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0조원 펀드 추가로 조성,삼성 SK하이닉스 추월 목표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 독립(獨立)을 위해 3000억위안(약 50조8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 조성한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2014년 1390억위안(약 23조5000억원) 규모인 1차 펀드보다 두 배 이상 큰 신규 반도체 투자 펀드를 새로 조성해 미국•한국 등과의 반도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힐 계획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연간 2000억달러가 넘는 반도체 수입액을 대폭 줄이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이 앞서 2014년 구성한 펀드는 중국 반도체 기술 개발, 공장 구축 등 70여개 프로젝트에 투자를 단행해왔다.



중국 국영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중국 화웨이, 미국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은 중국산(産) 메모리 반도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투자를 등에 업은 국영 기업들이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 평균 판매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근 수년간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분기마다 조(兆) 단위의 이익을 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들도 저가(低價) 경쟁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은 AI(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기술 개발 속도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투자한 AI 반도체 기업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는 지난 3일 음성•이미지 인식, 자율주행차 같은 AI 기능을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AI 반도체를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현재 이 같은 수준의 AI 반도체 기술을 개발한 기업은 미국의 구글 정도다. 이번에 새로 만든 펀드를 통해 캠브리콘 같은 최첨단 반도체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가로 단행하고, AI 반도체 등 최첨단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반도체 투자 펀드 조성을 계기로 미•중 무역 갈등이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 영역에 정부 자금이 대거 투입되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WSJ는 "미국 정부는 중국의 새로운 펀드에 대해 '불공정한 행위'라는 비판을 강화할 것"이라며 "기존 반도체 기업들은 가격 하락 우려에 놓이고 미•중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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