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동 걸고, 아파트 관리비 조회하고

KT는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자사(自社) 인공지능(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통해 사용자가 음성 명령만으로 자동차 시동을 걸거나 미리 차내 히터나 에어컨을 켤 수 있는 원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말부터 전국 2000개 자사 매장에 AI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를 설치했다. 이 스피커는 "명의 변경하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해?" "요즘 가장 많이 가입하는 요금제가 뭐야?" 같은 고객 질문에 직접 답을 한다.

AI 스피커가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AI 스피커는 2년 전 국내 시장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따라 음악을 틀어주거나 단순하게 정보 검색을 해주는 수준이었지만, 신(新)기능을 추가하면서 갈수록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힘입어 국내 AI 스피커 시장도 현재 누적 판매 대수 150만대에서 연내에 300만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 신기능 도입으로 국내 시장 2배로 확대 전망


KT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내놓을 AI 신규 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여러 사람이 AI 스피커 주변에서 말을 해도 기가지니가 이 가운데 사용자의 목소리만 식별해 음성 명령을 따르는 기술을 올 하반기 선보인다. KT는 또 기가지니를 통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 목소리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생체인증(FIDO)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홍채•지문 인식처럼 사용자의 목소리 인식을 통해 전자상거래 결제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외부 개발자들이 새로운 AI 서비스를 계속 발굴할 수 있도록 AI 기기 제작 기술을 올 상반기 내에 공개키로 했다. 김채희 AI사업단장은 "AI 서비스 확대로 현재 80만명 수준의 기가지니 가입자를 연말까지 15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자사 AI 스피커 '누구'의 아파트 관리비 조회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누구 사용자들은 스마트홈 앱(응용프로그램)에 자신의 아파트와 동•호수 정보를 등록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예컨대 "이번 달 관리비 얼마야?"라고 물으면 "4월에 청구된 관리비는 ○○만원입니다. 5월 관리비는 ○일 나올 예정입니다"라고 알려준다. 관리비 정보는 제휴를 맺은 아파트 관리비 정보 제공 업체로부터 받는다. 누구는 또 이달 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보유한 약 10만개의 문화유산 관련 콘텐츠를 탑재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가령, 사용자가 '환도산성(고구려 옛 도읍)이 뭐야'라고 물으면, 단순한 백과사전식 설명이 아니라 위치와 역사적 의미까지도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카카오는 사용자가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통해 지인들과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보이스톡 기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에서 사용하는 모바일 전화 서비스 보이스톡을 AI 스피커를 통해서도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에게 보이스톡 걸어줘"라고 말하면 연결이 된다. 카카오는 또 카카오미니가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모두 4개국어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업데이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잠재 고객인 어린이 선점 경쟁도


AI 스피커 업체들은 아동용 서비스도 속속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스피커가 어린이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업체마다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3일 기가지니에 소리동화 기능을 선보였다. 소리동화는 부모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때 동화책의 단어를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효과음을 내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이달 중 자사 AI 스피커 카카오미니가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동화를 읽어주는 기능을 추가한다. 자녀의 이름을 미리 입력하면 동화 속 주인공이 아이를 부르며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식이다. 칭찬 기능까지 탑재했다. 네이버는 자사 AI 플랫폼 클로바가 탑재된 스피커에서 23만여 곡의 동요, 1400여 건의 동화를 서비스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만간 만화영화 콘텐츠와 중국어 관련 어학 콘텐츠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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