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생태계 구축에 사활, 한국 특허3위 미·중과 큰격차

금융·유통·물류 등 기존 산업구조를 바꿀 '게임체인저' 기술로 주목받는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이 미국과 중국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글로벌 IT산업을 양분하다시피 하는 두 나라가 블록체인 기술확보에 사활을 걸고 인재와 자본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전략이 부재하다 보니 이대로 가다간 일본·호주·스위스 등 IT산업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나라들에조차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일본·영국·호주·스위스·네덜란드 등 선진국들은 정부 주도로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분산형 암호화 인증기술을 일컫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국과 중국 쏠림현상이 극명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블록체인 관련 특허출원 규모는 미국(497건)과 중국(472건)이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허출원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간접지표인 해외출원 비율(44.98%)은 미국이 압도적인 선두지만, 2016년 이후 특허출원 건수는 중국이 미국을 제쳤다.

미국과 중국은 정부가 나서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블록체인 도입 로드맵 수립과 개발과제 발굴을 직접 주관하고 있다. 각 주정부도 블록체인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중국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참여 블록체인 워킹그룹을 발족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위안화 전자화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산업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정부조달 입찰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겠다고 공표했다. 호주·스위스·네덜란드 등 대다수 선진국도 블록체인 관련 공공 프로젝트를 추진, 산업계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 조성이 주춤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특허출원에서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지만 99건으로 격차가 크다. 특히 지난해는 10건 출원에 그쳐 2016년 41건에서 되레 급감했다. 블록체인 산업에서 암호화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정부 규제로 산업이 주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 주도로 IT산업을 일으켰듯이 블록체인 역시 정부가 정책과 공공 사업, R&D 지원을 통해 전략적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AIST가 개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유닛장(전무)은 "블록체인은 전통적 거래 방식과 산업계 프로세스를 바꾸는 패러다임"이라면서 "과거 위험도를 감수하고 메이지유신에 성공한 일본 사례를 참고해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대 KAIST 교수는 "새로운 블록체인 설계를 위한 원천연구와 이를 활용하는 응용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최근 동향인 만큼 블록체인 보안, 분산시스템 등 전문 분야 고급 기술인재 양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특히 주식시장의 IPO와 유사한 ICO(암호화폐공개)는 간단한 절차만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해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했는데 시장에 맡기고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무도 "블록체인과 ICO 생태계 알고리듬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고 이를 과거의 기준에 맞춰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도 "인터넷보다 큰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대륙이 생기며 한국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실리콘밸리가 될 기회를 정부가 규제로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일 KT 융합기술원 블록체인센터장은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중 작은 부분으로, 블록체인 육성정책은 이와 별도로 펼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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