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조사...10대 ICT기술 중 5개도 꼴찌

양자정보통신은 양자암호통신,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등 양자(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를 활용한 정보통신기술(ICT)를 총칭하는 말이다. 이 중 현재 우리나라 업계에서 상용화 단계까지 왔다고 평가받는 기술이 양자암호통신이다.


양자암호통신은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키를 생성해 송신자와 수신자 양쪽에 나눠주는 통신 기술이다. 양자의 불확정성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들어 해킹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양자암호통신은 4차산업혁명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정보 보안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로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 될 경우 암호체계 해킹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블록체인의 핵심기술이기도 한 이유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중국은 정부주도로 양자암호통신 기술개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구나 최근 한 정부기관의 조사에서 한국의 블록체인 양자암호통신기술 수준이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 한국의 기술수준은 최하위


 우리나라의 블록체인•양자정보통신 등 새 융합기반 기술 수준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산학연 전문가 124명을 설문조사해 작년 한국의 블록체인과 양자통신 기술 경쟁력을 평가했다.
IITP는 한국 블록체인과 양자정보통신 기술이 ICT 연구개발(R&D) 선도국인 미국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와 몇 년씩 뒤처졌는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한국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미국의 76.4%에 그치며 미국과 2.4년 격차를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블록체인 기술 수준은 유럽(96%), 일본(84.8%), 중국(78.9%) 등 주요국에 모두 뒤졌으며, 미국과 격차 면에서도 1.8년 차이인 중국에도 밀렸다.
특히 양자정보통신의 경우 한국은 73.0%로, 미국과 격차가 무려 4년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2년 격차인 중국(84.7%)의 2배 수준이다. 유럽과 일본은 각각 94.7%와 88.9%로 미국과 0.7년, 1.5년 격차를 보였다.



블록체인과 양자정보통신은 지능화 기술과 다른 산업의 융합을 위한 기반기술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한국 블록체인 기술이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처진 것은 신기술인 이들 분야에 대한 규제 강화와 지원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업체 스팀잇과 싱가포르 스타트업 IOS(아이오에스) 등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은 거래 실명제 도입과 대형 거래소 단속 여파로 침체기를 맞았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은 760억 위안(약 13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연구소인 '국립 양자 정보과학 연구소'를 짓기로 했지만 한국은 대규모 양자기술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이동통신과 소프트웨어 등 기존 ICT 10대 기술 수준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며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평가다.
한국의 10대 기술 평균 수준은 미국과 1.3년(83.5%) 격차를 보이며 2016년 1.5년(80.5%)보다 격차를 좁혔지만 같은 기간 격차를 1.7년에서 1.3년으로 좁힌 중국에 따라 잡혔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에 비해 각각 0.7년과 1년 차이를 보였다.
10대 기술 중 이동통신(0.7년)과 네트워크(1.6년), 전파•위성(1.5년), 기반 소프트웨어•컴퓨팅(1.8년), ICT디바이스(1.7년) 등 5개 기술은 중국에도 밀려 꼴찌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는 중국과 같은 1.8년이었으며 융합서비스(1.4년), 방송 스마트미디어(0.4년), 디지털콘텐츠(1.4), 정보보호(1.0) 등 4개 부문만 중국을 앞섰다.
IITP 이민경 기획총괄팀장은 "중국은 양자통신의 일부 분야 투자액이 1조원대로, 우리나라 ICT 전체 연구개발(R&D) 투자를 웃돈다"며 "중국에 비해서는 자본뿐 아니라 인력 면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해야 하며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 양자암호통신 1위 기업 IDQ의 QKD 실험실 내부


■ 한국은 정부지원조차 없어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온도차가 상당하다. 정보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해킹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로 양자암호통신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관련 기술 개발 지원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31일로 마감한 예비타당성 조사 접수에 양자정보통신 관련 기술개발 예산안을 포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암호통신을 향한 국내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꾸준히 관련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약 700억원을 투자해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를 인수했다. K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일대다(1:N) 양자암호통신시험망 구축에 성공했다.

미국과 중국은 양자암호통신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2020년까지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 1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재작년에는 베이징-상하이 2000km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백본망을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나라 정부는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과기정통부가 올해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에 양자암호통신 관련 예산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준비 기간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이유로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진행도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IST가 과기정통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지만 SK텔레콤은 내년, KIST는 올해 예산 지원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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