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성 무기 시장 고속성장,

간편결제(페이) 시장이 편의성을 무기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국내 간편결제 총 거래액이 1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이 401억원(한국은행 통계)으로 연간 기준 환산 시 14조6,365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은 전망이다.


이르면 오는 8월 한반도에 상륙할 예정인 구글 안드로이드페이까지 가세하면 간편결제 시장은 역대 가장 뜨거운 ‘여름 혈전’에 돌입하게 된다. 쇼핑의 핵심단계인 결제를 손쉽게 마치도록 도와주는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70조원 가까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지마켓, 옥션, 11번가, 쿠팡, 위메프 모두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곳이 없다. 이커머스 업체뿐만 아니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들도 ‘요기서 1초결제’ ‘베민페이’ 등 앞 다퉈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공인인증서 인증 등 복잡한 결제 절차를 줄여주면서 이커머스 이용자 필수 사용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첫 이용 시 본인 명의 은행계좌나 카드 정보를 등록해두면 이후부터는 비밀번호나 지문 등 간단한 인증만으로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8조9854억원으로 전년동월 대비 20.1%(1조5034억원) 증가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31.4%나 증가해 온라인 쇼핑 총 거래액 중 60.2%를 차지했다. 통계청은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간편결제의 편리성, 모바일 이용 확산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결제 편의성이 이커머스 시장 크기를 키운 것이다.



또 간편결제는 플랫폼에 이용자를 자사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도 유발할 수 있다. 최초 등록에는 카드번호 입력 등 다소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면 추가적으로 적립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향후 간편결제는 단순 결제서비스가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 및 자사 생태계 구축의 기반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보된 이용자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마켓과 옥션, 지구(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다.


█ 이베이 ‘스마일페이’ 확장성, SK플래닛 ‘11페이’ 생체인증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중 지난 2014년 가장 먼저 자체 간편결제 ‘스마일페이’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플랫폼 전체 거래액의 약 53% 이상이 스마을페이를 통해 결제됐다. 가입자 중 95%가 스마일페이 사용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 결제금액은 10조원에 달한다.


지마켓과 옥션을 합치면 이베이코리아의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스마일페이 생태계를 확장하기 좋은 조건이다. 이베이코리아와 가맹점 이용자들이 서로의 플랫폼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온-오프라인 발생하는 행동패턴 빅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 시너지를 내기에도 좋다.


이베이코리아는 2017년 하반기부터 스마일페이 온라인 가맹점으로 인터넷 서점 알라딘, 온라인몰 소니플레이스테이션, 휠라코리아, 신선식품 전문몰 마켓컬리, 대학생 복사/스캔 앱 '애드투페이퍼’ 등을 두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파리크라상,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SPC그룹 계열사 가맹점에서 2016년 8월부터 해피 앱 결제를 시작했다. 올 3월부터는 GS수퍼마켓 매장에서 GS수퍼마켓 앱 QR코드를 통해 결제 및 할인과 적립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최근 신라인터넷면세점에도 도입됐다.


SK플래닛 11번가는 2015년 4월부터 ‘시럽페이’ 간편결제를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7월 ‘십일(11)페이’로 서비스명을 바꾸면서 11번가와 연동성을 강화했다. 마일리지 적립, 쿠폰 적용을 따로 선택하지 않아도 자동 적용 되도록 하는 등 결제 절차를 최소화 했다.



별도 앱을 통한 방식이긴 하지만, 11번가는 이미 2012년부터 SK플래닛 '페이핀'을 통해 현재 간편결제에 가까운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이커머스 간편결제 중 가장 먼저 생체인증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11번가다. 지난해부터 로그인 및 결제를 지문, 홍채로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화했다. 생체인증 시스템은 비밀번호 방식에 비해 보안성과 편의성 모두 높다. 11페이를 이용한 고객의 탈퇴율은 0.01% 수준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기준 회원 870만명, 누적 결제건수 6000만건을, 누적 결제액 3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3월 11페이를 통한 결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배 증가했다. ‘십일절(11월11일)’ 프로모션이 있었던 지난해 11월에는 2615억원으로 최고 월 결제액을 경신했다. 11번가 전체이용자의 약 40%가 11페이를 이용하고 있다. KB국민카드와 손잡고 11페이 전용 제휴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 지문인증도 번거롭다 ‘원터치 결제’, 암호화폐 결제도


결제 편의성만 놓고 보자면 쿠팡의 ‘로켓페이’ 원터치결제가 가장 뛰어난 편이다. 상품 구입에 비밀번호, 지문 등 아무런 인증 과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쿠팡이 자체 개발한 ‘부정거래탐지시스템(FDS)' 덕분이다.


