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억명 쏟아내는 빅데이터…미국 추월의 도약대

미래산업의 패권장악을 둘러싼 세계 각국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4200조원에 달하는 인공지능(AI) 시장이 그 대상이다.
미국 경제매체인 쿼츠는 7일(현지시간)  최근 주요 국가들이 AI전략에 전력투구하는 현상이 과거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치르던 우주개발전쟁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선수교체가 일부 있다. 우주개발전쟁의 주인공이 미국과 소련이었다면 AI전쟁의 주인공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AI전쟁에서 중국의 추격세가 무섭다. 역사상 가장 큰 기술전쟁이 될 수 있는 AI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은 사활을 건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30년까지 AI산업을 1조달러 규모로 키워 세계 선도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 경쟁은 누가 데이터를 더 능숙하게 다루고 조종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빅데이터 산업이 중요한 이유이자 중국의 잠재력이 거대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현재 세계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으며 둘의 전략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국가가 나서서 자금을 쏟아 붓고 거시적 목표를 세우는 반면 미국은 대학과 연구소, 벤처기업 등 민간이 주축이 돼 AI 개발에 나섰다. 이 밖에도 영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등도 AI 개발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리서치기업인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AI사업 가치는 2018년 1조1750억달러(약 1300조원) 규모로 지난해보다 70% 늘어났다. 증가세는 차차 둔화되지만 AI산업 규모는 꾸준히 늘어 2022년 3조9230억달러(4200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가트너의 추산이다. 가트너의 부사장인 존데이비드 로베록은 "AI는 향후 10년간 기술분야에서 가장 파괴적인 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AI 최강자가 되기 위해 2030년까지 최소 70억달러를 AI 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AI에 투자한 중국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의 절반(48%)가량을 돌려받을 수 있어 창업 열기가 대단하다.


반면 미국은 국가가 제공하는 당근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대학과 기업, 연구소 등이 주축이 돼 연구를 하고 있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세계적 기업들은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AI 최강자를 놓고 다툴 동안 다른 국가들은 자신들만의 AI 강국을 건설하고자 한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2일 "중국의 공격적인 AI전략이 중국을 패권 국가로 만들 수 있다"면서 "중국의 AI기술과 경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활 건 AI전쟁, 승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여겨지는 AI는 세계 1~2위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운명을 결정지을 분야다. 지난주 무역담판을 짓겠다는 미국에 중국 측은 대중 무역적자 이슈와 함께 중국의 AI정책 문제를 논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정보기술(IT) 분야 '슈퍼스타'를 보유한 미국에 밀려왔던 중국은 조용하지만 견고히 AI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등 IT 실력자들과 함께 빠른 속도로 미국과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중국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AI 투자자금 152억달러(16조5000억원) 가운데 48%가 중국 기업으로 유입됐다. 미국 비중은 38%였다.

공개특허 수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AI, 딥러닝 관련 특허 수는 1293건으로 미국(231건)을 크게 웃돌았다.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AI 스타트업도 최근 중국에서 나왔다. 안면인식 기술 선두업체인 센스타임이 지난달 알리바바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부터 6억달러 투자유치에 성공해 기업가치가 45억달러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중국은 이투(25억달러), 메그비(10억달러)와 더불어 AI 분야 세계 1~3위 스타트업을 보유하게 됐다.

백악관 국가인공지능연구개발전략계획(NAIRDSP)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딥러닝' 또는 '딥 신경 네트워크' 관련 기사 수에서 미국을 뛰어넘었다.


■ 중국, 빅데이터 경쟁서 추종 불가


 AI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려면 △고도화된 알고리즘 △특화된 컴퓨팅 하드웨어 △머신러닝(기계학습) 시스템이 의존하는 막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국이 아직까진 이들 세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중국이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알고리즘과 컴퓨팅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팅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중국이 AI칩 개발을 위한 반도체기업 육성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 반도체기업 인수도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번번이 막혔다.

다만 알고리즘 부문에서는 미•중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AI부문은 올해 읽기 능력시험에서 MS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인공지능 경연의 장인 '이미지넷 이미지인식 대회(이미지넷)'에선 다수 중국 연구자들이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데이터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파트너인 제임스 마니카는 "데이터가 풍성한 곳에서 특화한 AI 프로그램은 더욱 완벽해진다"고 말했다.

중국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7억명 이상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는 데 거의 제한이 없어 수많은 스타트업이 다양한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AI대회 2곳에서 안면인식기술로 1위를 차지한 기업이 중국 상하이 소재 안면인식 기술기업 이투였다. 이투는 15억명 넘는 인물사진을 포함하는 세계 최대 초상화 시스템에 기반한 기술로 미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선전에 위치한 마롱 역시 패션쇼 사진 수십만장을 분석해 의류산업 고객에게 트렌드를 알려주는 기술서비스를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들과 시범운용하고 있다.

맷 스캇 마롱 공동창업자는 "중국에는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비즈니스가 있다"며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MS 리서치 출신인 스캇은 "중국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가지고 전 세계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통제 불가능•오작동 위험 커져가는 AI 규제 목소리


지난해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운전 보조기능인 '오토모드'를 작동시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오토바이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것을 계기로 인공지능(AI)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규제를 요구하는 사람 중에는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를 비롯한 일부 저명한 학자뿐만 아니라 사고차량 제조업체인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있었다. 이들의 우려는 AI가 사람이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더 발달되는 것으로, 더 늦기 전에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와 머스크는 2015년 AI 콘퍼런스에서도 무기화될 수 있는 AI 개발을 유엔이 금지해줄 것도 요구했다.


지난달 비영리 싱크탱크인 랜드코퍼레이션은 보고서에서 AI 의존이 높아지면서 2040년 이전에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앞으로 더욱 발달된 스마트 기기들이 나오면서 스스로 결정을 하거나 마치 사람처럼 경험을 터득하면서 사용자의 지시와 달리 작동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무인)차의 경우 AI로 달리는 다른 차량들이 규정속도를 지키지 않는 것을 보고 이것을 따라해 속도를 위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는 2030년이면 AI 기술이 사람의 능력을 앞서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규제방법 중에는 최근 각 나라 정부의 소프트웨어 사용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인간과 소프트웨어가 합쳐진 관리기구가 제안됐다.

또 해당 부서별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부는 항공기나 자동차 AI 관련 규제를 맡고 식품의약 관련 기구는 제약업계에서 사용하는 AI를 맡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도 지나칠 경우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에서 지나친 규제로 다수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AI 규제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6년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보고서는 AI의 개념부터가 불분명한 데다 기초 연구분야를 규제했다가는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규제는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쿼라 엔지니어인 제이비어 애머트리에인은 총기 같은 살상용 무기에 AI 기술이 도입되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AI 기술의 큰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기 단계라며 기술을 모르는 사람들이 규제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 간 치열한 AI 기술개발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규제로 인해 타국에 뒤처지는 것을 우려한 반대도 있다. 미국 과학계에서는 규제가 미국 AI 기술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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