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0명 중 99명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중 으뜸이다. 또 10명 중 9명은 인터넷 은행에 자산의 40%를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이 금융 분야 4차 산업혁명에 동참하겠다는 의지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있는데, 소비자의 이런 욕구를 뒷받침할 인프라 면에선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 뱅크 두 곳은 산업 자본이 금융회사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은산(銀産) 분리' 규제 때문에 절름발이 신세다. 또 모바일 결제, P2P 등 각종 핀테크 산업은 과도한 규제 탓에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다.


■ 한국인 90% "인터넷 은행 이용 의향 있어"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최근 아시아 15국 소비자 1만7000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개인 금융 서비스 2017'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디지털 뱅킹이 가장 깊숙이 침투한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 응답자 100명 중 99명이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뱅킹을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선진 아시아 국가는 평균 97명, 중국•인도•말레이시아 등 신흥 아시아 국가는 평균 52명이었다.

한국은 인터넷 은행 같은 디지털 은행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한국 응답자 90%는 은행 지점이 전혀 없는 디지털 은행에 계좌를 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홍콩(98%)보다는 낮지만, 일본(80%)•중국(65%)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보다 높은 선호도다. 또 한국 응답자는 자산의 평균 40%를 디지털 은행으로 옮길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금융의 디지털화(化)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전체에서 은행 지점을 이용한 거래는 전체 금융 거래의 10~15%에 불과했다.


■ 한국, 핀테크 산업 성장 기회 놓치고 있어


디지털화 열풍은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산업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아시아 인구의 절반가량은 모바일 결제 등 비(非)은행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흥 아시아에서도 중국(67%)과 인도(39%)를 중심으로 비은행 결제 시스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중국 전체 모바일 결제 시장(6조달러)의 약 94%를 차지하고 있다. 맥킨지는 "소비자들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 지금이야말로 디지털뱅킹 업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 탓에 모바일 결제와 핀테크 산업이 성장할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대표적 핀테크 모델인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를 최대 10%로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던 P2P 금융은 지난해 투자 한도 제한이라는 악재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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