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직접 전화로 음식주문 미장원예약, 사람처럼 의성어 쓰기도

 전 세계 테크 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에서 5월은 특별한 달이다.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연례 개발자대회를 잇따라 열고 한 해 사업 전략과 미래 기술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공개 석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창업자와 최고경영자(CEO)들도 연단에 서고, 이들이 던지는 화두는 세계 각지로 생중계된다
이중에서도 올해 5월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을 제시한 곳은 구글.  구글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수요일 저녁 6시에 식사하고 싶은데요. 5명이 넘어야 예약이 된다고요? 흠, 보통 그 시간대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앞으로 전 세계 식당과 미용실 종업원들은 전화로 이처럼 예약하는 ‘인공지능(AI) 손님’들을 상대하게 될 전망이다. AI 비서 플랫폼이 사람의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만큼 정교해졌기 때문이다.


■ 한층 더 사람에 가까워진 AI


구글은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엠피시어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회의 ‘구글 I/O 2018’에서 AI 비서가 사용자를 대신해 식당이나 병원, 미용실 등을 예약하는 ‘듀플렉스(Duplex)’ 기능을 시연했다.

AI 비서 구글어시스턴트는 인간 비서처럼 행동했다. 원하는 시간에 예약이 불가능하다는 답이 들리자 예약이 가능한 시간대를 문의했다. 예상 대기시간 등 사용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가 정보들도 수집했다. 대화 중간에 한 호흡을 멈추거나 ‘으흠’과 같은 의성어를 내뱉는 소리도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소상공인 중 60%는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활용하지 않는다”며 “동네의 작은 가게들을 AI로 해결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듀플렉스 서비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거실 온도를 20도로 내리고 조명도 낮춰줘”처럼 두 가지 이상의 지시가 섞인 복합적인 질문을 알아듣는다. AI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시를 나눠서 할 이유가 없다는 게 피차이 CEO의 설명이었다.


사용자가 새로운 명령을 내릴 때마다 구동 명령어 ‘헤이 구글’을 반복해 외쳐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진다. 한 번 구글을 부르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면 연결된 명령으로 간주해 순차적으로 지시를 처리하게 된다. 어린이 이용자가 공손하게 질문하면 칭찬하는 ‘프리티 플리즈(pretty please)’ 기능도 눈에 띈다.


■ ‘디지털 웰빙’ 기능도 추가


구글의 간판 앱(응용프로그램)에도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된다. 구글의 이메일 서비스인 G메일엔 ‘스마트 컴포즈(smart compose)’로 불리는 자동 완성기능이 들어간다. 한두 글자만 입력해도 사용자들이 이메일에 입력할 다음 문장을 AI가 예측해 회색 글씨로 연하게 띄워준다. 추천 문구가 마음에 들면 탭 키를 누르면 된다.

사진 관리 프로그램인 구글포토에선 PDF 변환 기능을 주목할 만하다. 책이나 서류를 카메라로 찍어 PDF 파일로 변환할 수 있다. 서류 문구 중 일부를 텍스트 형태로 오려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오래된 사진을 컬러사진으로 바꿔주거나 사진에서 인물을 뺀 배경만 흑백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추가된다.

새로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P는 ‘디지털 웰빙’에 중점을 뒀다. 사용자가 어떤 앱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는지 알려주고, 일정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화면이 흑백으로 변하는 기능을 집어넣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VR 등 사업 다각화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은 지난 1일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 연 개발자대회 'F8'에서 깜짝 신규 서비스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이 이성 간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매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보고 느낀 글과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계정도 방문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와 가장 잘 맞는 상대를 찾아줄 계획이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페이스북 측은 "20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사용자 중 2억명이 스스로를 '솔로'라고 표시해 놨다"고 밝혔다.



사진 공유 소설미디어인 인스타그램에는 증강현실(AR) 카메라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가 사진을 찍고 그 위에 다양한 가상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게 한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에는 AI를 활용한 자동 번역 서비스를 대폭 확대한다. 199달러짜리 가상현실(VR) 기기인 '오큘러스 고'도 선보였다. 이 기기는 스마트폰이나 PC 없이 VR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기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우리가 가야 할 길에는 장벽도 있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윈도 독자 노선에서 개방 선택한 MS


MS는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연 개발자대회 '빌드'에서 PC 운영체제인 윈도 중심의 독자 노선 대신에 타사와의 개방•협력을 통한 사업 확장을 선택했다. 각 분야별 최강자인 구글•애플•DJI•퀄컴•아마존 등과 손을 잡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빌드에서 선보인 신규 서비스인 '당신의 전화'(Your Phone)다. 이 앱을 PC와 스마트폰에 각각 설치하면 두 기기가 하나처럼 연동돼 스마트폰으로 온 문자메시지를 PC에서 읽을 수 있고, PC 사진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다.



드론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드론 제조사인 중국의 DJI와 협력해 드론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다. MS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AI 기술을 드론에 적용해 건축, 농업, 보안 등 다양한 영역의 맞춤형 드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AI 비서 분야에서는 아마존과 협력한다. 윈도 PC에서 음성으로 아마존의 AI 소프트웨어 알렉사를 호출하고, 아마존 AI 스피커인 에코에서 MS 음성 비서인 코타나를 부른다. MS 사티아 나델라 CEO는 "기술은 어려움을 겪는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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