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경제보도 "메모리 반도체 3社 벌금 최고 8조 6000억원 가능성"

중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를 대상으로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중국이 최근 부쩍 오른 메모리반도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동시에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대한 견제에 본격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반도체 전문매체 지웨이왕(集微网)은 3일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의 가격 담합 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유명 경제신문인 21세기경제보도는 이를 근거로 이들 3사에 대해 2017년 판매액 기준으로 가격독점 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과징금이 4.4억~44억달러(약 4730억~4조 7300억원), 2016년 이후 지금까지 기준으로는 과징금이 8억~80억달러(약 8600억~8조 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번 보도는 중국 반독점 당국이 작년말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도 웨탄(約談) 형식으로 불러 작년 D램 가격 상승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있었는지를 조사했다고 지웨이왕이 지난 달 25일 보도한 데 이어 나왔다.


지난해 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중국 경제 정책 총괄 부서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며 삼성전자를 제소했고, 발개위는 삼성전자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구했었다.

'웨탄'은 정부 당국이 감독 대상 기관의 관계자를 공식적으로 불러 면담 혹은 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과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전세계 D램시장 1,2,3위 업체로 세계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중국 상무부는 웨탄에서 지난 수 분기 동안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경쟁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 조사관들이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사무실에 갑자기 들이닥쳐 반독점 조사를 벌였다.



반독점국은 지난 3월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가격조사국, 상무부 반독점국, 공상총국 반독점국 등이 합쳐져 세워진 막강한 시장 감독기구다. 반독점국이 대대적 조사에 나선 것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배경에 가격 담합 등을 통한 시세 조정이 있었는지, 반도체 공급 부족을 악용해 끼워팔기 등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조사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인한 중국 수요업체의 불만이 촉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작년 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불만을 호소했다. 발개위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삼성전자 등에 '웨탄'을 진행하며 가격 인하 압박을 가했다.


이번 독점 당국 조사는 미국의 중국 통신업체 ZTE 제재 후 '반도체 굴기(우뚝 섬)'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이 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월 26일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추진 중인 칭화유니 계열 창장메모리(YMTC)의 자회사 우한신신을 방문해 핵심기술 국산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중국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중앙 국가기관 IT 제품 구매계획 공고'에서 자국산 반도체 서버를 구매하겠다고 명시하는 등 자국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일본 도시바 메모리 인수와 관련해 지난해 9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의 인수 승인 요청에 대해서도 8개월 동안 결론을 내리지 않다가 최근에서야 승인하는 등 한국과 미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21세기경제보도는 2016년 3분기 이후 지금까지 2년여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상승해왔다며 중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소비국으로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입규모는 889억 2100만달러(약 95조 5900억원)로 전년대비 39.56% 급증했다.


21세기경제보도는 2005~2006년 미국 사법부가 한국의 삼성전자 하이닉스, 독일의 인피니온, 일본 엘피다, 미국 마이크론 등이 1999~2002년에 D램 가격 담합행위를 했다고 판결하고 삼성전자 하이닉스 인피니어 엘피다 등 4사에 모두 7억 2900만달러(약 783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마이크론은 먼저 조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당시 7억 2900만달러의 과징금 가운데 삼성은 33%인 2억 4000만달러(약 2580억원)를 차지했다. 1999~2002년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미국 매출 12억달러(약 1조 2900억원)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1세기경제보도는 마이크론 삼성 하이닉스 재무제표를 근거로 지난해 이들 3사의 중국 사업 매출이 각각 103억 8800만달러(약 11조 1671억원), 253억 8600만달러(약 27조 2899억원), 89억 800만달러(약 9조 5761억원)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총 446억 800만달러(약 47조 9536억원)로 전년 대비 39.16% 증가했다.


중국의 반도체 3사에 대한 규제 행보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측면 지원하는 측면도 있지만 토종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이들 3사가 시장지배적 행위를 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측면도 강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 등 일부 해외 선발 반도체 회사들이 납품 반도체 장비회사에 중국 기업에 납품하지말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26일 우한의 반도체회사 XMC를 시찰하면서 반도체

심장론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YMTC는 XMC의 기술력 등에 기대 중국에서 처음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오는 10월 양산할 예정이다. /신화망


한편 지웨이왕은 칭화유니 계열사로 우한(武漢)에 있는 창장메모리(YMTC)를 비롯 푸젠진화(福建晋华) 허페이창신(合肥長鑫) 등 3사가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시험생산을 하고 내년 본격 양산에 들어가 2019년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생산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관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이후 반도체 공장 시찰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26일 중국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武漢新芯⋅XMC)을 찾아 반도체 심장론을 내세우며 “중국몽(夢) 실현”을 강조했 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시 주석은 XMC의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중인 YMTC의 3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진척 상황을 보고 받고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 심장이 강하지 않으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 반도체 기술에서 중대 돌파구를 서둘러 마련해 세계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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