쿠팡은 로그인을 한 소비자의 과거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상거래가 감지될 경우에만 보안을 강화해 비밀번호 입력을 추가로 요구한다. 예컨대, 50대 남성으로 분류되는 패턴을 가진 이용자가 10대 여성이 주로 구입하는 물건을 구입한다면 이를 이상거래로 보는 식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거래 보안성 향상, 사기 예방을 위해 FDS가 상당히 활성화된 상태다.


원터치결제는 아직 신용카드 결제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쿠팡에 미리 예치해둔 '로켓머니'와 로켓페이 계좌이체에만 적용된다.


위메프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원더페이’다. 지난 1월 빗썸과 제휴를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았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전산망을 거치지 않고 빗썸과 위메프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도입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금융수수료 절감이 기대된다.

다만 시세 등락이 심한 암호화폐로 물건 결제 시, 환불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미지수다. 정확한 도입 시기는 아직 조율 중이다.


█ 글로벌 IT공룡 구글도 상륙 채비...15조 페이시장 여름대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나온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예로 들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규제 때문에 중국 시청자가 국내 온라인쇼핑몰에서 살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인인증서는 e커머스를 이용할 때 본인 확인과 서명 기능을 하는 일종의 온라인 증명서다. 액티브X는 금융거래 때 추가로 설치해야 하는 보안 프로그램이다.


대통령이 직접 문제를 지적한 덕분에 정부 차원에서도 전자결제 규제를 대표적 철폐 대상으로 꼽았지만 아직도 금융사와 공공기관은 공인인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액티브X는 윈도 설치 프로그램(EXE 형태 파일)으로 대체됐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정보기술(IT) 분야의 적폐’로 규정하고 규제 철폐를 공약했지만 법안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기대하는 만큼 빠른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규제 개혁이 지지부진하자 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스마트폰에서 본인 인증을 하고 신용•체크카드 정보 등을 미리 입력해두면 간단한 비밀번호만으로도 결제를 마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가 카카오페이(2014년 9월)를 시작으로 속속 등장했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그동안 소비자를 괴롭힌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초기에는 여러 업체가 난립하며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가 선보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크게 주요 5개사(카카오페이•시럽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페이코)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LG전자(066570)가 삼성전자(005930)의 삼성페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LG페이’를 출시하며 뒤늦게 뛰어들어 6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변수는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점유율 1위인 구글의 간편결제 서비스 안드로이드페이다. 안드로이드 OS가 깔린 스마트폰에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안드로이드페이는 당초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카드사의 보안 토큰 기술 적용 문제로 출시 일정이 연기됐다. 현재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 모두 구글 측과 안드로이드페이 서비스 도입 조건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안드로이드페이가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근거리통신(NFC)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안드로이드페이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인식기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아직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가 대부분이어서 사용 범위가 좁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과 관련한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DMC미디어가 발표한 ‘2017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경험은 88%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8.8%포인트나 증가했다. 전체 결제 중 모바일 간편결제 이용 비중은 54.3%로 전년 대비 7.2%포인트 늘었다. 역시 서비스 이용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 및 보안(68%)으로 집계됐다.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 안정성(49.2%), 간편결제 서비스 경제적 혜택(41.4%), 등록 절차(26.2%)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구도가 장기적으로는 주도권을 쥔 업체의 2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경쟁 업체 간 인수합병(M&A)이나 업무제휴 등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소비자가 여러 간편결제 서비스를 중복해서 사용하기가 번거로운데다 받을 수 있는 혜택(포인트 적립•할인)도 한 플랫폼에서 사용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빅2’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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