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실적 개선을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성진 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전시회 CES에서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후 스마트폰 개발, 제품 출시 시기와 방식, 마케팅 전략 등 모든 분야에 메스를 대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북미 시장에 전략 스마트폰 G7씽큐를 출시했고 8일(현지 시각)에는 미국에 V35씽큐를 내놓는다. 인공지능(AI) 기능을 대거 업데이트한 LG의 양대 프리미엄 브랜드 G시리즈와 V시리즈를 불과 일주일 간격으로 동시 출시하는 것이다.


 한꺼번에 프리미엄폰 2개 모델을 내놓는 것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전례(前例)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또 이달 중 스타일러스 펜을 탑재한 중가폰 Q스타일러스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의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에도 프리미엄•중저가•보급형 등 다양한 신제품을 한꺼번에 쏟아낼 계획이다.


■ 프리미엄폰 동시 출시… 고객 요구 최대한 수용


LG전자가 8일(현지 시각) 출시하는 V35 씽큐는 미국 2위 통신사 AT&T에만 단독으로 공급하는 제품이다. 버라이즌•T모바일 등 다른 통신사는 G7씽큐를 팔고, AT&T는 V35씽큐를 파는 것이다. AT&T는 제품 차별화를 위해 과거에 잘 팔렸던 G7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결합한 스마트폰을 만들어달라고 LG전자에 요구했고, LG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파생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북미 시장에 두 개나 내놓는 파격이 벌어졌다.



V35씽큐와 G7씽큐는 비슷한 점이 많다. G7씽큐는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에 M자 디자인을 적용했다. V35씽큐는 OLED 화면에 M자 디자인을 뺀 것 정도가 눈에 띄는 차이다. LG전자 측도 "V35씽큐는 V30의 디자인을 계승하면서 G7의 최신 사양을 접목한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판매가격(세금 제외)은 G7씽큐와 V35씽큐가 각각 750달러(약 80만원), 900달러(약 96만원)다. LG전자는 V35 씽큐를 다음 달 초 국내에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늘리겠다는 자세로 LG폰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앞으로 미국•유럽 등 각국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은 LG전자가 올 1분기 15.8%의 점유율로 애플•삼성에 이어 3위를 차지할 만큼 선전하는 시장이다. 오히려 국내 시장 점유율(12.2%)보다도 높다.


스마트폰 비수기인 여름철을 집중 공략하는 '틈새 전략'도 편다. 보통 삼성은 매년 4월과 9월, 애플은 9월에 프리미엄 신제품을 내놓는다. 반면 LG전자는 글로벌 강자(强者)들이 쉬는 6~7월에 G7씽큐•V35씽큐(프리미엄폰), Q7(중가폰), X5•X2(보급형) 등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달 러시아와 북미, 다음 달 국내에 출시할 Q스타일러스는 중가폰이면서도 6.2인치 대화면에 펜을 기본적으로 장착한 제품이다. 연필 기능을 고르면 사각거리는 소리, 붓을 고르면 종이를 스치는 소리를 내는 등 다양한 펜 기능을 구현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여름철 비수기에 신제품을 내지 않는 것은 스마트폰 업계의 관행이지만 새롭게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 개발 비용 줄이고, 실패 위험 최소화


또 다른 특징은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시리즈와 V 시리즈가 갈수록 닮아간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G시리즈는 세단(승용차), V시리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라며 확실한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기존 개발 전략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실제로 V35씽큐는 V30과 G7의 장점을 섞어 놓았고, Q7은 G7의 장점을 계승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성공한 제품의 장점을 신제품 모델에 적용해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는 '원 플랫폼 멀티 모델(one platform multi model)' 전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사의 스마트폰 제품들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혁신적인 기능과 성능 개발을 위해 과도한 투자비를 쏟아붓는 것보다는 시장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는 전략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수익이 개선되는 속도는 더디지만, 플랫폼 전략을 바탕으로 보편적 성능과 합리적 가격을 갖춘 제품을 내놓으면서 LG가 사업 리스크(risk)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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