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거래소, 샤오미유치 위해 30년만에 상장규정 개정...차등의결권 허용

샤오미는 3일 홍콩거래소에 중신리앙(中信里昻)•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을 공동 주관사로 기업공개(IPO) 문건을 제출했다. 샤오미는 IPO로 조달한 자금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타 연구•개발(R&D), 세계 시장 확장 등에 각각 30%씩(총 90%)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는 영업자본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IPO를 통한 샤오미의 자금 조달 규모는 최소 100억 달러(11조원)에서 최대 150억 달러(1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가치만 1000억 달러(10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NYSC)에 250억 달러(27조원) 규모를 상장한 알리바바 그룹 이후 최대 규모다.
 
 또 홍콩 증시 상장 후 샤오미는 중국예탁증서(CDR)까지 발행할 예정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전했다. CDR은 미국의 주식예탁증서(ADR)와 유사한 개념이다. 샤오미가 비록 홍콩증시에 상장돼있지만, 중국내 투자자들이 CDR 거래를 통해 투자할수 있게 한 것이다. 
 

 샤오미는 창립 7년만인 지난해 160억 달러(1146억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해외 매출은 3배 이상 늘어난 321억 위안이었다. 영업이익(122억 위안) 역시 전년 대비 3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 샤오미는 1분기에만 세계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며, 삼성•애플•화웨이에 이어 세계 4대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부상했다. 블룸버그는 “레이쥔 회장의 지휘 아래 샤오미는 스마트폰 이머징마켓(신흥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뒤 선진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엔 스페인 시장에 진입했고, 이젠 애플의 본 고장(미국) 진입까지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한편 홍콩증권거래소는 중국 ‘IT 공룡’ 샤오미(小米)를 유치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상장 절차 개혁을 단행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상장기업의 차등의결권을 허용한 것이다. 샤오미의 주식모집설명서 제출(3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서다. 공식 개장(1986년) 약 3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상장 절차를 손본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시키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 합병(M&A)에 맞서기 위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 행사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홍콩 봉황망은 “샤오미는 (홍콩거래소가 앞서 도입한) 상장기업 차등의결권 제도의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홍콩증권거래소가 도입한 차등의결권 제도는 적대적 M&A가 활발했던 지난 1994년 미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이 제도 덕분에 NYSE는 구글•페이스북등 많은 혁신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봉황망은 전했다. 특히 2014년엔 NYSE와 홍콩거래소를 놓고 저울질하던 알리바바가 NYSE로 간 이유 중 하나도 이 제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에선 지난 2016년 차등의결권 허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최대주주 특혜 논란 등의 벽에 막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중국의 최대 부호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일 마윈의 자산은 469억 달러에 이른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던가. 마윈 회장이 조만간 1위 자리를 내놓을 듯하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小米•좁쌀)의 레이쥔(雷軍) 회장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1000억 달러(1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샤오미는 이번 IPO로 100억 달러(약11조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2014년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세계 최대 규모다. 좁쌀이 대형 홈런을 친 셈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레이쥔은 샤오미의 지분 77.8%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의 예상대로 샤오미의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가 되면 레이쥔의 지분가치는 77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레이쥔이 마윈을 앞서 중국 최대 부자가 된다. 레이쥔이 우상으로 여겼던 중국 2위 부자 마화텅(馬化騰) 톈센트 그룹 회장(396억 달러)도 앞지르게 된다.


█ 홍콩증권거래소, 샤오미 잡으려 규정 바꿔 차등의결권 도입
 
알리바바 이후 IPO 시장의 ‘대어’인 샤오미를 잡으려는 투자은행과 각국 증권거래소 간의 경쟁은 치열했다. 좁쌀을 잡은 곳은 홍콩이다. 홍콩증권거래소는 샤오미를 유치하기 위해 30년 만에 상장 규정을 바꿔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사상 최대의 IPO였던 알리바바 상장을 뉴욕에 빼앗긴 결정적 이유가 차등의결권이었다. 4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제도까지 바꾼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주당 1개의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와 기업 경영진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선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꼽힌다. 미국은 적대적 M&A가 만연했던 1980년대 이후 기업의 요구로 94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다. 그 덕에 구글과 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뉴욕증시를 택했다.
차등의결권은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줘 대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주당 10주의 의결권을 갖는다. 그 덕분에 레이 회장은 보유지분이 30%대 초반이지만 의결권 기준으로는 50%를 넘는다. 레이 회장은 "홍콩거래소가 창업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거래소는 IPO 유치에 사활을 건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기업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요즘은 중국이 상장 관련 규제완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알리바바가 뉴욕에 상장할 당시 "돈은 중국에서 벌고, 성과(배당)는 해외투자자들과 나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동안 차등의결권 구조로 해외에 상장한 기업은 중국증시 상장이 막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중국예탁증서(CDR)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 규제를 풀었다. 샤오미.바이두.알리바바는 조만간 중국 증시에도 상장한다.


