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분석: 빗썸의 위기와 기회..이정훈 전 의장 재판, 빗썸의 아킬레스건 되나 [가상자산 거래소와 입법과제]

지난 19일 4대 거래소 중 지난 9일 수리된 코인원에 이어 마지막으로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 신고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서 수리되었다. 9월 9일 신고서를 제출한지 70일만에 수리된 것이다. 4대 거래소들의 가상자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 되었다.

25일 12시 기준으로 4대거래소 거래량 점유율은 업비트 77.5%, 빗썸 20.7%, 코인원1.5%, 코빗0.2% 이다(코인마켓캡 기준). 지난 5월 이래 빗썸은 15~25%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업비트 거래량의 1/4에 머물고 있다. 이런 사실은 빗썸 경영진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신고수리 후 허백영 대표이사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감사편지에서 ‘투자자보호위원회 설립으로 투명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상장절차에서도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는 암호화폐 자산을 소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허대표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정훈 전 의장 문제는 빗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빗썸의 고민이 있다. 그렇다고 대주주 문제가 완전히 독립적일 수도 없다. 빗썸의 신고수리가 지연된 이면에는 이정훈 전 의장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 상식으로 받아들여 진다.

김병건 BK그룹회장과 빗썸 주식 양도과정에서 인수자금 지불방법으로 발행한 빗썸코인(BXA) 상장 무산으로 발생된 분쟁이다. 빗썸코인(BXA) 투자자들의 고소고발까지 겹치면서 7월 검찰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혐의로 이 전 의장을 기소하였으나, 당초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것은 김의장이 피해자로 규정 되면서 결국 불기소 되었다. 재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되어 준비기일을 거쳐 11월 8일에야 첫공판이 열렸다. 여기서 이 전 의장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였다. 23일 두번째 공판에서는 증인신문이 계속되었는데 김회장이 빗썸코인(BXA)의 상장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던 시점을 두고 변호인과 검사 간에 치열한 공방이 있었다. 다음 공판기일은 12월 10일 2주 후로 잡혔다. 재판부가 내년 2월 법원 인사 전에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을 정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빗썸의 입장이나 가상자산 업계로서는 이 전 의장 사건과 직접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재판결과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업계는 투자자보호나 상장 적법절차 등 많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 도규상 부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칭)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규제설계(Regulatory Framework)를 발표했다. 금융위의 규제설계는 가상자산의 개념규정 문제, 사업자의 법적 자격문제(Legal Entity), 상장과 상장폐지, 불공정거래와 공시문제, 가상자산의 성격에 따른 법적용 문제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거래소들은 신고수리로 상장제도, 투자자보호제도, 불공정문제 등을 자율적으로 준비하면서 금융위와 국회의 입법추진 방향에 따라 지체되고 있는 상장일정을 진행해야 한다. 그 결과가 나올 때가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규상 부위원장이 밝힌 금융위 규제설계를 참고하여 내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거래소들은 상장규정, 상장코인 관리, 공시 등 불공정행위 문제, 투자자보호 문제의 해결여부에 따라 사용자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신뢰는 가장 중요한 브랜딩이며 마케팅 요소이므로 거래소간 점유율 경쟁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전 의장의 문제는 빗썸으로서는 아픈 손가락이다. 이 전 의장이야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 목적이겠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빗썸의 리스크는 그때까지 관리될 수 없는 것이다. 빗썸 입장은 당면한 이 전 의장 리스크(risk)를 어떻게 하든 관리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위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이 지배주주 지위를 비덴트로 양도할지 제3자인 위메이드나 넥슨 등에 넘길 지는 예측할 수 없다. 재판의 진행과정이 일말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만약 재판진행이 이 전 의장에게 불리하게 돌아 간다면, 이 전 의장으로서는 김 회장과 합의를 모색하거나 지배주주 지위를 양도할 필요성이 높아 지지만 반대라면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빗썸은 업비트에 비하여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 들어 업비트에게 점유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이 전 의장의 리스크로 인하여 빗썸의 규제설계가 늦어 지거나 금융위로부터 질책을 받게 된다면 빗썸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와이스레이팅스(WeissRaitings LLC) 같은, 신망있는 제3의 평가기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우량 국내코인을 발굴, 상장을 통하여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거래량을 늘려 점유율을 높이려는 허 대표의 계획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의장으로 있는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BGCC)는 2018년 금융위원회에 암호화폐가 인터넷 비대면 거래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여 규제설계를 조속히 완비할 것을 요청하였다. 암호화폐 공개(ICO)와 상장가이드라인을 설계하고 증권형 코인의 자본시장법 적용과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국회 포럼 등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회장과 이 전 의장의 법적인 분쟁에 대해서도 빗썸의 리스크를 고려하여 상호 조속히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 전 의장의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여 상호 양보에 의한 합의를 요청하였다. 빗썸은 한때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위 거래소였다. 블록체인거버넌스위원회의 입장은 이미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합리적인 해결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본다. 빗썸의 경영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위메이드 박관호 회장 역시 같은 입장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나는 박회장과 과거 인연이 있다. 이 전 의장의 재판이 빗썸의 아킬레스건을 넘어 시장의 위험으로 진화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할 시기다. 나 역시 빗썸의 위기가 당사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통하여 빗썸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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