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진은 시간이 흐르면 녹는 생체분해성 소재를 이용해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안에서 스스로 소멸되는 집적회로를 만들고 있다. 연구진은 일정 시간이 되면 소멸되는 소재로 무선통신 장치용 배터리와 심장 운동에서 전기를 얻는 장치를 만들어 동물 실험에서 그 안전성을 입증했다. 로저스 교수는 심장박동기를 비롯해 몸에 들어가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트랜션트(일시적인) 전자기기’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래형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컴퓨터 데이터양은 2015년 15제타바이트(ZB•10의 21제곱 바이트)에서 2020년 60ZB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막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사람 뇌와 공통점이 많은 ‘스마트 반도체’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로 미래형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향후 소재 분야는 물론 이를 활용한 다른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재 분야 전문가 100명의 의견을 종합해 지난 16일 공개한 ‘미래 소재 원천기술 확보 전략안’은 30가지 미래 소재를 발굴하고 상용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재 연구는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막대한 이득을 가져온다. 1960년대 시작해 1992년 기술 개발이 끝난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청색 LED를 개발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이를 개발한 일본의 니치아화학공업은 41조원에 이르는 LED 시장에서 14%를 점유했다. 청색 LED 등장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LED 조명이 나왔고, LED TV도 등장했다.

항공기와 차량, 스포츠 용품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는 탄소섬유 역시 30년에 가까운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 분야다. 일본 도레이사는 1970년대 개발을 시작해 현재는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2006년에는 보잉사와 2024년까지 17조원어치의 탄소섬유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기도 했다.

각국은 이런 이유로 미래 사회 변화를 선도할 소재 개발 및 시장 선점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2014년부터 미래 신소재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소재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에너지•교통•건강•환경•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소재 개발을 위해 ‘소재에서 혁신으로’ 프로젝트를, 일본은 2012년부터 ‘신원소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중간재인 부품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2025년까지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국도 2001년부터 소재 응용 연구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기초 원천 연구에는 투자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핵심 첨단소재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LCD(액정표시장치)에 사용되는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필름의 99.4%, LCD 유리원판의 97.4%, 액정의 96%를 일본에서 가져온다. 일부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한국의 소재 기술은 보완할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 약물 소재만 해도 2년, IoT 기반의 바이오 센서는 1.5년, 바이오 프린팅 분야는 5년이나 뒤져 있다.


■ 꿈의 산업 뒷받침할 30가지 소재 발굴


이번 전략안에 포함된 30가지 미래 소재는 초연결 사회를 위한 스마트 소재(8개), 초고령 사회를 위한 웰니스 바이오 소재(9개), 환경변화 대응 소재(5개), 안전 소재(8개) 등이다. 초연결 사회를 위한 소재로는 비(非)실리콘 소재를 이용해 뇌 신경세포처럼 여러 계산을 동시에 하는 초병렬 연산 인지소재, 신경 세포처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이 포함됐다. 사람의 신경세포를 모방해 실리콘 반도체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초당 100경에 이르는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신경모방 컴퓨팅 시장은 2016년 660만달러에 머물렀지만 2022년에는 2억7000만달러로 4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인간인터넷(IoH) 시대에 필요한 마찰과 압력 등에 따라 기계적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소프트로봇용 소재와 인간의 감각을 대체해 감각을 저장하고 구현하는 소재도 개발된다.

초고령 시대를 맞아 맥박과 혈당을 감지하고 몸속 면역 활동과 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알아내는 바이오 센서, 몸 안에서 장기간 작동하는 배터리 기술도 중점 개발해야 할 미래 기술에 포함됐다. 노화로 둔화한 감각을 보완할 인공 피부, 사람의 신체 특성에 따라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환자 맞춤형 약물전달 소재도 개발된다. 태양광으로 공기를 정화하고 하수처리장 수질을 정화하는 친환경 소재, 외부 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소재 등 상상력을 뛰어넘는 소재 개발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도전형•경쟁형•지식 크라우드형 연구개발(R&D)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실패할 위험이 높은 장기 R&D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미래가치 사전공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소재 발굴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2015년 선진국과의 3~5년 격차가 2027년 1년 미만으로 줄고 2032~2037년께는 선진국을 1년가량 앞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제품 보급이 늘면서 각국은 폐기물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연구진은 시간이 흐르면 녹는 생체분해성 소재를 이용해 전자기기나 의료기기 안에서 스스로 소멸되는 집적회로를 만들고 있다. 연구진은 일정 시간이 되면 소멸되는 소재로 무선통신 장치용 배터리와 심장 운동에서 전기를 얻는 장치를 만들어 동물 실험에서 그 안전성을 입증했다. 로저스 교수는 심장박동기를 비롯해 몸에 들어가는 각종 의료기기들이 ‘트랜션트(일시적인) 전자기기’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래형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컴퓨터 데이터양은 2015년 15제타바이트(ZB•10의 21제곱 바이트)에서 2020년 60ZB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막대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사람 뇌와 공통점이 많은 ‘스마트 반도체’에서 답을 찾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할 핵심 기술로 미래형 소재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소재를 발굴해 향후 소재 분야는 물론 이를 활용한 다른 분야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소재 분야 전문가 100명의 의견을 종합해 지난 16일 공개한 ‘미래 소재 원천기술 확보 전략안’은 30가지 미래 소재를 발굴하고 상용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각국 소재 분야 기초 연구 집중