█ 한국은?


한국은 거꾸로 간다. 법무부는 5년 보류됐던 상법 개정안을 다시 꺼내 들었다.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 등 하나같이 경영진의 힘을 빼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코스피에 상장시키더니 이제 와서 분식회계라고 말을 바꿨다. 정부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하자 수십개 기업이 해외로 나갔다.

자본은 이윤을 따라 움직인다. 수익 내기 어렵고 기업활동에 장애물이 많은 곳은 얼씬도 않는다. 최근 10년간 한국 기업의 해외투자 금액이 외국자본의 국내 투자보다 3배 많다는 통계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세수, 일자리 등 잃는 게 많다. 역대 정권마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헛구호가 됐다. 오죽했으면 기업인들이 "정부가 기업을 도우려면 가만 있어라"라는 쓴소리를 했겠나. 정부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을 새겨듣길 바란다.


█ 레이쥔과 샤오미


레이쥔의 운명을 바꾼 것은 우한(武漢)대 컴퓨터공학과에 학생이던 시절 만난 한 권의 책이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등을 다룬 책을 읽은 뒤 2년 만에 대학을 마치고 92년 소프트웨어 회사이던 킹소프트에 취직해 입사 8년 만에 최고경영자(CEO)가 된다.
2007년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은 다시 한번 레이쥔의 인생을 뒤흔든다. 모바일 세상에 대한 기대를 안고 그는 회사에 사표를 던진다. 2008년 엔젤투자자로 삶을 시작한 뒤 2010년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샤오미를 세웠다.

1년 뒤 레이쥔의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었다. 2011년 8월 내놓은 샤오미의 첫 번째 스마트폰 ‘Mi-1’가 출시 30시간 만에 예약 매진돼서다. 아이폰의 ‘카피캣(copycat•인기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이란 비판에도 1999위안이라는 파격적인 저가 전략이 지갑이 얇은 젊은 층을 파고들었다. 그에게 ‘중국의 스티브 잡스’ 혹은 ‘레이 잡스’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Mi-1 출시 설명회 무대에 잡스처럼 청바지에 짙은 색 셔츠를 입고 등장했기 때문이다.

샤오미가 성공을 거둔 것은 초기의 혁신적인 사업 모델 덕이다. 초창기 샤오미는 오프라인 매장 없이 온라인에서만 제품을 팔았다. 매출의 1%만 마케팅 비용에 썼다. 대신 입소문을 통해 판매를 늘려왔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나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공을 들였다. 구전 마케팅의 핵심은 ‘샤오미의 팬’으로 불리는 ‘미펀(米紛)’이다. 미펀은 자발적으로 샤오미의 영업맨을 자처했다. 여기에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가성비’를 인정받으며 샤오미는 ‘대륙의 실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위기도 있었다. 저가의 카피캣 전략으로 승승장구했지만 2015년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화웨이(華爲)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특허 관련 소송에 얽히면서 발목이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등 1년 만에 전열을 정비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인도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의 약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분기에는 2700만 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출하해 전 세계 시장점유율 7.5%를 차지하며 삼성전자와 애플, 화웨이에 이어 업계 4위로 도약했다. 샤오미의 지난해 매출은 1146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67%나 늘었다. 영업이익(122억 위안)도 전년 대비 3배 넘게 증가했다.

레이쥔은 “바람 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날 수 있다(只要站在風口, 猪也能飛起來)”고 강조한다. 시류를 읽고 태풍(기회)의 힘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좁쌀을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중 하나로 만든 그가 IPO를 통해 다시 한번 돼지를 날아오르게 할 수 있을까. 레이쥔의 또 다른 꿈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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