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뷰노'가 개발한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뷰노의 인공지능 기반 영상진단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구동되는 장면. 사진=뷰노 제공



 
인공지능(AI)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국내 대형병원에서 국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성조숙증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국내 의료기기업체 (주)뷰노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영상분석장치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VUNOmed-BoneAge)‘를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허가된 제품은 인공지능(AI)이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하여 환자의 뼈 나이를 알려주고, 의사가 제시된 정보 등으로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다. 그간 의사가 환자의 왼쪽 손 엑스레이 영상을 참조표준영상(GP)과 비교하면서 뼈 나이를 판독했던 것을 자동화하여 판독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허가 제품은 지난해 3월부터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ㆍ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으로 선정되어 식약처가 임상시험 설계에서 허가까지 맞춤 지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환자 왼쪽 손 엑스레이 영상을 분석하여 의료인이 환자 뼈 나이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허가됐다. 분석은 인공지능이 촬영된 엑스레이 영상의 패턴을 인식하고 성별(남자 31개, 여자 27개)로 분류된 뼈 나이 모델 참조표준영상에서 성별ㆍ나이별 패턴을 찾아 유사성을 확률로 표시하면 의사가 확률값, 호르몬 수치 등의 정보를 종합해 성조숙증이나 저성장을 진단한다.  
 

 한편 루닛, JLK인스펙션 등도 제품 허가를 앞두고 있어 AI를 활용해 진료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의사 진단 도와 정확도•속도 높여


식약처는 의료용 AI 스타트업 뷰노가 개발한 의료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2등급 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의사가 아동의 성조숙증, 저성장을 진단할 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왼손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뼈 나이를 판독해 알려준다.


이전에는 의사가 직접 표준 엑스레이와 환자 엑스레이를 비교해 뼈 나이를 분석했다. 이를 AI가 대신하면서 판독 시간이 줄고 정확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임상시험에서는 의사가 판단한 뼈 나이와 AI가 판단한 뼈 나이가 평균 0.9개월 정도 차이가 있었다. AI가 스스로 학습하면서 정확도를 높여가는 것도 장점이다. 뷰노 관계자는 “의사가 할 때보다 정확도는 8% 올라갔고 판독 시간은 최대 40% 줄었다”고 했다.


뷰노는 2016년부터 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9월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받았다. 임상 승인 9개월 만에 식약처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식약처가 지난해 11월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도적 지원을 강화한 덕분이다.


■ 영상진단 AI 개발 ‘활발’


제품 승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경색 유형을 분류하는 JLK인스펙션의 ‘JBS-01K’, 엑스레이 영상으로 폐질환 진단을 돕는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등도 임상 허가를 받았다. 뷰노도 추가 제품을 개발한다. 흉부 엑스레이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반으로 한 폐암 진단기기, 안저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생체신호로 심정지를 조기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도 내년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AI를 이용한 헬스케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2014년 6억3400만달러(약 6800억원)에서 2021년 66억6200만달러(약 7조원)로 매년 40% 성장할 전망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진단기기 개발이 많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는 2015년 1월 이후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의료용 AI 스타트업의 30%가 AI를 활용한 영상 분석 및 진단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당뇨병성 망막증을 AI로 진단하는 기기(IDx-DR) 판매를 허가했다. AI가 의사 없이 독자적으로 진단하는 세계 최초 기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승인받은 AI 의료기기는 10개 정도”라며 “대다수가 의사의 질병 진단을 돕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보험수가 산정은 난제


첫 국산 AI 의료기기 허가가 나면서 AI 의료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 및 건강보험 수가 산정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뷰노가 개발한 제품은 성조숙증, 저성장 등 비급여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 협상 없이 곧바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건강보험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이 허가를 받으면 수가 산정 문제가 시장 진입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의료용 소프트웨어를 제작해도 충분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 원장은 “의사가 AI 의료기기를 이용해 판독할 때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입증된다면 수가를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 AI, 이미 의약계에 전방위 확산 중


신약 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인공지능(AI)이 제약업체 채용에도 활용되면서 의약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사의 진단을 돕는 AI와 의료기기가 의료현장에서 활약하는 중이다.


의료•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 AI 면접을 도입했다. AI 면접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가 질문을 하고 지원자가 답을 하면 AI가 목소리와 표정의 변화, 사용 단어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AI 면접은 기존 전형에서 필기시험 격인 인적성검사를 대체한다. 한미약품과 JW중외제약은 AI 면접이 도입된 채용 분야의 지원자가 낸 서류에서 결격사유가 없다면 누구나 면접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입사 지원자들은 AI 면접의 도입으로 인적성검사에 응시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까지는 인적성검사를 보기 위해 주요 대도시에 마련된 시험장을 찾아야 했지만, JW중외제약의 AI 면접은 지원자가 카메라와 마이크가 설치된 컴퓨터로 집에서도 응시할 수 있어서다.


제약업체 입사 지원자 뿐 아니라 회사도 AI를 활용해 신약 연구•개발(R&D)의 비용•시간을 줄일 방안을 찾는 중이다. 신약 개발 과정의 초기에 수많은 논문과 화합물 구조를 검색하는 일을 사람이 하면 길게는 수년씩 걸리지만, AI를 활용하면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에 유한양행, CJ헬스케어, JW중외제약 등은 AI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과 손잡고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협회 차원의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다.


의료계는 이미 AI로부터 환자 진단에 대한 도움을 받고 있다. 의료용 AI의 선두주자인 IBM의 왓슨은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선대병원, 전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에 공급돼있다. 길병원은 왓슨을 이용한 다학제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5대병원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고 자평한 바 있다.


왓슨 도입에 소극적인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5대병원은 자체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IBM이 아닌 기업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10월 마이크로소프트, 올해 1월 국내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루닛과 각각 `한국형 AI 정밀의료시스템 구축`, `AI 기반 진단보조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빅데이터가 내장된 의료기기도 판매 중이다. 삼성메디슨이 내놓은 초음파진단장비 RS80A에는 경력 20년 이상의의사 7명의 영상진단 사진 1만장과 딥러닝 기능이 탑재돼 의사들의 진단을 보조한다. 삼성메디슨은 지난 2월 빅데이터 기술로 장기와 골격에 가려져 진단이 어려운 부위의 병변과 질환을 파악하도록 돕는 진단보조 솔루션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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