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업체 헤라펀딩 부도, 청와대 게시판에는 오리펀드 130억 사기 혐의로 수사촉구 글

지난 3년간 급성장한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시장이 최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지난달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대형 P2P 금융 업체 '헤라펀딩'이 부도를 맞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일부 업체는 대표이사 도주, 횡령, 허위 공시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도 “P2P 금융업체 오리펀드가 13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벌였다”며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P2P 업체가 180여 곳까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업체도 덩달아 많아졌다는 것이다. 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부동산 대출 쏠림 투자자 피해 우려


P2P 대출은 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P2P 업체에 대출을 신청하면 업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아 빌려주고, 투자자들에게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받게 해주는 서비스다. 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이 적당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안 금융'으로 환영받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대출 쏠림 현상이 강해지면서 국내 P2P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가 나빠지면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는 부동산 PF 및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다. 금감원이 P2P 업체 75곳을 조사해 보니 국내 P2P 대출 잔액은 PF(43%)와 부동산 담보(23%) 대출에 66%나 집중됐고, 개인 신용 대출 비중은 11.6%에 그쳤다.



PF 대출의 평균 부실률(90일 이상 연체 발생 확률)이 12.3%에 달해 P2P 대출 평균 부실률(6.4%)의 2배에 육박했다. 금감원은 "실제 10사에서 투자자 손실 24억원이 발생하는 등 연체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 대규모 투자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영국 등 해외의 P2P 금융은 중(中)금리 개인 신용 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미주 지역 P2P 대출 시장은 개인 신용 대출 비중이 89%에 이른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5%다. 유럽도 개인 신용 대출 비중이 60%, 부동산 관련 대출이 10%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신용 대출은 신용 평가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PF, 부동산 담보대출 등은 당장 시작해 돈을 벌 수 있어 금융회사 출신들이 너도나도 창업을 많이 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본이나 인력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영업하는 P2P 업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직원 2인 이하 업체가 점검 대상의 67%에 달했다"며 "부적격 차주 심사와 담보 평가 부실이 우려된다"고 했다.


■ 업계 내에서도 P2P 업계의 건전한 발전 위해 규제 필요


P2P 대출 투자 상품은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차입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손실은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현재 P2P 금융 업체를 세우는 데 법적 제한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렌딧, 팝펀딩, 8퍼센트 등 일부 P2P사는 '자율 규제 강화'를 위해 기존 한국P2P금융협회를 탈퇴하고 새로운 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루빨리 관련 법을 만들어 다른 금융 산업처럼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관투자자들의 P2P 업체 투자를 활성화하는 것도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 영국의 유명 P2P 업체는 금융회사 투자 비중이 50~60%에 달한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기관이 투자자로 나설 경우 '옥석 가리기'와 시장 건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전문 개인 간(P2P) 금융업체 오리펀드이 13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지난 2일 ‘오리펀드 경영진에 대한 긴급수배권 발동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오리펀드 관계자들이 투자자의 자금을 모두 챙긴 뒤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 청원의 핵심이다.


P2P투자자 온라인 카페인 ‘크사모’엔 지난 1일부터 약속된 상환일에 돈을 받지 못했다는 투자자들의 피해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오리펀드이 투자를 유치할 때 담보로 내놓은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원본과 대조해본 결과 위조된 것이었으며, 일부 사진은 무료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라온 가짜였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오리펀드은 올해 3월 설립된 신생 업체다. 이들은 월 15% 수준의 고수익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한 뒤 석 달 만에 200억원가량의 돈을 모았다. 주로 부동산을 담보로 중소 사업자들의 운영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이 많았다. 70억원가량의 투자금은 문제없이 상환했지만, 경영진은 이달 들어 돌연 잠적했다. 상환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약 1300명으로 총 피해금액은 13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오리펀드측이 투자금을 유치할 때 이용해온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 업체 페이게이트는 오리펀드 대표가 잠적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날 오리펀드의 가상계좌 지급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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