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업체 49%에서 7%로 추락...세계 4차산업혁명 리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10년 사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시장 절반을 차지했던 일본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시장이 정리되고,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면서 메모리반도체의 비중이 늘어난 점이 이 같은 시장 변화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메모리반도체 한 우물을 판 것이 현재 반도체 강국 위상을 만든 신의 한 수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최근 공개한 '최근 10년간 반도체 리더들의 시장 점유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파운드리 제외) 상위 5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43%로 10년 전인 2007년 33%와 비교해 10% 포인트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삼성전자가 인텔을 꺾고 작년에 처음으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도 5위에서 3위로 두 계단 뛰어올랐다고 앞서 밝혔다.

상위 50위권으로 범위를 늘리면, 이들의 작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88%로, 10년 전 76%와 비교해 12%포인트가 늘었다. 보고서는 "인수합병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위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2007년 2781억 달러(298조원)에서 작년 4447억 달러(476조원)로 배 가까이 늘었다. PC 중심이던 반도체 수요가 모바일, 기타 IT•가전제품으로 확산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국가별 지형도 역시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본사 기준으로 1990년 시장의 49%나 차지하던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은 작년 7%로 급락했다. 보고서는 "NEC, 히타치, 미쓰비시, 마쓰시타 같은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상위 명단에서 사라졌다"며 "현재 진행 중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마저 마무리되면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우리나라를 대표로 하는 아시아권 국가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에서 38%로 급증했다. 이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38%에서 49%로 점유율이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낸드플래시의 경우, 1990년대에는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았지만, 2001년 8억 달러에서 작년 539억 달러까지 급격하게 시장이 커졌다. D램 역시 1999년 207억 달러에서 2017년 735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1980년대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를 꾸준히 지켰고, SK하이닉스 역시 합병과 매각 등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대부분 상위권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메모리반도체라는 시장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지만, 스마트폰 등장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때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몰락이 우리에게도 올 수 있는 만큼, 미래 반도체 시장 변화 흐름을 읽고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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