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년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고,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으로 움츠러들었던 은행권 빅데이터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집토끼'(기존 충성 고객)를 최대한 지키고 '산토끼'(타행 고객)를 빼앗아오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한편, 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등 각종 분야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은행 등 금융 산업은 데이터 보유량이 많고 그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다른 산업에 비해 잠재 가치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 빅데이터로 '산토끼' 잡아라


신한은행은 최근 고객 분석에 빅데이터 분석기법 중 하나인 '이동 경로 분석'을 도입했다. 고객의 행동을 시간 순서에 맞춰 파악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적금을 자주 해지하는 고객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파악하고, 고객이 중도 해지를 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하는 데 활용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은 계좌는 있지만 예•적금, 펀드 투자 등 각종 금융거래를 거의 하지 않는 '비활성 고객'이 '활성 고객(월평균 수신잔고 30만원 이상)'으로 탈바꿈한 경우나 그 반대 사례를 추출, 변신 전후 3개월씩 총 6개월의 동선을 파악했다. 영업점•인터넷•모바일•콜센터•이메일•소셜미디어 등 14개 채널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를 합쳤다. 고객 움직임은 인터넷•모바일 쪽지 확인, 상품 조회, 상품 가입, 급여 입금 등 44개 이벤트로 정리했다.

분석 결과 '활성 고객'에서 '비활성 고객'으로 이탈한 고객 10명 중 6~7명은 입출금통장이나 환전 서비스만 이용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적으로 예•적금을 5번, 펀드 등 투자상품을 2~3번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상품 검색 후 상품 가입에 예•적금은 7~8일, 투자상품은 16일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펀드를 2번 검색한 고객에게 16일간 펀드 관련 마케팅을 하면 '고객 이탈'을 막고, 금융상품을 더 팔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NH농협은행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거래패턴 변화 등을 감지하고,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이벤트 기반 마케팅(EBM)'을 진행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카드 사용 명세 등 면세점 구매 정보를 이용해 해외여행 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환전 및 신용카드 사용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환전율 58% 향상, 모바일앱인 올원뱅크 가입률 두 배, 카드이용률은 9% 늘리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이번 달 중 2200만 개인고객의 1300여 개 정보를 통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60여 개 다양한 EBM 시나리오를 활용해 본격 맞춤형 마케팅에 도입할 방침이다.




■ 여신 심사, 기업 부실 징후 파악에 활용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개인 고객 마케팅뿐 아니라 여신 심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은 이미 빅데이터 분석을 개인 여신 심사에 도입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케이뱅크는 주주사인 KT, 비씨카드의 통신요금 납부 실적과 신용카드 결제 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체적인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바탕으로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고 있다. 케이뱅크 전체 신용대출 중 금리 연 6% 이상의 중금리 대출은 3월 기준 41.5%로, 10%대인 주요 시중은행을 훨씬 웃돌았다.

우리은행은 3월 국내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진단시스템 '빅아이(Big Eye)'를 기업 여신 리스트관리에 도입했다.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기업의 부실 징후 정보를 파악해 여신심사와 사후관리에 활용하는 시스템이다. 기업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 200여 개의 리스크 지표를 분석해 기업의 부실 가능성을 4단계 등급으로 안내한다.


■ 해외 은행 2010년부터 빅데이터 활용


해외 선진 은행은 이미 2010년 이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012년 빅데이터 분석 도입으로 채무 불이행률에 대한 계산 시간을 기존 9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미국 JP모건체이스의 경우 소셜미디어에 노출된 부동산 정보를 수집해 지역별 적정 부동산 담보 가치를 산정하고, 대출 등에 적용하고 있다.

중국 중신은행은 2013년에는 현지 최대 신용카드 및 은행 결제망 운영사인 중국은련의 거래 데이터를 활용한 인터넷 대출을 선보였다. 은련 결제단말기(POS)를 이용하는 상점 300만개의 자영업자가 인터넷 대출을 신청하면 POS를 통해 거래 내용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 대출 심사를 했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중신은행 인터넷 매출이 51% 늘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