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피커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실제 가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
특정 개인의 목소리를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되는가 하면 상품 주문과 배송 요청까지 할 수 있는 스피커가 현실에서 응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통사들의 AI스피커 활용은 결제와 보험처리 등까지 가능해 ‘보이스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형의 쇼핑패러다임을 낳고 있다. 공인인증서를 받아가며 인터넷쇼핑을 하던 것이 바야흐로 구시대 유물로 사라지기 직전이다.


■ KT, 개인 음성합성 기술 접목


 KT가 AI 스피커에 특정 인물의 목소리로 음성을 합성할 수 있는 P-TTS(Personalized-Text To Speech)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국내에서 AI 스피커에 P-TTS를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P-TTS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며칠간 수집한 음성 데이터만으로 특정 인물의 목소리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KT(회장 황창규)는 24일 AI 스피커에 딥러닝 기반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P-TTS)’을 상용화하고, 그 첫 시작으로 기가지니에 P-TTS 기술을 적용한 ‘박명수를 이겨라’ 퀴즈 게임을 25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림=KT제공

                                                          

 이번에 상용화하는 P-TTS 기술을 활용하면 단순히 문장을 발음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별 발화 패턴이나 억양까지 학습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해 연예인 목소리로 음성을 합성해 선보인 사례는 있지만, 제한된 문장만을 합성할 수 있거나 음성 합성 후 데이터를 정제하는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KT의 P-TTS 기술은 어떤 문장이라도 합성해 낼 수 있고 문장당 1초 내로 합성이 가능하며 후처리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KT는 개인화 음성합성 기술 개발에 맞춰 박명수 목소리를 적용한 ‘박명수를 이겨라’ 퀴즈 게임을 25일 출시한다. ‘박명수를 이겨라’는 기가지니에게 “지니야, 박명수를 이겨라”라고 말하면 박명수 목소리로 시사상식, 박명수 현실어록, 수도 맞추기, 19단 맞추기(인도 베다수학) 등 매일 새로운 퀴즈를 풀 수 있는 게임이다. 매일 5문제를 풀 수 있으며 사용자가 문제를 모두 맞추면 박명수와의 퀴즈 대결에서 승리한다.

 박명수를 이겨라’는 매주 금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일주일 간 진행되며, 매일 5문제를 모두 맞춘 날의 합산일수, 출석횟수, 일주일 누적 정답 수를 합산해 이용자간 실시간 랭킹 기능을 제공한다. 상위 랭킹 이용자에게는 ‘매일 박명수와 퀴즈 풀면 주말엔 박명수가 영화 한편 쏜다’ 등 매주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KT AI사업단장 김채희 상무는 “그동안 AI 스피커에서 특정 인물의 목소리로 음성을 듣고 싶다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기술을 상용화했다”며 “앞으로 기가지니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연예인의 음성으로 바꾸거나, 기가지니에게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명령하면 부모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제 보이스커머스로 가자… AI 투자 나선 유통사들


 생수가 다 떨어진 소비자가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스피커 ‘클로바’에 “클로바, 생수 주문해줘”라고 말한다. 클로바는 네이버페이로 대금을 결제하고 소비자가 미리 설정해 놓은 배송지로 제주 삼다수를 배달시킨다.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도 클로바가 따로 설명해준다.


                                                     네이버 홈페이지에서 캡쳐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AI 스피커로 이달부터 음성쇼핑 테스트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식품과 세탁세제 물티슈 화장지 등 생활용품, 피자나 치킨 같은 배달 음식을 말 한마디로 구매할 수 있다.

음성명령으로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끝내는 ‘보이스커머스’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내 1위 유통업체 롯데가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11번가 이베이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제휴나 자체 개발을 통해 보이스커머스 분야 기반을 다지고 있다.

쇼핑은 소비자들이 더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오프라인 쇼핑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이동한 데 이어 앞으로는 AI 음성쇼핑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각사 취합

최근 3조원의 온라인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한 롯데는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보이스커머스를 꼽았다.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수년간 축적한 소비자 데이터와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에서 선보인 AI 챗봇(소프트웨어) ‘로사’ 등을 통해 보이스커머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근수 롯데백화점 AI팀장은 “기존 유통업은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카드사용 정보를 활용하는 데 주력했다”며 “로사는 고객과의 대화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고객의 상품 구매 특성을 알아낼 뿐 아니라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연내 자체 개발한 AI 스피커 베타버전(테스트제품)을 내놓고, 2020년까지 모든 쇼핑이 음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각사 취합


이커머스에 1조원을 투자키로 한 신세계도 지난달 자체 기술로 개발한 1 대 1 상담톡 ‘챗봇’ 서비스를 쓱닷컴(SSG.com)을 통해 시작했다. 챗봇은 배송, 취소, 환불, 이벤트, 교환 및 반품, 회원정보, 쇼핑통장, 영수증 등 다양한 문의에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을 통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다. 유통업계에선 이마트가 구글의 AI 스피커 ‘구글홈’의 국내 판매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SSG닷컴과 구글홈의 보이스커머스 관련 제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자체 개발한 AI와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헤이봇’ 서비스를 더현대닷컴에서 운영 중이다.


■ 유통사-IT업체 제휴 봇물


글로벌 시장에서 음성쇼핑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기업은 아마존이다. 2014년 11월 AI 스피커 ‘에코’를 출시한 이래 자체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음성쇼핑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선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기술(ICT) 회사들이 2016년부터 AI 스피커를 앞다퉈 선보였다.

서비스를 차별화해야 하는 유통업계와 AI 스피커 시장의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IT업계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국내 보이스커머스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11번가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일부 품목에서 음성쇼핑을 시작했다. 올해 4월 T커머스 K쇼핑이 KT의 인공지능TV인 ‘기가지니’와 손잡고 음성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달엔 쇼핑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네이버가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테스트 서비스에 나섰다. 롯데닷컴은 연내 KT 기가지니와 제휴해 롯데슈퍼의 신선식품과 생활용품 등을 배송하는 ‘음성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통 분야에 인공지능, 보이스커머스 등 IT가 본격적으로 접목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보이스커머스를 선점해야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OC&C에 따르면 현재 20억달러 수준인 음성쇼핑 시장 규모는 2022년에는 400억달러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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