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LG유플러스 입성을 계기로 방송통신 전체에 극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망 이용대가는 물론이고 망 중립성, 주문형 비디오(VoD), 콘텐츠 등 방송통신 산업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통신망사업자와의 한판 승부 불가피


통신사가 바라보는 넷플릭스 공포는 상상 이상이다. '재앙'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파장이 넓고 깊다.

넷플릭스를 도입하는 LG유플러스가 초반에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IPTV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거나 경쟁사 가입자를 끌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모바일•초고속인터넷 등 결합상품 효과도 예상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는 머지않아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통신사 우려다.

LG유플러스로 가입자 이탈이 시작되는 순간 SK브로드밴드, KT 등 경쟁사도 넷플릭스를 유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IPTV 3사가 넷플릭스를 공급하자마자 가입자 유치 효과는 '제로(0)'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3사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입자가 움직일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남는 건 '퍼주기'에 따른 혹독한 대가다.

굴욕에 가까운 매출 분배, 공짜나 마찬가지인 캐시서버 제공 등 후폭풍을 통신3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콘텐츠 매출 90%를 가져가고 캐시서버를 무상 제공받는다는 게 넷플릭스 글로벌 공통 정책이다. 통신사는 남는 게 거의 없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 같은 조건은 통신망에 재앙적 충격”이라면서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 망 이용료 협상


넷플릭스는 세계 1억2500만명 가입자를 거느릴 정도로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을 보유했다.

제휴 조건이 비상식적이지만 가입자 유치 효과가 매력적이다.

넷플릭스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신규 가입자 유치가 절실한 사업자, 즉 하위 사업자를 우선 공략했다.

넷플릭스는 영국에서 2위(버진미디어)•3위(BT)와 손잡았고 스페인에서 2위(보다폰)•3위(오렌지), 프랑스에서도 3위(부이그) 사업자를 먼저 공략했다. 수년 안에 해당 국가 VoD 시장 1위를 석권했음은 물론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도 LG유플러스에 이어 SK브로드밴드, KT가 넷플릭스를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울며 겨자먹기'로 굴욕적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

넷플릭스는 통신망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드라마•영화 등 장편인 데다 고화질이다. 유료서비스라 품질도 보장해줘야 한다.

통신 3사가 넷플릭스를 도입하면 유튜브와 국내 유•무선 트래픽 70%를 장악할 것이라는 극단적 예측마저 제기된다.

통신망 주권을 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를 방지하려면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내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적절한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연쇄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벌이는 망 이용대가 협상이 마무리 단계다. 국내 최대 트래픽 유발자이면서 망 이용대가를 거의 내지 않는 유튜브와 재협상을 하려면 명분도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망 무임승차를 하면 나머지 사업자에 망 이용대가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

통신사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건물 임대료를 내지 않고 장사하는 격”이라면서 “눈앞의 이익보다 산업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콘텐츠시장에도 충격


넷플릭스는 통신망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당장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잠재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넷플릭스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넷플릭스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8조원 이상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 차원이 다른 다양성과 재미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콘텐츠 경쟁력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자, 공포의 대상이다. 정부 관계자도 “넷플릭스를 TV 화면으로 볼 수 있다면 통신사를 바꾸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플릭스가 미치는 영향


넷플릭스 최대 약점은 한국 콘텐츠와 실시간 방송이 없다는 점이었다. IPTV와 제휴하며 약점을 보강했다.

넷플릭스는 약점 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체 콘텐츠 제작이 대표 사례다. 영화 옥자에 이어 올해는 개그맨 유재석이 출연하는 '범인은 바로 너!' 조선시대 배경 사극 '킹덤' 등에 투자했다. 한국과 주변국 한류 시장을 동시에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넷플릭스의 'VoD 시장 잠식' 가능성을 두고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콘텐츠 종류가 다르다'였다고 한다. 시장 잠식이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희망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 시청자에게 콘텐츠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시청자 수요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인기를 구가하면 국내 방송•콘텐츠 사업자도 이전과 다른 포맷과 새로운 장르 콘텐츠 제작•투자 필요성을 절감하는 자극제가 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은 넷플릭스를 접할 창구가 마땅치 않아 국내 시청자가 30만명대에 그치고 있지만 IPTV 전체가 도입하면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넷플릭스가 VoD 시장을 침투하면 IPTV 사업자 VoD 매출 성장세가 둔화될 위험이 크다. 2014년 5730억원, 2015년 6510억원, 2016년 7090억원으로 급성장 중인 VoD 시장을 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국은 넷플릭스 진출 6년 만에 VoD 시장 90%를 넷플릭스와 아마존에 내줬다.

국산 OTT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다. 방송콘텐츠 사업자 수익기반도 위태로워진다. 넷플릭스 콘텐츠 득세에 따른 국내 콘텐츠 수익 악화→투자 감소→수익 악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제작에 직접 투자하면서 방송콘텐츠 제작 시장이 재편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성공하면 아마존 등 해외 OTT 사업자가 국내 시장 진입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은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둔 우리나라가 넷플릭스 충격을 계기로 '네트워크-콘텐츠'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고도화한 통신 인프라를 해외 콘텐츠사업자(CP)에 헐값에 내주기만 한다면 과연 애써서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네트워크가 '멍청한 파이프'로 전락해선 안 된다”면서 “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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