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는 1위 내주고 스마트폰과 OLED도 태풍 속의 촛불



                                                      게티스이미지


반덤핑 조사 등 중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한국 반도체 고사 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반도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 분제는 반도체 뿐만아니라 한국이 조금이라도 앞서 있는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해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벌이며 압박을 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0년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은 미미한 존재였다.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고작 2.5%. 하지만 중국은 정부의 보조금 지원, 세제 지원 등에 힘입어 2013년 9.9%로 늘리더니, 지난해 24.8%로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대형뿐 아니라 전체 LCD 생산능력에서도 면적 기준 점유율 34.9%로 한국(27.4%)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3년 전인 2015년만 해도 화웨이•오포•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3개사의 점유율(총 15.2%)은 다 합쳐도 삼성전자(22.2%)에 못 미쳤다. 하지만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중국 스마트폰 3사의 점유율이 25.2%로 올라서고, 그 대신 삼성전자 점유율이 19.2%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 밑으로 떨어졌고, 인도에선 1위 자리를 내줬다.


█ 웨어러블•가상현실 등 개척해야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이끌던 ICT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 당국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업체들이 LCD와 스마트폰, 가전, 통신기기 등에서 우리의 1위 자리를 빼앗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우리나라가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도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2017년 기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AICBM) 수준에서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1년 가까이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4차 산업혁명 12개 분야 협회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도 기술 수준 면에서 우리나라가 100일 때, 중국이 108로 앞서있을 뿐 아니라 5년 후엔 중국의 기술 수준이 113으로 외려 더 벌어질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지금 우리나라가 대형과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하곤 있지만 중국 업체의 신규 투자가 OLED에 집중돼있어 경쟁하기가 만만찮다”며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모바일•태블릿 시장보다 웨어러블, 가상현실(VR), 자동차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중국사들의 포위로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위태위태


삼성전자가 올해 1/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1위를 지켰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점유율이 줄었다. 반면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1년 전보다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4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20.5%(7,856만대)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점유율이 전년동기(20.8%)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가트너는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갤럭시 S9’ 시리즈를 새로 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10.5%(4,042만대)의 점유율로 애플(14.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4분기(9%)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샤오미는 1년 만에 4%포인트가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순위 역시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올해 샤오미는 2,849만대를 출하해 7.4%의 점유율을 보였다.

안술 굽타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샤오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아시아태평양 신흥국에서만 3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비보와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테두리가 없는 베젤리스 스마트폰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또 화웨이는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이르면 오는 11월 세계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1/4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8,4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증가했다. 지난해 4/4분기 처음 감소세를 보인 이후 곧바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고급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으며 보급형, 저가 스마트폰도 우수한 품질의 모델 덕분에 수요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중국, ICT 핵심기술 분야 바싹 추격


실제 ICT 10대 기술분야 수준평가에서도 한국이 중국에 추월 당하기 직전까지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미국(최고 수준:100%)대비 83.5%를 기록 1.3년의 기술격차를 보이며 4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82.5%로 한국에 뒤졌으나, 전년대비 5.6%나 오르며 바투 붙어섰다. 특히 신생분야인 블록체인•양자정보통신의 기술 수준은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가 발표한 '2017년도 ICT 기술수준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최고국(미국) 대비 83.5% 상대수준과 1.3년 기술격차에 놓인 상태였다. 2016년 대비 상대수준은 3.0% 향상되고 기술격차는 0.2년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은 82.5% 상대수준으로 전년대비 5.6% 약진하여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IITP는 "중국은 대규모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로 SW분야를 제외한 ICT 모든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이동통신, 기반SW•컴퓨팅,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수준조사는 12개 ICT 기술분야에 대한 전문가 심층 집단토론을 통해 주요 5개 국가의 기술적 상대수준 및 격차기간을 분석한 것이다.


10대 분야는 융합서비스, 이동통신, 네트워크, 전파•위성, 방송•스마트미디어, 기반SW•컴퓨팅, 소프트웨어(SW), 디지털콘텐츠, 정보보호, ICT디바이스다. 여기에 신기술 블록체인 및 양자정보통신이 신기술로 추가됐다. 조사 대상의 주요국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었다.


█ 부처간 경계 허문 패키지형 지원책 절실


이연규 실장은 중국이 LCD TV 국산화율 80%를 세운 사례를 소개하며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해 나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도 우리나라가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해 “반도체 설계 산업과 세트 산업 간 연계가 취약해 중국보다 경쟁력에서 뒤떨어져있다”며 장비•소재 등과의 밸류 체인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기업 홀로 기초•원천기술부터 상용화까지 자금•시간적 면에서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에서 기초•원천기술 개발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유망 기업 육성•지원, 부처 간 경계를 허문 패키지형 종합지원책 등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ICT 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우리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최근엔 곳곳에서 위기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면서 “디스플레이는 8년간의 시장점유율 1위를 중국업체에 내줬으며, 휴대폰도 국가별 점유율에서 중국에게 역전 당했고,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중국의 공급확대에 따른 경기부침 심화 가능성으로 경쟁력 지속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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