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달리는 초대형 컴퓨터, 4차산업혁명의 완성품

삼성전기는 최근 부산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의 IT(정보기술)용 생산라인을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비)용으로 증설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이해 자동차가 움직이는 초대형 컴퓨터처럼 바뀌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MLCC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MLCC는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이다. MLCC가 스마트폰에는 약 1000개가 들어가는데, 자동차에는 1만∼1만5000개씩 들어간다. 가격도 자동차용이 스마트폰•PC용보다 4배가량 비싸 수익성도 좋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CES 2018’에서 전시회 직원이 삼성전자와 미국 하만이 공동 개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정보오락장치)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디스플레이 3개가 탑재돼 운전 정보 안내부터 TV 프로그램 등

                        콘텐츠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업체와 통신 업체 등 IT기업들이 자동차 부품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스마트폰 이후 IT 산업을 이끌고 갈 차세대 제품을 자동차로 보고 대거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4차산업혁명의 반도체•디스플레이•통신… "미래는 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 2018'에서 나란히 자동차용 신제품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개한 둘둘 말 수 있는(롤러블) 디스플레이 패널은 화면 크기를 9인치에서 14인치까지 조절할 수 있고, 3D(입체) 이미지 재생 기능도 넣어 자동차 내비게이션 등에 유용하다. 교통사고 같은 외부 충격에 강한 소재를 사용해 안전성도 높였다.



 LG디스플레이도 휘어지는 77인치 투명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개했다. 이 패널을 자동차 앞유리나 창문에 장착하면 바깥 모습도 보면서 동영상 같은 콘텐츠도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등 완성차 업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협력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은 자동차 전용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2월 256Gb(기가비트) 용량의 자동차 전용 메모리(저장용) 반도체 양산에 돌입했다. 이 반도체는 실시간 바뀌는 도로 상황, 주행 환경 같은 이미지•동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처리할 수 있고 열•진동•충격에도 강하다. 독일 아우디에는 자동차 전용 시스템 반도체인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자동차 시장을 겨냥한 '오토모티브 전략팀'을 신설하고, 자(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자동차용 프로세서, 카메라 이미지 센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자동차용 반도체의 연평균 성장률이 1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 업체들도 자동차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네덜란드의 히어, 중국 내브인포, 일본의 파이오니아 등 지도 업체들과 함께 센티미터(㎝) 단위까지 구분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용 초정밀 지도 개발에 나섰다. KT는 자율주행 기술 업체 언맨드솔루션과 자율주행차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돌입했고, LG유플러스도 LG전자의 VC(전장부품)사업부와 자동차용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스마트폰에서 자동차로 사업 재편


해외 기업들도 자동차 전장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기업인 퀄컴은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를 380억달러에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그래픽용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중국 바이두, 독일 폴크스바겐 등 세계 수백여 개 자동차•IT 기업들과 협업해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개발한다. 미국 인텔도 '인텔고'라는 자동차용 반도체 브랜드를 만들어 프로세서, 통신칩, 서버용 반도체 등을 통합 제공하고 있다.


일본 소니는 지난달 말 자율주행에 필수인 화상(畵像)용 반도체 'CMOS 이미지센서' 개발 분야에 3년간 약 1조엔(약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52.2%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한 이미지 센서 사업에서 더 앞서가겠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점점 컴퓨터처럼 바뀌고 있지만, 해당 기술의 표준도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투자와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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