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100억弗…유지율도 90%


유통분야 4차산업혁명의 기수이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아마존의 세계 유료 회원이 1억 명을 넘어섰다. 아마존이 프라임회원제를 도입한 지 13년 만으로, 유료 회원 1억 명 돌파는 세계 유통업계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프라임회원이 내는 연회비만 100억달러(약 10조6000억원)를 웃돈다.

아마존은 또 경쟁 관계인 미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사인 베스트바이와 손잡았다. 아마존의 스트리밍 셋톱박스(플랫폼)인 파이어TV를 장착한 스마트TV 제품을 베스트바이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다. 세계 TV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 LG전자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 美 가구 절반이 아마존 유료 회원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프라임회원이 제도 도입 13년 만에 세계에서 1억 명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프라임회원에게 배송한 제품은 50억 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프라임회원 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회원제 할인매장 코스트코 회원(5040만 명)의 두 배 수준이다. 1997년 이후 매년 발행하는 베저스의 연례 서한은 아마존 CEO로서 경영 원칙과 장기 비전이 담겨 있어 주주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인들도 큰 관심을 보인다.

2005년 시작된 프라임회원제는 아마존이 급성장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국에선 물품 배송에 보통 1주일 이상 걸리지만, 연회비 99달러(월회비 12.99달러)를 내고 프라임회원이 되면 대다수 상품을 2박3일 안에 무료로 배 다. 탈퇴하지 않고 매년 재가입하는 유지율도 90%를 넘는다.

시장조사업체 CIRP에 따르면 프라임회원의 연평균 구매액은 1300달러로 일반회원(700달러)의 약 두 배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의 매출은 2015년 1070억달러, 2016년 1359억달러, 지난해 1778억달러 등으로 매년 급증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멕시코와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에서도 프라임회원제를 도입했다. 베저스는 “지난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회원이 새로 가입했다”며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도 프라임회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TV 시장 노리는 AI 알렉사


베저스의 야망은 끝이 없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에코가 수천만 대 팔리는 등 2017년은 하드웨어 판매에서 최고의 해였다”며 “소비자 기반 확대를 위해 계속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에코는 인공지능 음성비서인 알렉사를 적용한 기기다.

베저스는 베스트바이와도 손을 잡았다. 이른바 ‘적과의 동침’이다. 급성장하는 스트리밍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국 가전 유통의 25%를 차지하는 베스트바이를 끌어들여 파이어TV가 장착된 스마트TV 판매에 나서는 것이다. 올여름부터 도시바와 인시그니아(베스트바이 자체 브랜드) TV 11개 모델을 베스트바이 온•오프라인 매장과 아마존에서 판매한다. 이들 TV는 알렉사에 음성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전원을 켜거나 끄고 프로그램을 검색할 수 있다.

TV 판매가 늘면 에코시스템 공급이 증가하고, 그만큼 아마존의 영향력도 커진다. 베저스는 알렉사가 현재 1200여 개 브랜드의 4000여 개 기기에서 구동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머신러닝을 통해 언어능력을 25% 높였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에코 기기를 인도 일본에도 출시했다.

아마존과 베스트바이의 협력은 미국 TV 시장 절반을 점유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두 회사 모두 가장 큰 미국 내 판매 채널이 베스트바이다. 아마존도 주요 판매 채널로 부상해왔다.


█ 트럼프 견제에도 질주하는 아마존


아마존의 돈줄은 클라우드 부문의 아마존웹서비스(AWS)다. 10년째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베저스는 “AWS의 지난해 매출이 200억달러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AWS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아마존 때리기’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의 초대형 클라우드 입찰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10년간 자체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맡길 클라우드 사업자를 이달 선정할 예정이다. 계약 규모가 100억달러로 아마존뿐 아니라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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