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사료를 주고 놀아주는 자율기능도 척척
나날이 진화하는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IT)는 로봇 공학과 결합해 생산 활동이 아닌 인간과 교감하는 엔터테인먼트형 펫 로봇을 탄생시켰다. 1963년 TV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된 '아톰'은 당시 어린이였던 지금의 과학자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의 꿈을 전했으며,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대중에게 파고들기 시작한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과 대화하는, 각 가정에 보급되는 퍼스널 로봇을 실현했다. 센서로 인간과 교감하는 애완 로봇의 출현이다. 사람의 일손을 돕는 로봇에서 사람과 교감하는 애완용 로봇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파란 풀밭을 걷는 사람 뒤꽁무니를 네 발 달린 노란 로봇이 아장아장 따라간다. 손을 내밀자 한쪽 앞다리를 들어 올려놓는다.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애완견 로봇 '스팟 미니'다. 지난 3월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팟 미니와 함께 걷는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썼다. '내 개와 산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창업자 마크 레이바트는 미국 CNN과의 19일(현지 시각) 인터뷰에서 "올해 하반기 100개를 만들어 내년에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공장에서 일손을 대체하던 산업용 로봇의 한계를 넘어 사람과 교감하는 애완용 로봇이 일상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주인 목소리를 기억하고 함께 산책하는 애완 로봇
스팟 미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창업 26년 만에 처음 내놓는 상업용 로봇이다. 1992년 창업한 이 회사는 두 발, 네 발 보행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3년 구글에 인수돼 미국 국방부와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지난해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스팟 미니는 한 번 배터리 충전으로 90분 동안 움직일 수 있다. 높이 0.84m, 무게 30㎏의 중•대형견 크기에 17개 관절로 연결돼 있다. 자율 주행 기술로 사람 도움 없이 실내 지형을 파악해 스스로 움직인다. 기어가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고 집게를 몸에 연결하면 물건을 집을 수도 있다. 제품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애완용 로봇은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일본 소니가 지난 1월 출시한 로봇 강아지 '아이보'는 3개월 만에 1만대가 팔렸다. 출시할 때부터 인기가 폭발해 지금도 추첨을 통해 판매될 정도다. 무게 2.2㎏에 키 30㎝의 아이보는 22개 관절로 실제 강아지처럼 움직인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주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기억해 따라다니기도 하고 주인이 칭찬하면 귀를 쫑긋 세우거나 꼬리를 흔든다.
소니 관계자는 "진짜 개를 돌볼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아이보가 충분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니는 향후 미국과 중국 시장에 아이보를 판매할 계획이다.
█ 인간과 교감하는 감정 로봇 시대 온다
애완용 로봇은 전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 로봇개발업체 콜로니로보틱(Kolony Robotic)은 지난 2일 개나 고양이와 놀아주는 미아(MIA)를 개발하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공식 런칭했다.
‘미아’는 집안을 자율적으로 돌아다니면서 고양이, 개 등 애완동물에게 사료를 주고, 놀아주기도 한다. 로봇을 잘 쫒아다니면 애완동물에게 사료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장애물과 계단을 피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주인이 외출시 외부에서 원격으로 스마트폰으로 제어하거나 애완동물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작동 시간, 사료 제공 시간, 작동 횟수 등을 정할 수 있다.
주인이 집에 없으면 애완동물은 불안감을 느끼기 쉬운데 로봇과 같이 놀다보면 불안감이 없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로봇을 쫒아다니다보면 운동량이 증가하면서 비만 문제도 개선할수 있다. 폴리머 재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애완동물이 부딪히더라도 상처를 입히지 않는다.
미아는 '우프박스(Woofbox)', 미아캠(Miacam) 등 제품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우프박스는 개가 짓으면 주인에게 통보해줘 원격지에서 주인이 로봇의 작동을 명령할 수 있다. 미아캠은 애완 동물의 실시간 동영상을 주인의 스마트폰에 보내준다.
콜로니 로보틱은 얼리 버드 사용자 250명을 대상으로 기본형 제품을 169달러에 한정 제공한다. 제품 구성에 따라 189달러에서 1499달러에 판매한다. 연말부터는 주문 배송을 시작한다.
미아
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레카는 발달장애 아동들의 친구가 될 로봇 레카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정보기술)전시회 CES 2018에서 선보였다.
지름 18cm 공처럼 생긴 레카는 데굴 데굴 집안을 굴러다니며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한다. 표정을 나타내는 화면으로 감정표현을 하는데 아이가 쓰다듬어 주면 웃는 표정을 지으며 사회성 발달을 돕는다.
AI는 점차 인간과 교감하는 감정 로봇시대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가고 있다. 로봇이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수억 건의 인간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애완 로봇들의 등장은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감정 로봇(Emotional Robot)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로봇이 카메라와 각종 센서로 수억건의 인간의 행동 패턴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이 현재 어떤 심리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박성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단장은 "1인 가구가 늘고 AI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인간과 교류할 수 있는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에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