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충전 혐의, 업계 전체로 수사 확대될 듯


국내 최대, 글로벌4위의 암호화폐(가상화폐)거래소가 사기혐의로 검찰에 압수수색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정대정 부장검사)는 10일부터 이틀에 걸쳐 강남구 업비트 사무실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업비트는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전산상으로 있는 것처럼 '허위충전'해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사기•사전자기록등위작행사)를 받는다.
업비트는 가상화폐를 전자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코인 지갑'에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 거래'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실제 업비트가 가상화폐를 허위로 충전해 놓은 뒤 나중에 다른 업체로부터 가상화폐를 사서 메우는 식으로 운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가상화폐 거래 실태를 점검해 위법 정황이 큰 사례들을 발견하고 이를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대표자나 임원 명의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수법으로 빼돌리거나 가상통화 투자 명목으로 일반인을 속여 자금을 모은 정황 등이 발견됐다.


                                              업비트의 서비스 화면


검찰은 지난 3월 코인네스트 등 거래소 3곳을 압수수색했으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코인네스트 대표 김모씨 등 3명을 재판에 넘긴 바 있다.


█ 충격 받은 시장, 가격 내리 꽂아


주요 혐의점이 사기라는 점 때문에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의 충격이 큰 상황이다.
통상 거래소는 이용자가 가상화폐를 구매하면 이를 전자지갑에 보관한다. 이를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옮기거나 원화로 출금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업비트는 예전부터 거래 가상화폐 수와 비교하면 전자지갑 수가 현저히 적어 사실상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 거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용자들도 다른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옮기지 못하고 업비트에서만 거래를 해야 해 불편을 겪었다.

업비트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업체라는 점도 충격파를 더하고 있다.
앞서 중소 거래소의 대표격인 코인네스트가 검찰 수사를 받았고 대표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지만, 시장의 동요는 크지 않았다.
시중은행으로부터 가상계좌를 부여받은 대형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업비트의 상황은 다르다. 업비트는 24시간 거래량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 오케이엑스(OKEx), 바이낸스, 후오비의 뒤를 이어 세계 4위이자 국내 1위로 꼽히는 거래소다.


█ 투매현상까지일어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0분 990만9천원에서 오후 4시 40분 891만4천원으로 1시간여 만에 10.0%나 하락했다.
또 다른 대표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81만원에서 65만9천원으로 18.6% 급락했다. 리플(-20.9%)과 라이트코인(-17.0%) 등 대부분 가상화폐도 1시간 남짓 기간에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해외 거래소에서도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비트코인은 하루 전보다 6.9% 떨어진 8천696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이더리움은 9.6% 하락한 688달러, 리플은 16.9% 폭락한 0.666953달러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이번 검찰 수사가 가상화폐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투자자는 "현금화를 했는데 출금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안 그래도 장이 안 좋은데 이런 소식까지 들려 당분간은 지켜보는 것이 답일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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