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조원대, 세계시장 2025년 1조 달러 전망

중금리 수준의 개인간 직접금융 활성화 취지로 시작된 개인간 직접거래인 P2P 대출시장이 지난 2015년 373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 규모로 급성장 했다. 은행 등 중개인을 끼지 않고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차입자'와 새로운 투자처를 원하는 '투자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부동산대출 쏠림, 과도한 투자자 유치, 고금리 영업 등으로 투자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P2P 연계대부업자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법 개정을 통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75개 P2P 연계대부업체 실태조사


28일 금융감독원이 3~4월중 75개 P2P 연계대부업체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후순위 부동산 담보 대출 등 부동산대출 쏠림 현상이 있고, 고금리 영업 사례 등도 확인됐다. 점검대상 75개 P2P 연계대부업자의 누적대출액은 2조2718억원으로 전체 P2P 업체 대출금 2조7400억원의 83%를 차지했다. 대형 P2P 업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했다. 상위 10개사의 대출잔액이 6093억원으로 점검대상 전체 잔액 9976억원의 61%, 대출건수는 1만3735건으로 전체 1만7625건의 78%를 차지했다.


대출 유형을 보면 PF, 부동산, 동산 등의 담보대출이 잔액기준 전체 83%를 차지했고, 개인 신용대출은 11%였다. 상위 10개사는 신용대출의 85%를 취급했고, 특히 대형 3사는 개인신용대출의 98%를 차지했다. 대출금리는 신용도와 담보별로 다양하나 평균금리는 12~16%로 중금리 수준이었다. 플랫폼 수수료는 대부분 차입자로부터 대출기관 과무관하게 대출건별로 평균 3% 수수료를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금융감독원


P2P대출의 평균 연체율은 2.8%, 90일 이상 연체율인 부실률은 6.4%이지만 대출유형 중 PF대출의 경우 각각 5.0%, 12.3%에 달했다. P2P 연계대부업자의 평균 임직원수는 3명이고, 2인 이하가 점검대상의 67%를 차지했다. 연계대부업자와 P2P 업체의 임직원이 대부분 겸직하고 사업장을 공유해 P2P 연계대부업자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였다.


■ 영세성에 법률미비, 대출단계에서 부작용 피해 우려


대출단계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우선 대출신청 단계에서 P2P 업체와 차입자가 공모해 허위•사기 대출 신청시 투자자 등은 부당 대출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허위 건설사업 등을 내세워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특혜대출하거나 투자금 유용으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투자자 모집 단계에선 일부 고위험 대출과 관련한 투자자 유치시 경쟁이 심화되면서 경품 과다제공, 허위공시, 투자위험 미공시 등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상당수 발생했다. 대출금리는 중금리 수준(12~16%)이나 연율 환산 플랫폼 이용료 등을 감안시 차주의 실질 금융부담은 대부업자와 유사한 고금리 수준이었다. 일부 중소형사는 법규 인식수준이 낮아 대출계약서 필수기재사항 누락 등 대부업법 등 위반 소지도 있었다.


문제는 P2P 업체가 이처럼 투자자자금을 허술하게 운영하는데도 금융당국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를 조사하면서 빙산의 일각이 드러난 것일 뿐이지 P2P 업체의 대출 적정성 등은 관련법이 없어 금융당국이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관련법이 없어 P2P 업체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강제력도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으로 P2P 업체의 대주주 현황이나 PF 사업을 진행하는 차주의 자기자본 투입비율 등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도록 돼 있지만 최근 일부 건설사가 P2P 업체를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식으로 자체 사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건설사가 P2P 업체를 직접 설립하면 고객들의 투자금을 대주주가 마음대로 대출할 수 있는 사금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이 부실화하면 투자자의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P2P 업체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시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P2P 업체들은 부동산 PF 대출만 집중적으로 하다 보니 최근 들어 시장 침체와 맞물려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이번에 점검한 75개사의 누적 대출액은 2조원으로 대출잔액 기준 PF 대출은 절반가량인 43%를 차지할 정도다. 부동산 PF 사업이나 부동산 등을 기반으로 대출해주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푹 꺾이면 대부분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실제로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30일 이상 미상환된 대출 비중을 나타내는 연체율이 17.3%로 굉장히 높다. P2P 업체 관계자는 “소규모의 건축 시장을 두고 업체들이 무한 경쟁을 하다 보니 대출 부실 가능성은 감안하지 않고 몸집만 불리다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2P 업체의 영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P2P 업체의 평균 임직원은 10.5명으로 이 가운데 대출 타당성을 따지는 심사인력은 고작 3.7명에 불과했다. 자본금은 4억1,000만원 수준에 그칠 정도로 영세하다. 또 P2P 업체와 연계된 대부 업체도 평균 임직원이 2명 이하인 곳이 50개로 점검 대상의 67%를 차지했다. P2P 업체 임직원이 대부분 겸직하고 사업장을 공유해 사실상 P2P 업체가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2P 업체들 가운데 헤라펀딩 등 부실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 점검 대상인 75개사의 총 대출잔액은 5월 현재 9,976억원으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그만큼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P2P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양호한 우량 업체들도 상당히 많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유행처럼 부동산 대출을 확대한 영세 업체들 위주로 부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업계 자정의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계 자정 노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P2P 업체 연합단체인 한국P2P금융협회는 신현욱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한 데다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위 업체인 렌딧과 8퍼센트가 줄줄이 탈퇴하면서 와해될 위기에 놓이는 등 P2P 업계 전반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P2P 연계대부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연내 완료하고 허위공시 등 위규 의심업체 발견시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 미비점에 대해 가이드라인 개정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P2P 대출의 안정적 발전•규제를 위한 관련법률 제•개정을 국회, 금융위와 협의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P2P 대출의 현황과 향후과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P2P 대출업의 건전한 성장과 이해관계자의 보호를 위해 신산업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복잡한 법률관계나 다른 법과의 충돌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P2P 대출의 형태를 규정해야 한다"며 "투자자보호와 산업의 성장을 위한 균형적인 규제마련 등의 과제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연구원도 지난해 내놓은 '최근 P2P금융의 급성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감독사각지대를 정비하고, 투자자 및 업체 리스크 관리를 할 것"을 주문하며 비슷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 질적 부실과 관련 '규제의 미비' 문제점


