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클레이튼 SEC위원장 "지분투자 배분에 사용되면 함호화폐도 증권으로 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증권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즉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디지털 자산으로 인정하고,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 외에도 일본, 싱가포르, 영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이 속속 ICO와 암호화폐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모든 종류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뒤 정작 규제를 위한 법 개정이나 가이드라인 제시에는 시간을 끌고 있어 관련기업과 투자자들의 혼란은 물론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ICO와 암호화폐 관련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금융시장 감독기관인 SEC, CFTC…ICO에 긍정적 견해 밝혀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7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나 유로, 엔화 등을 대체하려는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지만 ICO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쓰이는 디지털 자산, 즉 토큰은 증권으로 볼 수 있다"며 "토큰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현금을 받고 이를 통해 사업을 하면서 '우리에게 투자한 대가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면 이 토큰은 증권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규정했다.


또 클레이튼 위원장은 “코인을 사용한 IPO를 하고 싶다면 우리에게 문의하길 바란다”면서 “또 ICO를 규제하기 위해 기존의 증권법을 바꿀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클레이튼 위원장은 이어 “ICO와 증권을 독자적으로 판매하고 싶다면 그 판매 방법에 맞는 규제에 따라야만 한다”고 하면서도 “증권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코인을 활용한 IPO에 조력한다는 구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상품과 증권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은 클레이튼 위원장은 “달러와 엔화와 같은 법정화폐의 대체 역할을 담당하는 암호화폐는 상품”이라면서 특정 암호화폐마다 분류를 하지 않았으며 이더리움과 리플이 증권으로 분류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암호화폐의 ETF화에 필요한 요건에 대해서는 시장 가격이 신용 가능한지 또 자산의 분류가 정의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선물을 규제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러스틴 벤험(Rustin Benham) 씨는 최근 The Blockchain for Impact Global Summit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는 많은 나라에서 경제 활동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암호화폐가 사라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우며 전 세계에서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의 경제 활동 및 사회 활동에도 침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암호화폐 특성 감안하지 않아 무리한 규제


복수의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SEC 입장 표명과 관련, ICO 참여자들의 규제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SEC 위원장의 발언이 암호화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세심하게 살펴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형 ICO는 증권법으로 다룰 수 있겠지만 토큰이 다양한 분야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유틸리티형 ICO는 단순한 증권투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ICO를 추진 중인 한 기업 대표는 "모든 ICO와 토큰을 증권에 준해서 규제한다는 것은 정부 편의적 발상"이라며 "생태계 참여자들이 함께 토큰 가치를 높여간다는 점에서 주식 개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협동조합이라고 봐야 하며, 크라우드펀딩 등을 참고해 새로운 방식의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산업진흥법안을 제안한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도 "토큰을 분류하는 세부기준을 정하는 것이 글로벌 ICO 규제 트렌드인데 SEC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며 "증권형 토큰과 유틸리티형 토큰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토큰에 대해서는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 스위스•싱가포르도 ICO정책 '잰걸음'


 세계 각국은 이미 ICO와 암호화폐 정책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지난 2월 '규제'가 아닌 '진흥'에 초점을 맞춘 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ICO를 통해 투자자들이 받게 되는 암호화폐(토큰)를 △지불형 △유틸리티형 △자산형으로 구분해 ICO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지불형 토큰은 결제수단이라 자금세탁 방지규정만 적용한다. 반면 향후 기업 이익과 현금흐름에 따라 배당을 받는 자산형 토큰은 기존 주식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분류했다.


ICO 중심지로 떠오른 싱가포르와 홍콩 역시 스위스와 유사한 형태의 ICO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토큰 구조와 성격에 따라 현행 법령 적용 여부를 구분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최소자본금에 대한 규정이 없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등 소규모 업체도 ICO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프랑스도 ICO 인가제 도입을 추진 중이며, 일본은 ICO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민간이 제안한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다.


■ 불확실한 규제에 기업들만 '혼란'


그러나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기업들도 이에 맞춰서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김경환 변호사도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ICO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유독 우리 정부만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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