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압도당한 4차산업혁명, 한국 첨단기술의 '고사(枯死)론' 현실화되나
중국에 압도당한 4차산업혁명, 한국 첨단기술의 '고사(枯死)론' 현실화되나
  • 김수정
  • 승인 2018.06.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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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곳은 원천기술과 인재 확보뿐…IP 개선과 정책 반영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 자연히 대한민국의 첨단기술 포토폴리오가 무너지고 있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이 상태로 2,3년이 지날 경우 '한국 기술의 고사(枯死)론'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오래전부터 디스플레이 굴기에 나선 중국은 지난해 양으로 한국을 제압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액정표시장치(LCD)와 같은 제품은 중국에 빠르게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 결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은 실적 악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굳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지난 1분기 실적을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중국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위협하리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속사성을 알고 보면 무작정 손가락질만 하기 어렵다. 우선 각종 기기에 장착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국 내 생산량이 많다. 일종의 자급자족이 되는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른 각도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이 필수적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반도체와 달리 무관세 품목이 아닌 데다가 덩치가 커 물류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진출만 해도 그렇다. 관세와 물류비용, 그리고 현지 고객사를 고려했을 때 LG디스플레이는 반드시 현지에 공장을 지어야 했다.


█ 중국의 속도론에 속수무책인 한국


결론은 OLED로의 전환이다. 다만 이 지점에 있어 각 기업의 사정이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예컨대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LG디스플레이는 대형에서 각각 강점이 있다. 기기 교체주기가 서로 다르고 디스플레이 시청 패턴의 변화로 인해 중소형이 대형보다 더 상황이 낫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기업의 빠른 OLED 대처다. 물론 한 번에 수율을 높일 수 없고 기술격차가 분명해서 확실한 선 긋기는 가능하지만, 블랙홀 같은 중국 내수 시장의 깊이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C급 패널까지 활용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죽은 패널도 파는데 이런 건 스마트폰 실물 크기 모형에 사용하므로 사실상 100%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일각에서는 국내 장비 업체들에 기회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달리 후공정뿐 아니라 전공정 장비까지 상당 부분 국산화가 이뤄져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대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 덕분이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확실한 격차 유지를 위해서는 선행개발과 함께 전방산업과의 애플리케이션(적용 분야) 발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훌륭한 디스플레이를 개발, 이를 전방산업으로 확대•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설명이다.


█ 발톱 드러낸 中 반도체 굴기


디스플레이와 달리 반도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가장 큰 불확실성은 현재 중국 반도체 굴기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라와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돈’이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국영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를 제안하기까지 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지만 이 시장에서 어떤 야심을 품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우회적으로 대만 업체에 손길을 뻗쳤으나 마이크론의 영향력으로 인해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필요한 인력은 급한대로 수급했으나 공정기술이나 장비,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얻지 못한 것. 이를 근거로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당분간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게티이미지뱅크


3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우한의 반도체회사 XMC를 시찰했다. 이 자리에서 핵심기술 확보를 반복하며 독자적으로 반도체 산업을 이끌 것임을 시사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굴기의 성과를 재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에 걸맞은 투자 암시다. 직후 3000억위안(약 50조6200억원)을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 마련됐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것도 우연은 아닌 셈이다.


기술격차가 분명하지만 이미 칭화유니그룹 등은 DDR3와 같은 낮은 수준의 D램을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DDR4를 비롯해 LPDDR4, GDDR6 등 차별화된 제품을 우리 기업이 생산하고 있으나 DDR3 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량을 늘리며 양산이 이뤄지면 분명한 타격이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버텨야 하는 시기가 온다는 예상까지 있다.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국내 장비 업체들에는 기회로 작용하겠지만 그동안 중국이 반복한 첨단산업 규제 등을 고려하면 토사구팽 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이들을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치킨게임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승자가 됐으나 이후부터는 국가 사이의 새로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혀 새로운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4차산업혁명의 맏형 '첨단산업'의 현주소


 반도체 수출은 올해 3월 처음으로 100억달러(약 10조6700억원)를 돌파했으나 그만큼 의존도가 커졌다. 바꿔 말하면 반도체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 수출 증가가 시황의 호조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D램•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나타난 결과다. 이 시장은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해 예상보다 호황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하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뜻.

이미 중국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를 2014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초기 자본은 987억2000만위안(약 16조6500억원)이었으며 추가로 3000억위안(약 50조6200억원)을 조성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주변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과의 무역분쟁을 서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퀄컴의 NXP 인수,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 매각이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미국은 ZTE,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제재하고 있다.


