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정 적발해도 후속조치 내릴 수 없어

헤라펀딩 부도에 이어 더하이원펀딩, 오리펀드 먹튀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P2P 투자자들이 자신들도 피해자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초 약속한 기간에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하는 연체가 발생할까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단체카톡방 등을 개설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1년 넘게 계류 중이어서 혼자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림: 블록체인밸리



■ 내 투자금은 안전할까 전전긍긍


8일 P2P 업계에 따르면 P2P 업체들의 잇따른 부도 및 사기 행각으로 업계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연체되는 업체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번주 몇 건의 상품에서 연체가 발생한 H업체의 경우 투자자들이 단체카톡방을 만들어 진행사항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해당 업체는 최근 몇건의 연체가 발생했는데, 투자자들이 회사로 연체이유와 상환일정에 대해 문의하고 있지만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최근 문제가 된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또다시 비슷한 일이 재연될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연체 등의 문제가 생긴 이후 소통이 잘 돼야 하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속이 탄다"고 하소연했다.


오리펀드 등 앞서 문제가 된 업체들은 1~3개월 정도의 단기상품을 많이 운영했으며, 높은 리워드(금리 이외 추가로 얹어주는 보상)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인기를 끌었는데 이와 비슷한 단계를 밟고 있는 업체라면 더욱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체의 대출상품에서 연체가 발생한 한 투자자는 "매일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데 하루가 지옥이다"면서 "연체에 대해 제대로 된 공지도 잘 안 올라오고 있어 갑갑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사기 발생해도 알아서 대응해야


한 P2P 업체 관계자는 "P2P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 "문제는 어떻게 알리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마무리하느냐인데 이 과정이 제대로 소통이 안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일부의 경우 연체인데 연체가 아닌 것처럼 표현을 하거나 아예 도망을 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P2P 사기 발생 시 투자자가 알아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개인적으로 민형사소송을 진행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P2P금융협회가 오는 12일 임시총회를 열 계획이다.


■ 미영중 등은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지만 우리정부는 손 놓고


개인 간(P2P) 금융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은 P2P 금융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P2P 금융을 규제하는 현행법이 없어 금융당국이 조사를 통해 부실 등을 발견해도 손을 쓸 수가 없다. 감독 공백이 사기 대출 등 P2P 금융 피해를 구조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사 : 블록체인밸리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P2P 금융업체 현장 점검에 나서 5개 업체의 특혜 대출 사례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들이 관계사 및 대주주 등에 대출을 내준 정황을 파악했지만 검찰 이첩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금감원이 P2P 금융을 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금융업체 대표들이 해외 도피를 하는 것을 알아도 금감원이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사법당국이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P2P 금융 투자자는 “금융당국에 P2P 금융업체에 대한 민원을 넣어도 제도권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감독 및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온다”며 “수익의 25%를 세금으로 가져가는 정부가 감독에 관해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에선 P2P 금융 시장이 급성장하자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이 20여 개 금융감독법 조항에 근거해 P2P 금융 시장을 감독하고 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고객 자산 분리 관리, 대출 규모별 필요 자본금 규제 등을 통해 업계의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는 2016년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자가대출금지 등 13개 금지 영업행위를 정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있다.

국내에선 P2P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및 제재 근거는 금융위원회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P2P대출 가이드라인’이 유일하다. 이에 따라 P2P금융협회가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만 200여 개 업체 가운데 협회에 가입한 곳은 63곳에 불과하다. 가이드라인이나 자율규제안을 해당 업체가 지키지 않거나 속여도 제재할 권한이 없다. 결국 투자자들은 개인적으로 민•형사 소송을 하는 길밖에 없는 상황이다.

P2P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부정한 P2P 업체에 영업정지까지 내릴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1년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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