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79조, HPC 델EMC 등 사활건 경쟁 예고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의 핵심인 딥러닝을 사업 곳곳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AI 운영에 최적으로 평가받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이 시장을 놓고 글로벌 IT 하드웨어 기업들이 진검승부를 시작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델EMC•HPE•시스코•IBM 등 글로벌 기업들이 HPC 영역에서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올플래시 스토리지 선도업체인 퓨어스토리지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HPC에 주목하는 것은 AI가 전 산업에 파고들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HPC 분야에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용 서버 가격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거대 수요처들이 자체적으로 서버를 개발•제조해 시장이 줄어들다 보니 대체시장도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HPC 시장은 2022년 4498억달러(47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100조원, 국내 시장은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퓨어스토리지는 20일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와 협업해 개발한 AI용 시스템 '에이리(AIRI)' 출시를 선언했다. HPC와 유사한 이 시스템은 엔비디아의 '테슬라 V100'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탑재한 개인용 슈퍼컴퓨터 'DGX-1' 4대와 퓨어스토리지의 '플래시블레이드 스토리지'를 결합했다. 여기에 이더넷 스위치까지 탑재해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구현했다.

엔비디아 GPU는 구글 알파고 쇼크 이후 슈퍼컴퓨터용 필수부품으로 자리매김했다. AI뿐 아니라 클라우드컴퓨팅•VR(가상현실)•자율주행차•암호화폐 채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에이리를 활용하면 기존 시스템으로 몇 달걸리던 AI 프로젝트를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게 퓨어스토리지 측의 설명이다.

유응준 엔비디아코리아 엔터프라이즈부문 책임자는 "분야를 막론한 모든 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위해 AI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며 "업계에서 검증된 최고 수준 컴퓨팅과 고성능 스토리지를 결합했다"고 말했다. 배성호 퓨어스토리지코리아 대표는 "아시아 AI 시장은 5년간 연평균 70% 성장이 예상된다"며 "국내에서도 기업들이 AI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만큼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버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HPE는 지난 10일 딥러닝용 HPC 'HPE 아폴로 6500 젠10'을 국내에 공개했다. 고가인 GPU를 고객 선택에 따라 1개에서 8개까지 장착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HPE는 젠10 영업을 위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용량 기반의 과금과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마케팅과 영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버•스토리지 시장 1위 업체인 델EMC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AI용 HPC인 '파워엣지 C4140' 서버와 함께 머신러닝•딥러닝에 최적화된 솔루션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기기는 이상거래 탐지, 금융투자 분석, 보안 목적의 안면인식, 종양진단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금융•의료•공공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영업을 벌이고 있다.

IBM도 4년간의 설계•개발 과정을 거쳐 일반적인 x86서버보다 성능이 4배 우수한 차세대 '파워9' HPC 솔루션을 지난해 12월 출시해 시장 공략에 나섰다. GPU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기업들이 실시간 사기 탐지, 신용위험 분석 등에 AI를 활용하도록 해 준다.

리투 조티 IDC AI 및 빅데이터 연구책임자는 "AI는 기존 공상과학 영화에서 나오던 기술이 아니라 기업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발전했다"며 "전 산업 분야에 걸쳐 AI 인프라 도입이 증가하는 만큼 IT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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