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은 맛있다.’

‘안동은 매력있다.’

안동에 빠지듯 안동에 홀렸다. 그래서 안동홀릭 AndongHolic이다. 안동홀릭에 관한 책이 출판됐다.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은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안동을 여행하는 법을 알려주는 고상하고 친절한 여행지침서가 아니다. 시시콜콜하게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관광가이드도 아니다.

우리가 아는 안동과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안동을 함께 보여주는 소박한 안동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닥치는 대로 안동 이곳저곳을 걷고 먹고 보고 다니면서 느낀 이야기들을 묶으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여전히 안동에는 가보지 못한 곳, 알지 못하고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널려있다.

우리가 알던 안동은 경상도 구석의 시골도시다.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타이틀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유교문화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촌스러운 도시로 안동을 낙인찍었다.

그런데 얼마 전 전세계1위를 기록한 바 있는 Netflix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무대는 안동의 한 여고였다. tvN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러브하자’는 그 감동적인 장면 역시 안동의 오래된 정자, ‘만휴정’과 ‘고산정’에서 이뤄졌다.

안동 낙강물길공원은 모네(Monet)의 ‘지베르니 정원’을 연상케하면서 안동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등장했다.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은 안동에 대한 ‘서사’나 안동을 무대로 한 ‘역사’가 아니라 안동에 대한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그곳에 가고 싶었다.

요즘 트렌드처럼 ‘안동에서 한 달 살기’같은 안동체험여행을 하고 싶었다.

안동에 살기 시작했다. 날마다 안동을 걸었고 안동음식을 먹었다

익숙한 주변이 하나 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말을 걸어오는 과정을 쫓아갔다.

안동의 오래된 주름살들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속살낒; 드러내면서 속삭거리기 시작했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 헛제사밥’의 심심하지만 담백한 이야기도 들려왔다. 마침내 우리는 안동이 우리가 알고 있던 양반과 선비의 도시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은 안동에 대한 거창한 담론이 아니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안동을 다니면서 느끼고, 그저 먹으면서 미각으로 호흡하게 된 이야기다.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은 세 부분으로 나눴다.

제1부 안동에 들어서다 에서는 비밀의 숲과 병산서원, 선비순례길 봉정사 등 안동의 자연과 역사가 주는 고즈넉함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았다. 대중가요로 익숙한 안동역에 대한 이야기나 옛 역사 건너편 산비탈 신세동 벽화마을이나 거기 있는 지도 모르는 숨어있는 책방이 주는 여유까지 찾아 나섰다.

그리고 안동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오백년 고택에서의 하룻밤도 추천한다.

제2부 안동을 먹다, 안동에 취하다는 안동국시와 안동갈비, 안동간고등어, 안동찜닭, 안동국밥과 안동소주, 태평초 등 안동에서 맛볼 수 있는 안동의 맛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안동은 유독 ‘안동’이라는 지리적 표시를 단 음식들이 즐비하다. 그 음식들의 내력을 따라가다보면 종가와 반가의 음식과 술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맛이 없다는 선입관으로 대하던 경상도음식에 대한 재발견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제3부 퇴계의 향기는 안동을 안동답게 만드는 정신, 유교문화의 본류가 퇴계 이황으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짚었다. 소박한 도산서원에서 놀라게 되는 퇴계정신, 그 퇴계정신이 온전하게 살아 넘치는 독립운동의 산실 ‘임청각’과 이육사문학관 그리고 유교책판의 의미까지도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강아지똥‘으로 아동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권정생 선생의 흔적까지도 오롯이 안동의 정신이다.

-*책 속으로

“안동을 걷고 안동을 먹는다는 것은, 안동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내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안동 사람의 삶 속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서 되짚어내는 것은 안동국시와 안동 간고등어, 혹은 안동찜닭을 일상적으로 먹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 안동 맛집 탐방이나 미식 기행이 아니었다. 이제야 안동으로 통하는 눈에 보이지 않던 길을 찾아냈다“

“안동은 어떻게 여행하고 즐기는 것이 좋을까? 안동 여행의 비법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안동을 다니면서 가고 싶은 곳에 가보고 느끼고 먹는 것보다 더 나은 여행은 없다.

안동은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로서 세계문화유산 등 뛰어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아름다운 관광 명소들이 즐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 가지 팁Tip 정도는 챙겨보자.

