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건설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는데, 국내기업 수주액은 나날이 감소

10월 19일,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이하 KIND)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서을)이 예비타당성 조사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해외 건설사업에 한하여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아닌, KIND가 예비타당성 조사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 현황은 처참하다. 2010년 약 716억 달러로 사상 최고의 수주액을 기록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약 461억 달러, 2016년 약 282억 달러, 작년에는 약 223억 달러를 기록해 2010년 수주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세계 건설시장이 연평균 5%씩 고속 성장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2017년 해외투자 촉진법이 개정되었고, 따라서 이듬해 KIND가 출범했다. KIND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써 해외인프라·도시개발사업의 발굴, 추진, 투자, 출자, 금융자문, 협상지원, 국제협력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KIND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어 예비타당성조사 적용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KIND가 단독으로 참여하는 사업에만 예타를 면제해주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모르는 반쪽짜리 지원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규모의 해외인프라·도시개발사업을 수주하려면 관련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과 협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예타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타에만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입찰기간 내 예타추진 불가로 사업 중도철회 사례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KIND는 사업비 투자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와 수익성 분석을 하고, 직접 투자를 결정함에 따라 해외사업 조사에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런데 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의 수익성을 검토하는 것은 신속성을 요구하는 해외 건설사업 수주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편, 올해 3월 한국남동발전은 파키스탄 카람 아스리트 수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공기관 예타를 신청했다. 6144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써, 자금조달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KIND를 참여시켰다. 신용이 AAA등급인 KIND와 손잡고 경쟁력을 높여 금리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의 결정만 있으면 KIND를 통해 해외사업의 예비타당성을 조사할 수 있다. 현행법은 “기획재정부장관은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수행기관을 변경하거나 추가로 지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오늘 국정감사에서 진성준 의원은 △해외 건설사업에 한하여 KIND가 예타 조사를 전담하는 안, △KIND가 투자하는 사업에 한하여 예타를 면제해주는 안을 제안했다. 국내사업에 대한 예타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KDI보다는 해외사업과 특정국가에 전문성이 있는 KIND가 사업성 평가를 신속하게 수행할 기관으로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진성준 의원은 “해외 건설사업을 발굴·분석하는 정보수집과 기관의 직접투자 업무를 수행하는 KIND야말로 전문성을 가진 기관 아니냐”고 반문하며, “많은 해외건설 수주가 KIND와 관련 공기업의 협력으로 진행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예타를 적용시키면 KIND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 ”고 지적했다. 또한 “KIND가 해외 건설사업의 예타조사를 전담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KDI로부터 업무를 이관받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안하며 “KIND가 해외 건설사업 진출확대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잘해주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