P2P 대출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테두리는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2017년 2월부터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시행해 업체 간 투자한도, 투자광고 제한, 투자위험과 예상수익 공시 등을 주요내용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가이드 라인만으로는 금융감독당국이 업체를 감독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나마 P2P 대출 플랫폼을 제공하는 중개기관에 대한 규정이 없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금융당국의 가이드 라인은 구속력이 미치지 않고, 사업자의 임의적인 협력을 요하는 행정지도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관리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는) 새 산업에 대한 정의나 효과적인 규제방식을 정하지 못하고 있고, 업체는 위법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접중개형 대출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P2P 금융 본래의 의미와 달리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P2P 업체를 통해 대출이 실행되고 있어 기존금융과의 형평성 문제, P2P 금융참여자에 대한 보호문제, 법 규제 공백으로 인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비한 규제 속에서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건전성은 의문이 제기된다. 국회입조처는 한국P2P금융협회 자료를 인용해 2016년 12월말 기준 연체율이 0.54%에서 2017년 12월말 3.95%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1% 이하에서 유지되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고금리의 부동산 업종 대출이 높은 것도 위험요인이다. P2P 대출유형은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부동산 건축자금(PF) 대출 등으로 구분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부동한 PF가 34%로 가장 많은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고, 부동산 담보(26%), 기타담보(20%), 신용(20%)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P2P 업체들은 안전하면서 수익률(10~20%)도 높은 매력적인 투자상품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적극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부동산 P2P 대출상품이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상품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많은 사항들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 국회발 법안들은 상임위원회에서 '쿨쿨'
 
국회에서는 P2P 금융 산업을 규제•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각각 온라인대출중개업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 대출거래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들은 온라인 대출중개업자들이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거래구조 대출잔액, 연체율 등 업자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중개양식이나 등록시 자기자본 한도 등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P2P 대출의 중개양식에서 김수민 의원은 직접중개형, 이진복 의원은 간접중개형을 채택했다. 민병두 의원의 안은 직접중개와 간접중개가 혼합돼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 직접중개형은 P2P 본연의 특색을 살린 중개방식으로 영국의 조파(Zopa), 펀딩서클(Funding circle)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출중개 구조다. 연계금융회사 없이 차입자와 투자자(대부자)가 직접 거래한다.
 
간접중개형은 현재 국내와 미국 렌딩클럽(Lending club), 프로스퍼 마켓플레이스(Prosper Marketplace) 등이 채택한 대출중개 구조로 P2P 대출중계업체의 연계 금융회사가 대출을 실행하고, P2P대출중개플랫폼이 증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청약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증권법상 이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나 국내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직접대출형의 경우 투자자가 P2P 대출업체의 도산위험 노출우려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차입자가 불특정 다수의 채권자로부터 상환독촉을 받을 수 있어 차입자 보호가 어렵고, 담보관리나 채권추심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미등록 대부업자로 취급될 우려가 있다. 반면 간접대출형은 앞선 직접대출형과 달리 차입자보호, 담보관리 등에 유리하고 투자자들도 미등록 대부업자로 취급될 우려가 없지만, P2P 대출업체 도산 시 투자자가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우려가 있다.
 
법안들은 온라인대출중개업자 등록에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민 의원과 김 의원의 안은 3억원, 이 의원은 5억 원으로 자기자본 요건을 설정했다. 유사업인 대부업(3억 원), 크라우드펀딩(5억원)과 비교해 볼 때 다소 낮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업무특성을 감안할 때 온라인 대출중개업자 등록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은 대부업자나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에 비해 높은 수준인, 예컨대 7억원 정도로 설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는 관련 논의가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작년에 발의된 민 의원의 법안만 정무위에 상정됐을 뿐이고, 나머지 법안들은 검토보고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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