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투자자 보호 선행되어야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컨설팅에 나서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가상자산 과세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을 무시한 무리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과세는 명확한 원칙에 의해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정부의 가상자산 과세 시스템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며 “당장 가수 BTS 굿즈에 대한 NFT가 발행되어 엄청난 인기를 끌어도 한 푼도 과세할 수 없는 상황인데, 다른 가상자산에만 과세를 하겠다면 어느 누가 따르겠는가” 며 반문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과세를 내년 당장 시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를 매기기 위해서는 매입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필수인데 거래소 간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상자산의 특성상 이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사실상 불가능 하다. 더욱이 국내가 아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해외 거래소가 대한민국 국세청에 정확한 정보를 직접 제공할 의무도 없어 과세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가상자산의 한 종류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하겠다는 것 또한 형평성이라는 과세의 대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당장 BTS 굿즈에 대한 NFT가 발행되어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정작 이에 대해서는 한푼도 과세하지 못한다면 다른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과세를 밀어 붙이려 한다는 점이다. 실례로 기재부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도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디파이의 특성상 원천징수를 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을뿐더러 개인간 P2P 거래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은 더욱더 불가능하다. 또한 이자수익으로 원천징수 하는 것은 디파이 수익을 ‘금전대차거래’로 보는 것으로서, 코인을 ‘금전’으로 보지 않는다는 기존의 방침과도 모순된다. 원천징수 세율이 25%로서 코인 양도세율인 20%와 다른 부분에 대한 논란도 정부가 아직 제대로 과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노 의원은 “과세를 안하자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유예를 통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춘 후 시행하자는 것인데도, 정부가 세금을 거둘 능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결정을 하고 있다” 고 지적한 뒤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국민에게 세금을 매기면서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밀어 붙이기만 한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가상자산 산업은 과세가 우선될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가 선행되어야 한다” 며 “대선 공약과 추가 업권법 발의 등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하고 발전시켜 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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