특히, ZTE는 북한•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향후 7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 거래 중단,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버티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사업부 매각설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대대적인 첨단산업 육성을 내건 중국, 그리고 주도권 확보에 나선 미국 사이에서 대한민국은 위험한 줄타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 생태계 구축, 인재 육성 토양 마련


왜 줄타기인가 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3월 반도체 수출만 하더라도 중국의 비중은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삐걱거리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현재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 △장비부터 재료, 부품 산업 사이의 유기적 연계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다.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해서는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를 비롯해 다양한 선행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정부(모태펀드)가 반도체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성장펀드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개발 차원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조원 안팎의 차세대 반도체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10년 동안 이뤄질 이번 프로젝트에서 4차 산업혁명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반도체를 준비한다는 복안이다.


인재 육성은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당장은 학계에서 배출되는 인력만 가지고는 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는 산업기밀이 무엇보다 중요한 현장에서 요구하는 지식을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 인력 양상을 위한 신규 창업이나 은퇴자 재취업 등의 프로그램이 꾸준하게 이뤄지는 이유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실과 이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을 철저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오래전부터 메모리 반도체 이외에 시스템 반도체 등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으나 국내 팹리스 기업이 만성적자와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 지원과 현장의 거리감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 기댈 곳은 원천기술 확보뿐…IP 현황과 정책 반영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지만 원천기술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산업도 마찬가지다.


흔히 설계자산•특허로 부르는 IP(Intellectual Property)는 단순히 기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규제와 사상, 철학, 그리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거대한 교집합이다. 따라서 특허의 등록 개수뿐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인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부터 살펴보면, 반도체 메모리의 설계•생산•패키징을 포함한 제조 기술 분야의 국내 특허출원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4000여건씩 총 2만665건 출원됐다. 미국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국내 특허 건수보다 훨씬 많은 5만8838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2위를 다투며 인텔, 도시바, TSMC, 마이크론 등을 압도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로 규모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반도체 IP 시장규모는 전 세계와 비교해 10%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서 순수 국산 반도체 IP 거래 규모는 10% 중반에 그치고 있다. 이는 IP 규모와는 별개로 활용 폭과 분야에 있어서 매우 협소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시장에서 먼저 반도체 분야를 개척한 국가나 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IP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되짚어 보면 특허 괴물이라 부르는 램버스와 같은 기업과의 소송에서 완전히 벗어난 지 불과 10년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구글(영구적), 노키아, 웨스턴디지털(샌디스크, 2024년까지) 등과 IP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램버스, 도시바, 샌디스크 등과 관련 계약을 맺었다.


다른 기업의 IP 동향도 영향을 끼친다. 일본 니콘-네덜란드 ASML 사이의 노광 장비 특허소송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 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니콘이 확보한 특허는 현재 반도체 생산에 가장 폭넓게 쓰이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연구개발(R&D)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허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 첨단산업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우리 기업은 공격보다는 방어적인 경향이 짙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 예타 확대, 전방위 IP 지원


IP 확보는 주로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37건의 개발과제에 500명 이상의 연구원이 참가해 5년 동안 선순환적 R&D 생태계를 구축, 국내 반도체 산업의 2단계 도약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차세대 메모리 △BEOL(back end of line) △차세대 반도체 프로세스Ⅰ•Ⅱ △계측&테스트 기술 △서킷&시뮬레이션이 있다. 세부적으로는 고성능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5나노 이하 차세대 로직 소자 원천소요기술을 비롯해 포밍-프리(Forming-free)•포밍-리스(Forming-less) 저항변화메모리(Re램), 크로스포인트(X) 구조의 어레이 개발, 1T-D램 및 1T-D램 원천기술과 공정 구조 최적화 등이 있다.


디스플레이는 어떨까. 우선 ‘미래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개발’ 사업이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자금을 공동 투자하고 대학과 연구소가 연구를 수행하는 형태다.

△유연기판 상의 8K 디스플레이용 고품위 박막트랜지스터(TFT) 개발 △Micro-dot 홀로그램을 이용한 고색재현 디스플레이 박막 개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용 450℃ LTPS 공정 가능한 내열성 투명 실록산 필름 원천기술 개발 △1㎜ 이하의 접힘굴곡반경 및 90% 이상의 광투과도를 갖는 바이오나노섬유 기반 초고유연 생체친화성 투명나노복합체 기판필름 개발 △유연/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용 곡률 반경 0.5㎜ 이하, 반복 횟수 20만회 이상, 10% 이상의 변형에 대응할 수 있는 TFT 소재, 소자 및 회로 설계 원천 기술 개발’ 등이 있다.


대•중소기업의 IP 상생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내 대기업 미활용 IP를 중무료로 이전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가전, 디스플레이, 모바일, 반도체, 통신•네트워크 등에 걸쳐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는 입장이다. 2013년부터 정보통신진흥기금의 주무부처가 바뀌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R&D 예산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과 관련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한층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IP의 경우 현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유망분야를 대상으로 전문가 참여 확대, 소송보험 지원, 특허공제제도 도입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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