양에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총량 상한이 95~100㎒ 폭으로 낮고 블록당 크기가 작아질수록 이통사별 주파수 확보 양 차이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블록당 크기가 작아지면 정부가 총량 상한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은 높아진다.


█ 분주해진 업계


6월 예정된 5G 주파수 경매가 언제일지 불확실한 만큼 이통 3사는 경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많은 주파수 확보를 원했던 SK텔레콤이나 비차등 분배를 원했던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이통사별 주파수 총량 제한 여부, 그리고 총량 상한이 얼마일 지에 초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3사 간 주파수 양 차이를 최소화하는데 전략을 집중할 전망이다. 반면에 SK텔레콤은 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목표로 했던 주파수 양(100+α)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영국은 3.4㎓ 대역 5G 주파수 경매에서 '주파수 보유 총량제'를 적용했지만 경매 대역이 아니라 사업자당 전체 보유 주파수 총량을 제한했다. 결국 4개 사업자가 각각 50•40•40•20㎒ 폭을 나눠 가져갔다.

이처럼 직접적 총량 제한이 아니더라도 시장 자율에 의해 필요한 만큼 주파수가 분배될 것이라고 SK텔레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5G) 출발점인 만큼 최대한 균등하게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 총량 제한이 적용되고 제한 상한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통사는 각사 입장을 정리해 과기정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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