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금융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사례 증가..국내 은행들은 아직 소극적

국내 은행들도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이 보편화될 경우에 대비해 컨소시엄에 적극적인 참여를 고려하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와 무역 규모가 큰 미국, 중국과 아시아 지역 기반 컨소시엄 가입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미래금융연구실 황나영 수석연구원은 '블록체인, 어디까지 써봤니? :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 성장 가능성' 보고서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무역금융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투명성과 편의성 등의 장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비용 효율성 개선, 신규 비즈니스 확대 기회 등의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Business Insider의 조사 결과 주요 금융회사의 38%가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로 무역금융을 꼽았다는 사실은 향후 무역금융의 블록체인 활용도가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고 설명했다.

황 수석연구원은 "수수료 수입 규모와 기업금융과의 연계 등을 고려할 때 무역금융은 은행에 중요한 비즈니스이다. 무역 금융 관련 수수료 수익이 외화수수료 수익의 1/3 가량을 차지할 뿐 아니라, 무역금융 이용 기업을 대상으로 지급결제, 외환·리스크와 자금 관리, 신탁 등으로 비즈니스 확대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 다양한 무역금융 컨소시엄이 존재 

황 수석연구원은 "주요 무역금융 컨소시엄에는 Contour(신용장 디지털화 초점), we.trade(중소기업 중심), Marco Polo(대기업 위주), eTradeConnect(홍콩 금융청 주도), Komgo(상품무역 특화) 등이 있다. 각 플랫폼별로 특징이 상이해 한 은행이 여러 컨소시엄에 가입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Contour는 HSBC가 주도하는 무역금융 컨소시엄이다. 서류 디지털화를 통해 신용장 방식 무역거래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통상 5~10일 정도 소요되는 신용장 개설과 교환 과정을 24시간 이내에 처리한다. 현재 ING, BNP Paribas, Bangkok Bank 등 50개가 넘는 은행과 업체가 여기에 합류해 있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회원사 Standard Charter가 Contour에서 위안화 신용장을 발행해 호주 리오 틴토와 중국 보아스틸 간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활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we.trade는 HSBC, Deutsche Bank, UniCredit 등 유럽은행 중심 컨소시엄이다. 은행의 지급 보증과 실명 인증을 거친 검증된 회사와의 거래, 실시간 트래킹 서비스 제공 등으로 무역 거래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 한다. 중소기업들이 오픈 어카운트1)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2) Unicredit과 KBC Bank가 철강업체 Gruppo ASA(수입업체)-Steelforce(수출업체) 간 무역을 성사시키는 등 2018년 이후 중소기업 중심으로 550건(4.5억 유로) 이상의 거래가 진행되었다. 현재 유럽 15개국 16개 은행이 we.trade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컨소시엄 가입 대상을 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할 계획이다"며 "eTradeConnect는 홍콩금융청(HKMA)이 설립한 컨소시엄으로 다른 컨소시엄과의 연계로 글로벌 무역을 촉진하고, 공급망을 디지털화해 무역사기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8년 7월 ANZ, HSBC, 중국은행, 항생은행 등 아시아 지역 7개 은행의 연합으로 출범했다. 농업은행과 교통은행 홍콩지점, 상해상업은행 등 5개 은행이 추가 합류해 현재 12개 은행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경 간 무역거래 촉진을 위해 싱가포르 Networked Trade Platform, 유럽 we.trade, 중국 PBoC Trade Finance platform과 제휴를 맺었다. 금융과 선적 데이터의 상호 호환을 위해 수송 관련 솔루션 제공업체 인 CargoSmart와도 협업 중이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 국내 은행들은 아직 소극적

황 수석연구원은 "국내 은행들은 블록체인을 디지털 뱅킹의 핵심기술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무역금융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은행은 리플의 해외송금 플랫폼 xCurrent를 무역금융에 활용하기 위해 기술 검증 관련 파일럿 테스트를 마쳤으나, 비용과 수익성 문제로 상용화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해외 플랫폼 이용보다는 은행 내‘블록체인 랩’을 통해 해외송금과 무역금융, 거래 인증 등에 점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2017년 말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3)에 참여해 오픈 어카운트 방식 수출대금채권 매입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위한 시범 검증 작업을 완료했으나, 실제 무역거래에 활용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은행권 최초 ‘인터넷 무역금융 실행 서비스’를 출시했으나, 무역금융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황 수석연구원은 "무역금융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 은행들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여러 은행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혹은 정부 주도 플랫폼에 가입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 강조했다. 초기에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점차 컨소시엄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컨소시엄 가입이 자체 시스템 구축에 비해 시간과 비용, 기술 측면에 서 효율적일 뿐 아니라 네트워크 확장이 용이하고, 다른 은행과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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