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2019년 은퇴한 이세돌 9단, "알파고 대국 NFT 낙찰자와 바둑 두겠다..내 바둑인생을 담은 토큰"

이세돌9단과 블록체인 스타트업 22세기미디어(대표이사 유신재)가 발행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꺾은 역사적 대국의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로 발행해 11일 오전 10시부터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NFT 발행 및 경매와 관련 이세돌 9단은 첫 마디부터 이번 경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이유를 밝혔다.

이세돌 9단은 배포한 자료를 통해서 “바둑을 모르는 분이라면 바둑이 예술이라는 걸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지만, 기보를 보면 한 수 한 수 둬 나갈 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런 맥락을 알게 되면 이게 예술품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며 “내가 바둑을 예술로 배운 마지막 세대라고 했지만, 이번 일이 바둑이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 바둑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그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대국도 많았는데 이번 대국을 NFT로 발행한 계기에 대해서는 “1995년에 입단해 2019년까지 25년 간 프로 바둑 세계에서 활동하며 수천 판의 대국을 했다. 그 중 알파고와의 대국이 대중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또 굳이 블록체인에 영원히 남긴다면 아무래도 내가 진 대국보다는 이긴 대국을 남기는 게 낫지 않냐”며 그리고 “나는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배운 거의 마지막 세대다. 어쩌면 마지막 인물일 수도 있다. 

나와 같은 세대에서조차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는 이는 매우 드물다. 지고 이기고와 무관하게 예술로서의 바둑은 대국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거다. 이겼다고 해서 그 사람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내가 진 대국을 상대방이 NFT로 만든다고 하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런 점에서 '내 바둑 인생을 담았다'고 표현해도 부담이 덜하다. 물론 알파고 뒤에는 그걸 만든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어쨌든 프로그램이지 사람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NFT가 앞으로 수집 가능한 대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보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한발 내딛는다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슛이 아무리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았다고 해도, 이전까지는 기억 속에만 있고 그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기념하는 상징적인 무언가를 만든다. 물론 사진이나 미술품도 있어왔지만 NFT에 어떤 상징적인 무언가를 담는다는 건 느낌이 또 다르다.”고 말해 앞으로의 NFT 시장에서의 가치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커질것으로 내다봤다. 

이세돌 9단은 이번 NFT 발행 후 경매가 성공리에 이뤄져서 이더리움을 받게 되면 “명확하게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나는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중 하나로 이더리움은 연료 혹은 혈액 같아 암호화폐 시장에서 흥미로운 실험들은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이뤄진다”며 “NFT가 팔리면 수익으로 얻은 이더의 일부는 팔고 일부는 보유할 것 같다”고 답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은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된다면 “현재까진 바둑과 관련한 활동에 쓸 계획은 없고, 다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이번 NFT 발행을 계기로 앞으로 바둑이 좀 더 예술로 다가갔으면 좋겠고, 낙찰받은 이가 바둑 팬이라면 상징적, 기념적인 무언가를 나와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내 바둑인생을 담은 토큰'을 산 사람이니까, 그런 분과 바둑을 둔다면 나도 굉장히 즐거울 것 같고, 바둑을 모르는 분이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이번에 발행한 NFT는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 당시 바둑판 위에 흑돌과 백돌이 차례대로 놓이는 모습과 “신의 한수”로 평가받는 백 78수가 표시된 기보를 배경으로 촬영한 이세돌 9단의 사진과 서명이 담긴 동영상 파일을 기초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발행됐다.

지난 2016년 3월13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챌리지 제4 국에서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는 알파고가 인간을 상대로 둔 74차례의 공식 대국 가운데 인간이 승리를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대국으로, 인공지능을 상대로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로 아직까지도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결정지은 백 78수는 “신의 한 수”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일종의 ‘디지털 진품 증명서’로 알려진 NFT는 해외에서는 이미 경매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올봄 크리스티 경매에서 최고의 화제를 나았던 비플(Beeple)의 디지털 회화 작업은 6,930만 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되었다. 이외에도 그래피티 예술가 뱅크시를 비롯해 일론머스크의 부인 그라임의 디지털 회화 작품 10점도 총 65억원의 천문학적인 가격에 판매되면서 전세계 예술가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이세돌 9단의 NFT 경매는 18일 오전 10시까지 세계 최대 NFT 경매사이트인 오픈씨(opensea.io)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경매참여를 원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세돌 9단, NFT 발행 및 경매 Q&A

1) 블록체인과 NFT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블록체인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암호화폐 붐)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분산형 데이터 저장 방식을 기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산업 전반에 매우 많지 않나. 그래서 흥미롭게 봤다. 다만 NFT는 조금 생소했던 게 사실이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 건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 보니 흥미로운 점이 많더라. 기념하고 싶은 순간을 블록체인을 이용해 상징으로 남기면, 바둑뿐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하나의 재미있는 사건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2) 원래도 신기술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편인가?
누구나 그렇겠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많이 줄 수 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늘 관심이 가더라.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호기심이 들기 때문이다.

