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J미디어, VR 노래방 연내 출시…KY금영은 KT와 AI노래방 협업

 노래방기기 업계의 양대산맥인 TJ미디어와 KY금영그룹이 잇달아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사업계획을 선보이고 있다. 기성 노래방기기 생산•유통 위주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가상현실(VR)이나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콜라보’를 통해 종합 문화콘텐츠 업체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또 KT 등 각 이동통신사들이 전국의 유명 리조트들과 손잡고 리조트내 각종 유희시설에 VR을 접목시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게임방이나 노래방, 수영장, 스키장 등에 가상현실공간을 조성해 실제 훈련을 방불케하는 한편 고객들로 하여금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 종합문화컨텐츠 기업으로


25일 업계에 따르면 TJ미디어는 CJ디지털뮤직과 VR 스타트업인 루씨드드림과 함께 ‘VR 노래방’을 출시한다. 코인노래방에 이어 VR을 신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지속적으로 노래방 사업의 새 판로를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TJ미디어가 VR을 신사업으로 판단해 기술확보에 나선 건 2016년부터다. 그러나 VR 콘텐츠와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었다. 따라서 TJ미디어는 VR콘텐츠 기획을 담당할 CJ디지털뮤직, VR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실제로 제작할 루씨드드림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VR콘텐츠 프론티어 프로젝트’에 응모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VR노래방 시제품은 이미 완성된 상태다. 콘텐츠 구성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아이돌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콘셉트다. 현재는 남성 아이돌 그룹인 제이비제이(JBJ)의 곡으로 VR콘텐츠를 완성한 상태다. 방송무대나 결혼식장,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콘셉트도 있다.

시연회도 거쳤다. TJ미디어는 지난 3월 14일부터 27일까지 건대, 인하대, 홍대 코인노래연습장에서 VR체험존을 운영했다. 4월 19일부터 22일까지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VR•AR 엑스포 2018’에서 시범운영 부스를 마련했다. VR노래방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는 “예약제로 시연회 참가자들을 받았는데, 매일 매진되는 등 반응이 좋았다”며 “JBJ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인 사이에도 인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엔 VR 노래방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아티스트와 곡을 VR노래방과 연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VR•AR 엑스포 2018’에서 한 방문객이 루씨드드림 부스에 마련된 VR노래방에서 JBJ의 곡을 VR로 즐기고 있다. (자료: 블록체인밸리 DB)


 지난해 2월 21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TJ미디어 본사에서 윤나라(오른쪽) TJ미디어 부사장과 이동헌 CJ디지털뮤직 본부장이 VR노래방 사업협력 MOU를 체결한 후 악수하고 있다. (자료 : 블록체인밸리 DB)


KY금영그룹은 KT와 협업해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노래방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 지난 3월 KT와 AI를 활용한 노래방 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KT의 인공지능TV인 ‘기가지니’에서 노래 반주기를 이용할 수 있는 ‘가정용 AI 노래방 서비스’를 이르면 올해 상반기 이후 내놓기로 합의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KY금영그룹은 소프트 음원 ‘KY-라이븐’ 솔루션을 개발해 듣기에 국한된 오디오 스트리밍 콘텐츠를 AI기반의 ‘부르는 음악서비스’로 발전시켜 KT 기가지니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KY금영은 KT의 ICT 기술을 접목해 기존의 노래 반주기 품질 향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8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사옥에서 김원경(왼쪽 네번째) KT 마케팅전략본부장과 김진갑(오른쪽 네번째) 금영그룹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노래방 서비스 개발 및 공동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두 회사가 ‘콜라보’에 나선 이유는 홈 엔터테인먼트 사업 진출을 통해 신시장 판로를 개척한다는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Y금영그룹은 KT의 AI와 클라우드 신기술을 활용해 가정용 노래방 서비스를 개발하고, KT는 KY금영의 노래방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상호 윈윈(win-win)을 도모할 생각이다.

KY금영그룹은 이번 사업을 통해 ‘업소’에만 머물러있던 노래방의 개념을 가정과 개인에게까지 확장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노래방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윤정익 KY금영그룹 본부장은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노래방 서비스를 탈피해 AI처럼 4차산업과 연계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래방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인터렉티브 놀이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어린이와 실버세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 리조트를 VR로 입히다




VR 체험 공간이 게임방과 영화관에 이어 숙박•레저 시설인 리조트에도 파고든다. 이동통신사에 이어 케이블TV 방송 사업자까지 VR을 통해 ‘복합 문화 공간’을 구축한다는 목표로 신사업에 나서면서 시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5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는 대명리조트와 제휴를 통해 주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리조트 시설에 VR 체험공간을 선보인다. 일부 숙박 동에서는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본격적인 서비스는 다음달에 돌입한다. 대명리조트에 조성되는 VR 체험 시설에서는 1인칭 총싸움(FPS) 게임을 비롯해 내부 공간을 무대처럼 보여주는 노래방도 즐길 수 있다. CJ헬로 관계자는 “처음에는 리조트나 테마파크 등에 VR 콘텐츠와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간거래(B2B)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저변을 넓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CJ헬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사업 목적에 ‘기타유원시설업’과 ‘휴게음식점업’을 추가했다. 이는 CJ헬로가 직접 VR 체험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는 조처다. 실제 CJ헬로는 지난해 하반기 전담 부서를 조직해 VR을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CJ헬로는 케이블TV 가입자 425만명(지난 3월 말 기준)을 보유한 만큼 리조트나 테마파크 체험 시설에서 성과를 거둔 뒤 장기적으로는 각 가정에도 VR 콘텐츠와 장비를 보급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계열사인 CJ CGV가 지난해 7월 서울 용산에 ‘도심형 테마파크’를 지향점으로 VR 체험 공간(V버스터스)을 여는 등 관련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전국 270개 영화관을 갖춘 CGV에 CJ헬로가 VR 장비와 콘텐츠를 공동으로 구축하면 사용자와의 접점도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MSO인 CJ헬로가 리조트나 테마파크 등 복합 레저 시설 공략에 나섰다면 KT(030200)는 시내 지역을 중심으로 VR 기반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지난 3월 GS리테일과 손잡고 서울 신촌 지역에 VR 체험 공간 ‘브라이트’를 개점했다. 양사는 오는 2020년까지 VR 체험 공간을 200곳 이상으로 늘리고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유료방송 사업자와 이동통신사가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신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VR을 낯설어하는 사용자를 충성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한국VR산업협회의 자체 조사를 보면 국내 VR 시장 규모는 올해 2조7,99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시내에 조성된 전용 게임방이 금세 사라지기도 하는 등 현실은 아직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VR 콘텐츠가 부실하거나 사용자가 전용 장비를 쓰는 과정에서 이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CJ헬로 관계자는 “당장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VR 서비스를 하지 않고 대형 레저 시설에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VR이 더 널리 보급되려면 더 많은 사용자가 경험을 해보고 낯선 느낌을 줄여나가는 것이 우선 과제라는 뜻이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VR을 체험하는 사용자가 여전히 어지럼증이나 과도한 몰입 등 물리적•심리적 위험을 겪고 있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품질 기준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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