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암호화증권 가상화폐로 투자 구조, P2P 방식으론 정보 정확성 담도 어려워

자본시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간 거래(P2P) 방식이 아닌 중개기관 역할을 하는 집중화된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블록체인 특성상 착오나 실수 주문이 발생해도 이를 정정할 수 없고, 모든 거래가 노출된다는 점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본시장과 블록체인: 현황과 가능성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시장에 블록체인을 도입•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은 비상장기업 주식거래 플랫폼 '링크(Linq)' 개발을 발표했고, 호주증권거래소(ASX)는 자체 청산결제시스템 '체스(CHESS)'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교체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11개 증권사가 참여하는 공동인증시스템 '체인ID(Chain-ID)'가 개발된 바 있다.


                                                     이미지=게티스


그러나 자본시장에서의 블록체인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특히 투자자금을 기업에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핵심 기능으로는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조성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기업이 블록체인 상에서 암호화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이 가상통화(가상화폐)를 이용해 암호화증권을 매수함으로써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블록체인 기반의 자본시장이 실제로 구현되고 이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을 자본시장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개기관의 역할을 담당하는 집중화된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증권을 발행•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시장의 경우 순수한 P2P 구조에서는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과 기업-투자자 간의 정보비대칭 완화 기능을 제공하는 존재가 없다"며 "소액의 일반투자자들이 이 기능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고, 기업이 제공하는 백서에 담긴 정보의 충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려워 레몬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유통시장의 경우에도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 수준에서 첫째로 문제가 되는 것이 거래 처리 속도 및 용량"이라며 "또한 시장의 가격정보를 수집하고 게시하는 기능을 누가 수행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투자자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구조와 유사하게 블록체인 기반의 자본시장에서도 이러한 집중화된 기관의 존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에서 착오나 실수가 발생한 경우 이를 취소하고 정정할 수 있는 기능도 부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는 취소, 정정, 혹은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강점이 현실적인 자본시장 거래에서는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모든 거래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들을 위한 별도의 거래 플랫폼도 계속해서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블록체인은 자본시장과 금융, 나아가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라며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개선•보완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블록체인이 자본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활용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한계를 보완하고 요구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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