3) 2016년 알파고와 대국을 하기로 한 데에 그 호기심의 영향도 있었나?
컴퓨터 프로그램이 바둑을 둔다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도 그렇지만 한 명의 바둑인으로서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실제로 내가 (컴퓨터와 바둑을 두는) 주인공이 될 줄은 몰랐다. (웃음)

4) 여러 대국 중 알파고와의 대국, 특히 제4국을 이더리움 NFT로 발행하는 이유는?
1995년에 입단해 2019년까지 25년 간 프로 바둑 세계에서 활동하며 수천 판의 대국을 했다. 그 중 알파고와의 대국이 대중성과 상징성 측면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또 굳이 블록체인에 영원히 남긴다면 아무래도 내가 진 대국보다는 이긴 대국을 남기는 게 낫지 않나.
나는 바둑을 스포츠가 아닌 예술로 배운 거의 마지막 세대다. 어쩌면 마지막 인물일 수도 있다. 나와 같은 세대에서조차 바둑을 예술로 배웠다는 이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지고 이기고와 무관하게 예술로서의 바둑은 대국에 참여하는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거다. 이겼다고 해서 그 사람 것이 아니라는 거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내가 진 대국을 상대방이 NFT로 만든다고 하면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런 점에서 '내 바둑 인생을 담았다'고 표현해도 부담이 덜하다. 물론 알파고 뒤에는 그걸 만든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어쨌든 프로그램이지 사람이 아니지 않나.

5) 이전까지 수집품은 주로 미술품에 한정돼 있었다. NFT가 앞으로 수집 가능한 대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한발 내딛는다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마이클 조던의 마지막 슛이 아무리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았다고 해도, 이전까지는 기억 속에만 있고 그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걸 기념하는 상징적인 무언가를 만든다. 물론 사진이나 미술품도 있어왔지만 NFT에 어떤 상징적인 무언가를 담는다는 건 느낌이 또 다르다.

6) 이번 NFT 발행으로 바둑이 예술로서 인정받을 여지가 더 커질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 예술품이더라도 승패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게 과연 명국'이라고 누구나 인정할 만하다면 진 사람 입장에서도 값어치가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적어도 나는 내가 지면서도 명국이라고 할 만한, 이건 정말 자랑할 만한 바둑이었다고 할 만한 걸 25년간 못 만들어 봤다.  다른 사람이 그런 바둑을 둔 걸 보지도 못했다.

7) 워낙 지는 걸 못 받아들이는 성격이어서 그런 건 아닌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바둑을 둔다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나오면서 우리 실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 인공지능에게 나는 한 판 이겼지만, 그건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이 매우 초창기 단계에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인공지능을 이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게 가능한 확률을 구하느니, 차라리 어서 미국에 가서 수퍼볼 복권을 사는 편이 더 낫다.
알파고 제4국도 사실 기보로서 명국이라고 누가 이야기 하겠나. 인공지능도 신은 아니다. 신이 보기엔 '저게 뭐야' 할수도 있다. 다른 의미에서 상징성이 있다고 본 거다. 

8) 2019년 은퇴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일단 인공지능이 상당히 컸다. 이긴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바둑을 둔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사람끼리라면 '내가 저 놈 이기겠어' 하고 덤비겠지만, 인공지능과는 딱 보기에도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바둑을 둔다고 하면 프로든 아마추어든 누구나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상대방이 사람이 아닌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바둑을 두는 순간 최고가 아닌 게 들통날 정도의 고수가 존재하는 건 괴로운 일이다.
은퇴를 결심한 나머지 이유도 물론 있지만, 여기서 굳이 이야기 할 건 아니다.

9) 은퇴 이후엔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 구체적 계획을 밝히긴 어렵다.

10) 알파고 제4국 NFT를 낙찰받은 이가 바둑 팬이라면 함께 바둑을 둘 생각도 있나?
물론이다. 내가 해 온 모든 걸 그 사람에게 넘기는 건 아니더라도, 상징적, 기념적인 무언가를 나와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내 바둑인생을 담은 토큰'을 산 사람이니까, 그런 분과 바둑을 둔다면 나도 굉장히 즐거울 것 같다. 바둑을 모르는 분이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11) 경매를 통해 벌게 되는 이더리움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현금화할 것인가?
가격이 정해져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 보니 명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 이 질문엔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는 암호화폐, 특히 이더리움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 중 하나다. 이더리움은 연료 혹은 혈액같다. 암호화폐 시장을 보면 흥미로운 실험들은 대부분 이더리움으로 이뤄진다. 또 다른 코인을 만들 때 이더리움을 바탕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더리움이 없으면 암호화폐 생태계도 안 돌아간다. NFT가 팔리면 (수익으로 얻은 이더의) 일부는 팔고 일부는 보유하지 않겠나(웃음)

12)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된다면 이세돌 배 바둑대회 같은 걸 열어볼 생각도 있나?
그건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이긴 하지만, 현재까진 바둑과 관련한 활동에 쓸 계획은 없다. 은퇴 한 이후로는 친한 아마추어들과는 바둑을 둔 적은 있지만, 정말 실력 있는 프로들과는 바둑을 둔 적도 없다. 솔직히 그렇게 머리를 쓰고 싶지 않더라.

다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이번 NFT 발행을 계기로 앞으로 바둑이 좀 더 예술로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거다. 솔직히 바둑에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말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술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다면 예술적 가치도 없는 거다.

바둑을 모르는 분이라면 바둑이 예술이라는 걸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지만, 기보를 보면 한 수 한 수 둬 나갈 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그런 맥락을 알게 되면 이게 예술품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내가 바둑을 예술로 배운 마지막 세대라고 했지만, 이번 일이 바둑이 예술로 받아들여지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란다. 바둑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그 쪽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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