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한도 2배. 등록제 정착 등 제도적 뒷받침

국내 개인 간 거래(P2P) 대출시장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5000억원을 넘어선 지 1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회원사 대출잔액 총액은 1조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말 기준 대출잔액인 5094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금융위원회가 합산한 지난해 말 국내 중금리대출 규모는 대출잔액 기준 2조3683억원이다. 은행•카드사 등을 포함한 수치로 P2P가 이 집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시장 전체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다.

P2P금융협회는 2016년 10월 회원사들의 대출 현황을 집계하기 시작했다. 첫 집계액 2000억원에서 1년6개월 만에 취급액이 다섯 배 늘었다. P2P 기업 어니스트펀드는 지난 2년9개월간 기록한 총누적 대출액 중 42%를 올해 1분기에 달성했다. 직전 분기인 2017년 4분기 연 마감 실적이었던 716억원과 대비해서도 73% 이상 증가했다. P2P 시장의 전체 누적 대출잔액은 3월 말 기준 2조2958억원을 기록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누적 대출잔액 3조원 돌파는 무난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P2P 시장의 확장세는 올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 3월부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존엔 개인의 특정 P2P업체 투자가 1000만원까지로 제한됐지만 3월부터는 개인신용대출상품 취급업체의 경우 2000만원으로 상한액이 올랐다.

건전성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연체율과 부실률이 각각 2.21%와 2.62%로 세 달 연속 연체율 2%대를 유지했다. 당초 P2P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 개인의 무분별한 투자로 연체율이 오르는 등 건전성에 위기가 올 것이란 일부 우려가 높았다. 실제 지난해 최대 6.01%까지 연체율이 오르는 등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

P2P 연체율이 다시 안정세로 돌아선 큰 이유는 제도권 편입 덕분이다. 지난 3월부터 P2P 대출 연계 대부업자의 금융위 등록제가 시행됐다. 또 P2P 대출 업체가 등록신청서를 제출한 뒤 완전히 등록을 마치기 전까지 영업을 못하도록 했다. 이를 어기고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P2P 연계 대부업자로 등록하면 P2P 대출이 아닌 일반 대부영업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금융위는 미등록 업체가 영업을 하면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등록 업체라도 대부업법과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다.

올해 P2P 시장은 국회를 통한 최종 제도권 안착을 준비하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두 법안 모두 P2P 대출업을 독자 금융산업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도 P2P를 새로운 금융산업으로 규정하고 규율 체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연간 투자 한도 1000만원을 없애는 대신 개인 차입자 연간 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반면 김 의원은 여기서 개인 대출자 대출 한도 규제까지 모두 해제할 것을 제안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법이 제정된다면 앞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P2P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발의안은 금융회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참여도 열어두고 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2016년 기준 미국 대표 P2P업체 렌딩클럽 투자자 중 58.9%가 전통적 금융기관"이라면서 "미국 P2P가 기관투자가의 참여로 성숙해진 만큼 한국 P2P 금융산업 역시 이와 같은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기관투자가 참여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여러 금융회사가 보유한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팀이 해당 P2P 금융사의 대출채권 운영 방식을 검토한 후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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