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가상자산 입법쟁점, 가상자산 개념규정과 소비자보호
[오피니언] 가상자산 입법쟁점, 가상자산 개념규정과 소비자보호
  • 조해리 기자
  • 승인 2021.09.09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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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상자산 입법쟁점, 가상자산 개념규정과 소비자보호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

국내에서 가상자산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이라 함)에서 규정하고 있다. 사실 분산원장기술(DLT), 소위 블록체인 기술로 개발된 암호화폐(코인)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부터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런데 우리 특금법은 개념에 대한 정의규정부터 일반적인 상식의 궤를 벗어 났다. 

특금법은 단순히 코인 등 소위 분산원장기술인 블록체인의 산물인 암호화폐가 아니라 실물자산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제2조 제1호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사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자산사업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할 뿐 아니라 제3호에서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게임 아이템, 전자등록주식 등을 열거하여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가상자산이란 현물자산을 제외한 모든 자산(디지탈자산 등)을 포함해서 규정하는 포괄적 규정이다. 암호화폐 등 분산원장기술에 의해 산출된 자산에 한정되지 않으며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은 소프트웨어 등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상자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사회활동과 산업의 디지탈화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술, 산업 등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을 보고하는 범위, 실제 소유자에 대한 보고 등과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등의 규정이 실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필연적으로 기술개발과 스타트업의 혁신에 장애가 되고, 해외 거래가 사실상 차단되는 등 인터넷 산업 등 모든 디지탈 산업의 갈라파고스화로 공인인증서와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내 인터넷 혹은 가상자산(디지탈자산 등을 포함하며 코인 등 소위 암호화폐에 한정되지 않는다) 산업이 내국인에 한정되는 중대한 갈라파고스화라는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만약 가상자산을 원래 취지에 맞게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을 이용한 자산(암호화폐 등)에 한정해서 규정하려면 특금법 제2조 제3호 가상자산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만약 현재와 같은 가상자산 정의 규정 등을 유지한다면 공인인증서 적용이 완화되어 국내 금융거래와 상거래의 불편을 일부 덜었음에도 여전히 주민등록번호(외국인등록번호)라는 실명인증 수단이 없는 외국인들의 국내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이용이 제한되고 있는데 더하여 특금법 가상자산 규정으로 인하여 그 제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상자산과 연관된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전자지갑을 이용한 코인의 전송방식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가상자산 이전시 보고의무 등을 고려하면 실명거래를 하지 않으면 법 제6조 및 시행령 제10조의10에 규정된 가상자산 이전시 정보제공 등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가상자산을 업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전자지갑을 이용하는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사업의 유지, 존속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혁신을 국정의 지표로 삼고 새로운 기술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여 막대한 지원을 하는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혁신시장을 대상으로 포지티브한 규제체계(Positive Regulatory)를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행정부 규제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개발시대의 결과물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혁파하지 않으면 지원(Input)을 기준으로 한 혁신생태계는 OECD국가중 1위이지만 결과(Output)를 기준으로 한 혁신생태계는23개국 중 23위라는 모순적인 결과를 당분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당장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에 대한 전송에까지 실명보고를 규정하는 태도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규제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규제의 이유를 소비자 보호에서 찾는다. 중요한 가치이고 혁신에 대한 규제체계가 효율적인 미국도 같다. 지난 2017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투자자 피해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의사표명은 아니지만 당시 문제가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와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판단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다. 문제는 블록체인이나 코인 자체가 아니라 불법다단계, 유사수신행위, 기획부동산, 주가조작행위자 들이 모두 가담해서 블록체인 아닌 블록체인, 코인아닌 코인을 개발자금 조달에 다단계조직을 동원하고 유사수신행위를 수단으로 삼았던데 있었다. 형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다단계관련 법령 등에 의해 얼마든지 처벌하고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박상기 장관과 당시 금융위원장의 말은 당시 마치 블록체인이나 코인 자체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삼성코인이니 현대코인이니 무슨 코인이니 아예 불법다단계나 사기꾼들이 말로만 호재로 삼아 돈을 모으는 일이 백주 대낮에 벌어 졌다. 당국이 사기행위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코인과 블록체인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무엇이 제대로 된 블록체인이고 코인 프로젝트인지, 어떤 행위들이 불법적인 사기행위인지를 분별해서 제시하지 않고 이를 정리하지도 않고 손을 놓고 있었다.

올해초에도 금융위원장은 ‘코인은 금융(투자)상품(financial instrument)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엄연히 자본시장법에서 ‘증권(security)’과 ‘금융투자상품(financial instrument)’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장관이 법률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은 것이다. 사임이 아니라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라고 보인다. 전세계가 모두 코인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누어 가이드라인으로 규제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4년을 ‘코인은 금융상품이 아니다’라는 말로 허송세월한 셈이다. 그런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것이 곧 블록체인과 코인 생태계를 금지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는 스타트업에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럼에도 흔히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입법을 하는 사례들은 아예 정상적인 혁신가들이 혁신 자체를 하지 못하거나 사실상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해왔다. 

블록체인과 상관없이 주수도, 조희팔 등의 후계자들인  불법다단계업자, 유사수신행위자, 기획부동산업자 같은 사람들을 형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지금 특금법이나 국회 입법안들은 불법다단계 등 그들의 문제를 블록체인과 코인에서 찾는 꼴이 된다. 현재의 입법으로는 블록체인과 코인을 한다면서 다단계업자 등에 기대어 자금을 모으고 무가치한 코인을 업비트 등 거래소에 상장해서 돈으로만 교환하려는 욕망을 가진 가짜 코이너들과 거래소들만을 위한 판을 깔아 줄 뿐이다. 악화가 양화를 강하게 구축할 수 있는 시장을 촉진할 뿐이다. 결국 현재 입법을 보면 아직 연구개발 중인 혁신과정에 있는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을 이용한 코인 등에 대해 사전에 개념정의, 신고, 기술개발 자체(업)에 신고, 인가, 자본금 규정, 전송규제 등 다양하고 특수한 규제를 함으로써 더이상 혁신이 불가능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나는 블록체인과 코인 생태계가 이제는 과도한 중앙집중화된 거래소를 벗어나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가 의장으로 있는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에서는 2018년부터 2016년에 개발된 인스타코인(INC)을 대상으로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화폐로서 지불결제수단(a means of payment)이 되어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블록체인거버넌스와 모바일결제를 통해 분산된 거래를 시도하고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블록체인과 코인에 대한 입법은 그렇기에 급하지 않다 해당 기술에 대해 혁신가들이 무한 상상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불법다단계, 유사수신업자들로 인하여 혁신가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을 이제는 두고 볼 수 없다. 혁신을 제1의 국정과제로 삼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

배재광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 의장(인스타페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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