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新무기에 접목… 개발 속도

지난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의 눈길은 평창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 오륜기에 집중됐다. LED 조명을 장착한 드론 1218대가 만들어낸 오륜기 형상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드론 오륜기 쇼는 국내에 드론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드론을 주제로 한 세미나와 전시회가 잇따라 잇달아 개최되면서 드론의 활용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국방 분야에서도 무선전파로 조종할 수 있는 무인비행체 드론(Drone)과 스스로 작업하는 능력을 지닌 기계인 로봇(Robot)을 합친 드론봇이 육군의 미래를 책임질 신(新)개념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육군 장병들이 지난해 10월 17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 연병장에서 드론을 이용해 적군의 위치를 찾는 훈련을

                                  실시하기에 앞서 지도를 보며 회의를 하고 있다.


■ 드론봇으로 미래 전장에 능동적 대응


“수십대의 드론이 일사불란하게 군집비행을 하고,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폭탄을 투하한다.”

육군이 구상하는 2030년대 전장(戰場)의 모습이다. 군 조직 축소를 포함한 국방개혁 2.0 실행과 입대자 감소에 직면한 육군은 첨단 기술로 무장한 드론봇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육군은 드론봇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드론봇 전투체계 비전 2030’을 마련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태세다.

비전 2030에 따르면 육군의 드론봇은 미국의 대표적 무인기인 프레데터처럼 감시 정찰 및 공격 능력을 통합해 감시-판단-결심-행동에 이르는 전투 과정을 실시간 수행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드론봇이 중심이 된 △하이퍼 기동전 △초(超)지능전 △첨단 비(非)대칭전을 펼쳐 적군을 신속히 제압한다는 구상이다. 하이퍼 기동전은 드론봇을 앞세운 지상 기동부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전투를 수행하여 적에게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는 전투 방식이다. 초지능전은 다양한 무기들을 네트워크로 결합하면서 정보를 실시간 융합하는 것이다. 첨단 비대칭전은 많은 수의 드론을 한꺼번에 투입해 적군을 교란•마비시킨다는 개념이다.



드론봇 작전개념에 필요한 신형 드론 시스템 구상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형 군집(群集) 드론과 모체(母體) 드론의 결합이다. 모체 드론은 폭발물을 탑재한 다수의 소형 군집 드론들을 싣고 적진으로 이동한다. 적진 상공에 도착한 모체 드론은 소형 군집 드론들을 적진에 투입한다. 소형 군집 드론들은 탑재한 폭발물을 사용해 적 지휘소나 방공체계 등을 파괴하고 모체 드론으로 복귀한다. 모체 드론은 소형 군집 드론들을 싣고 기지로 돌아온다. 소형 군집 드론은 크기가 작아 탑재하는 폭발물의 위력은 약하지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어 기습공격이 가능해 적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모체 드론을 개발하는 대신에 육군 자주포나 탄도미사일을 이용해 소형 군집 드론들을 적진에 투입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육군은 전체 전력의 30%를 다양한 종류의 드론봇으로 구성해 사람과 드론봇이 함께 싸우는 전투 방식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육군 관계자는 “전투력의 30%를 드론봇으로 구성하면 병력 및 부대 감축에 따른 전투력 저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내 드론봇 전투단 창설… 정책 연속성 필요


육군은 드론봇 전투체계 연구와 운용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교육사령부 예하에 설치된 드론봇 군사연구센터는 드론봇 전투 수행 방법, 비전 등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육군은 드론봇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드론봇 군사연구센터와 육군정보학교 예하 드론봇 교육센터를 통합해 드론봇 전투발전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드론봇을 운용할 드론봇 전투단도 올해 창설된다. 육군은 10월 제1•3 야전군사령부를 통합해 신설되는 지상작전사령부에 드론봇 전투단을 만들 예정이다. 드론봇 전투단은 드론봇 군사연구센터와 함께 드론봇의 구체적인 역할을 설정하고 부대 운영에 어떤 장비와 물자, 시설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지상작전사령부를 시작으로 후방 지역 작전을 전담하는 제2 작전사령부와 수도권 방어를 맡은 수도방위사령부에도 드론봇 전투단을 창설한다는 방침이다. 드론봇 전투체계가 확립되면 육군 전 부대에 드론봇이 배치된다. 드론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인력도 올해 안에 선발할 예정이다.



육군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드론봇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산•학•연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병력 감축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 기술인 첨단 무인이동 및 로봇 기술을 국방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국가 안보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육군은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드론봇 정책이 육군에서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드론봇 개념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물러나면 드론봇 개념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두형 드론봇 군사연구센터장은 “드론봇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려면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내에서 기술적 리스크가 큰 드론봇 개발을 선도할 수 있는 조직은 군 이외에는 없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