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현대카드 등 비(非)은행 금융사, 핀테크 업체 약 20개사가 해외 송금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에 시중 은행이 독식하던 해외 송금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중 은행의 10분의 1 수준인 수수료, 편리한 이용법을 내세운 신규 사업자가 나타나자, 시중 은행도 해외 송금 수수료를 낮추는 등 앞다퉈 해외 송금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해외 송금 수수료율은 작년 2분기 5.42%에서 3분기 4.81%로 떨어졌다"며 "G20(주요 20개국) 중 가장 큰 하락 폭"이라고 밝혔다.


■ 규제 완화로 판 커진 해외 송금 시장


해외 송금 시장 경쟁이 시작된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송금은 국제금융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의 결제 시스템망을 이용해 이뤄졌다. 돈을 해외로 보내려면 송금은행→중개은행→수취은행 등을 거쳐야 했고,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었다. 은행에서 송금을 처리하는 데 드는 '송금 수수료', 중개 은행에 지불하는 '중개 은행 수수료', 돈을 찾을 때 해외 현지 은행에 내는 '수취 수수료', 은행 간 전신문을 주고받는 데 드는 '전신료' 등 각종 명목으로 송금액의 4~6%를 수수료로 내야 했다. 은행 창구에 찾아가 1000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면 송금 수수료(1만원), 전신료(8000원), 중개은행 수수료(약 18달러•송금받는 사람이 낼 수도 있음), 환전 수수료 등으로 4만~6만원을 냈다. 송금에 걸리는 시간도 길면 사흘이 걸렸다. 경제 규모 성장과 세계화로 국내 해외 송금 시장 규모가 2000년 30억달러 수준에서 2016년 103억달러까지 늘었지만, 송금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카오뱅크는 수수료를 1만원 이하로 낮춘 해외 송금을 선보였다. 작년 7월에는 핀테크 업체에도 해외 송금 시장 문이 열렸다. 금융사가 아니어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소액해외송금업(건당 3000달러•연간 2만달러 한도)을 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된 것이다. 이전에는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어 은행과 함께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법 개정으로 핀테크 업체 단독으로 해외 송금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소액해외송금업 업체는 약 20곳에 달한다.


■ 스위프트망 쓰지 않는 새 송금 방식 각광


최근엔 스위프트망을 쓰지 않는 해외 송금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수수료가 크게 낮아지고, 송금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전 세계 주요국에 지점을 보유한 씨티은행의 송금망을 이용한다. 케이뱅크 송금 수수료는 금액과 무관하게 5000원, 카카오뱅크는 5000달러까지 5000원, 그 이상은 1만원의 송금 수수료를 받는다. 중개 수수료•수취은행 수수료•전신료 등은 없다.

해외 송금 전문 핀테크 업체들은 '프리펀딩' '풀링' 등의 방식을 활용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있다. '프리펀딩'은 해외 대형 송금 업체에 미리 목돈을 보내고 이후 고객 요청에 따라 현지 협력사를 통해 돈을 지급하는 송금 방식이다. '풀링'은 소액 송금 여러 건을 하나로 모아 은행 간 금융•통신망을 통해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이다. 일종의 공동 구매로, 수수료를 십시일반(十匙一飯)식으로 나누게 된다. 최근 해외 송금 사업을 시작한 현대카드도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업체 '커렌시클라우드'와 협업하는데, 고객의 송금 요청을 모아 하루에 한 번 송금액과 고객의 명단•내역을 전달하는 식이다.

시중 은행들도 뒤늦게 간편 송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위프트망을 쓰는 대신, 해외 금융사와 직접 송금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KEB하나은행의 '1Q트랜스퍼 송금'은 KEB하나은행의 전 세계 제휴망을 이용한 서비스다. 전용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만 송금이 가능한데, 만약 돈을 받는 쪽에서 같은 앱을 설치했다면 상대방 현지 전화번호만 알아도 10분이면 송금이 가능하다.


■ 서비스 편의 경쟁으로 옮겨간 해외 송금 경쟁


송금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최근에는 얼마나 더 편하게 송금할 수 있느냐는 '편의성'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뱅크는 송금 절차를 3단계로 대폭 간소화했다. 케이뱅크는 "송금 국가, 금액,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 정보만 입력하면 송금이 가능하다"며 "주소도 영문으로 자동 변환되며, 받는 사람 계좌를 입력하면 해외 은행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된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의 '원 아시아 해외 송금'은 수시입출금기(ATM)를 이용해서 송금이 가능하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18개국의 제휴 은행에 싼값으로 송금할 수 있다. 처음에 은행을 방문해 수신인의 계좌 정보 등을 등록해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ATM으로 손쉽게 돈을 보낼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퇴근 이후 은행 영업시간이 끝났더라도 ATM을 이용해서 돈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인기"라고 했다.

해외 송금 핀테크 업체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자국 송금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각 국가 언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이나 웹사이트에 현지어 서비스를 만들고, 현지인을 고용해 고객센터에 배치하는 식이다. 주혜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은행이 주도하던 해외 송금 시장에 비금융회사가 참여하면서 경쟁 촉진에 따른 소비자 편의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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