소재 연구는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일단 성공하면 막대한 이득을 가져온다. 1960년대 시작해 1992년 기술 개발이 끝난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청색 LED를 개발한 나카무라 슈지 미국 UC샌타바버라 교수는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 이를 개발한 일본의 니치아화학공업은 41조원에 이르는 LED 시장에서 14%를 점유했다. 청색 LED 등장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긴 LED 조명이 나왔고, LED TV도 등장했다.

항공기와 차량, 스포츠 용품 등 다방면에서 사용되는 탄소섬유 역시 30년에 가까운 연구와 투자가 이뤄진 분야다. 일본 도레이사는 1970년대 개발을 시작해 현재는 세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2006년에는 보잉사와 2024년까지 17조원어치의 탄소섬유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맺기도 했다.

각국은 이런 이유로 미래 사회 변화를 선도할 소재 개발 및 시장 선점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2014년부터 미래 신소재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소재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부터 에너지•교통•건강•환경•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소재 개발을 위해 ‘소재에서 혁신으로’ 프로젝트를, 일본은 2012년부터 ‘신원소 전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중간재인 부품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2025년까지 자급률을 7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한국도 2001년부터 소재 응용 연구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기초 원천 연구에는 투자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핵심 첨단소재는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LCD(액정표시장치)에 사용되는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필름의 99.4%, LCD 유리원판의 97.4%, 액정의 96%를 일본에서 가져온다. 일부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한국의 소재 기술은 보완할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스마트 약물 소재만 해도 2년, IoT 기반의 바이오 센서는 1.5년, 바이오 프린팅 분야는 5년이나 뒤져 있다.


■ 꿈의 산업 뒷받침할 30가지 소재 발굴


이번 전략안에 포함된 30가지 미래 소재는 초연결 사회를 위한 스마트 소재(8개), 초고령 사회를 위한 웰니스 바이오 소재(9개), 환경변화 대응 소재(5개), 안전 소재(8개) 등이다. 초연결 사회를 위한 소재로는 비(非)실리콘 소재를 이용해 뇌 신경세포처럼 여러 계산을 동시에 하는 초병렬 연산 인지소재, 신경 세포처럼 학습을 통해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등이 포함됐다. 사람의 신경세포를 모방해 실리콘 반도체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초당 100경에 이르는 연산이 가능한 컴퓨터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신경모방 컴퓨팅 시장은 2016년 660만달러에 머물렀지만 2022년에는 2억7000만달러로 4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람과 기계,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인간인터넷(IoH) 시대에 필요한 마찰과 압력 등에 따라 기계적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소프트로봇용 소재와 인간의 감각을 대체해 감각을 저장하고 구현하는 소재도 개발된다.

초고령 시대를 맞아 맥박과 혈당을 감지하고 몸속 면역 활동과 박테리아 감염 사실을 알아내는 바이오 센서, 몸 안에서 장기간 작동하는 배터리 기술도 중점 개발해야 할 미래 기술에 포함됐다. 노화로 둔화한 감각을 보완할 인공 피부, 사람의 신체 특성에 따라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환자 맞춤형 약물전달 소재도 개발된다. 태양광으로 공기를 정화하고 하수처리장 수질을 정화하는 친환경 소재, 외부 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소재 등 상상력을 뛰어넘는 소재 개발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도전형•경쟁형•지식 크라우드형 연구개발(R&D)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실패할 위험이 높은 장기 R&D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투자를 원칙으로 하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미래가치 사전공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소재 발굴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2015년 선진국과의 3~5년 격차가 2027년 1년 미만으로 줄고 2032~2037년께는 선진국을 1년가량 앞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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