안동은 생각보다 넓다. 그래서 안동에 갈 때 KTX나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자동차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동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공유 차량과 공유 킥보드 등도 시내 등 가까운 명소를 이동하는 데는 편리하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을 미리 계획하지 않는 ‘감성여행’이라면 그냥 안동에 오면 된다. 안동역에 가서 가수 진성의 ‘안동역에서’ 노래비를 보고 한적한 노래방을 찾아 ‘안동역에서’를 목청껏 불러보는 건 어떨까? 거기서 안동댐 쪽으로 가면 ‘낙강물길공원’이다. 봄바람 완연한 봄날 햇살 좋은 오전 벤치에 양산을 받쳐 놓고 피크닉 도시락 펼쳐 놓으면 비밀의 숲 같은 풍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한나절 멍 때리기 좋은 공원이다“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은 버리는 것이 좋다.

안동에서는 하루 이틀 만에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안동이라는 지리적 표시를 단 시그니처 음식이 많다. 누구나 좋아하는 안동갈비와 안동국시 그리고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는 안동에 와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누룩향이 강한 안동소주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48도짜리가 아닌 20도 이하짜리 안동소주도 마실 수 있다. 안동 중앙신시장에 가면 문어가 지천에 깔려있고 고등어를 직접 가공해서 저렴하게 파는 간고등어 골목도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도 입이 즐거웠을 안동이다. 종갓집마다 집안 특유의 음식이 있고 그것들이 은연중에 안동의 맛을 만든 바탕이다. 제수 음식에서 비롯된 문어와 찜닭과 간고등어, 안동국시가 안동음식이 된 바탕은 종가의 제례였다.“

“만대루가 취(取)한 풍광이 마음을 움직인다면, 만대루도 자연과 일치해야 한다. 만대루를 받치는 기둥은 쭉쭉 뻗지 않고 휘어진 상태 그대로 만대루를 자연스럽게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둥 아래의 주춧돌은 원래 그 자리를 지키던 막돌이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은 목수나 선비의 마음이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만대루는 병산의 풍광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어느 한 군데 막힘없이 트인 만대루의 구조를 통해 열린 세상을 향한 선비들의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중국대륙에서 만난 건축물의 거대한 스케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7칸 병풍처럼 만대루에 담긴 세상은 아무 것도 가두지 않겠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도 같은 조선 선비의 절제의 미학을 표현하고 있다.“

“안동에선 국수는 ‘국시’가 된다. ‘국시’는 봉지에 담긴 밀가루가 아닌 ‘봉다리’에 든 ‘밀가리’로 만들어야 진정한 ‘국시’가 된다는 사투리 때문만은 아니다. 안동국시는 다른 국수가 흉내낼 수 없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고들 한다. 전라도 음식과 비교해서 다양하지 못하다고도 한다. 화려하지도 못하지만 경상도 음식은 꾸미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상도 특히 경북 음식들은 촌스럽고 투박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안동음식은 투박하지만 절제된 맛을 느끼게 한다. 양반집 한 상이든, 양민의 개다리소반이든 간에 찬의 가짓수는 단촐하고 간은 슴슴하다. 간혹 맵고 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안동국시는 그런 안동지방의 음식 문화를 대표한다.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비싸지도 않으면서 투박하고 단순하면서도 담백하고 기품있는 한 그릇의 국수. 그것이 안동국시다“

“맛있다, 딱 맞다, 됐다, 괜찮다 등등.. 경상도식으로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말은 간단하지만 오묘하다. 맛있다는 것인지 그만하면 대충 먹을만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맛이 없다는 뜻인지 종잡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만하면 됐다’는 표현은 ‘아주 맛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안동에서는 ‘쓰다 달다 짜다 싱겁다, 혹은 간이 안맞다’는 식으로 음식에 대해서는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는 기본법도가 무의식중에 존재한다. 나온 음식은 어머니의 손에서 나온 그것처럼 맛있게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달착지근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다’거나 ‘기가 막힌다’는 식의 시시껄렁한 과장된 수식이나 표현의 허세를 부릴 필요가 없다. 그러면 음식을 하는 손이나, 먹는 입이 서로 어색해진다.“

 

안동에 빠지다 안동홀릭

서명수 지음

145*225∥ 290쪽 

2022년 07월 18일 출간

 

저자소개 :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칼럼니스트

매일신문 논설위원(객원)

EBS세계테마기행을 4회 진행했다.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에서 공부했다.

<인민복을 벗은 라오바이싱>,<허난 우리는 요괴가 아니다>, <산시 석탄국수>,

<후난 마오로드>. <제국의 초상 닝샤>, <지금 차이나-신중국사용설명서>,

<충칭의 붉은 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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