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기반 스마트보험…보험금 청구 안해도 자동지급

블록체인이 본인인증 수단을 넘어 개인보험 및 개인간(P2P)보험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17일 KiRi리포트 '개인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 활용가능성 검토'에서 '보험산업에서 블록체인 활용은 아직 본인인증 용도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보험금 지급청구 간소화 시스템 등이나 P2P보험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블록체인 활용이 상용화되기까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항목 표준화'나 '소비자 보호'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과연 국내 보험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극 활용될 수 있을까.


                                                     그림: 보험연구원 보고서 캡쳐


█ 이더리움 기반 스마트보험…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 지급


보험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예는 글로벌 손해보험사 AXA의 피지(FIzzy)다. 피지는 AXA가 지난해 9월 선보인 항공지연보험 플랫폼이다. 이 보험은 계약자가 타려던 항공이 예정시간보다 2시간 넘게 지연되면 보상해주도록 설계됐다.


특이점은 이 상품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체계인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보험이라는 점이다.

보험계약자가 항공권을 예약하고 출발 15일 전 계약자 정보와 항공정보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치면 보험에 가입된다. 만약 항공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되면 항공교통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된 피지가 항공 출발지연 정보를 확인하고 계약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즉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설계됐다.


이 모든 절차가 이더리움에 기반한 스마트계약으로 이뤄진다. 블록체인 기반 아래 별도 보험금 청구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합의된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식이다.


█ 국내 보험사, 본인인증 시스템 활용…"절차 간소화"


국내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보험사가 눈에 띈다. 교보생명은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를 위한 블록체인 기반 본인인증 시스템과 생명보험 컨소시엄의 본인인증 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2월 본인인증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상계백병원과 삼육서울병원, 수원성빈센트 등 3개 병원과 교보생명 직원계약자 2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오는 2020년에는 대상 병원을 600개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면 이전보다 본인인증을 통한 보험금 청구과정을 간편히 진행할 수 있다. 기존에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보험회사와 의료기관 두 곳에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본인인증 절차를 거치면 한 번에 가능해진다.


생명보험협회는 생명보험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블록체인 기반 본인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온라인 보험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보험사 인증을 받아야 했던 번거로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번의 인증만으로 여러 보험사는 물론 모든 금융회사 서비스를 두루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보험이나 재보험시장에서는 정보나 자금 흐름이 여러단계를 거치는 경우가 있어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을 이용하면 보험 효율성이 향상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 보험금 지급 시스템, P2P보험까지 '무궁무진'


블록체인 기술의 보험업계 활용은 보험금 지급 시스템이나 P2P보험 등까지 무궁무진하다. 우선 보험금 지급 편리함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수 보험사들이 블록체인을 이용해 보험금 지급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데,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한 보험회사에만 보험금을 지급청구하면 다른 보험회사에도 자동 보험금이 청구돼 편리함이 커진다.


사망이나 재해장해,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 정액형 건강보험처럼 보험회사별로 보장내용에 차이가 없는 표준화된 보험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보험사 측에서 보험계약자의 신뢰도가 높아져 업무관리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 시기에 여러 보험사에 동일한 보험을 중복 가입하는 경우 보험사기를 의심할 수 있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조회하기 어렵다. 이에 보험사에서 보험사기 의심을 계약 조기에 차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만약 블록체인을 이용한 보험가입 및 보험금 청구 정보망이 구축돼 실시간으로 해당정보를 확인하게 되면 보험사에서 계약자를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돼 계약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P2P보험에도 활용될 수 있다. P2P보험이란 계약자들이 언더라이팅(보험심사)부터 보험금 지급심사까지 모든 절차를 스스로 결정하는 플랫폼이다. 보험계약자가 모든 역할을 수행하고 스스로 보장하는 형태로, 해외에서는 영국의 팀브렐라(teambrella)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P2P보험 플랫폼 제공사다.


이같은 P2P보험은 국내에선 아직 보험업법 위반 여지가 있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제도 개선 등이 맞물리면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다.


█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표준화, 소비자보호…"극복해야"


국내 보험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도는 딱 여기까지다. 그마저도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슈로 적용이 활발히 이용되지 못한다. 특히 블록체인망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험정보를 기록할 때 제기될 수 있는 개인보호 문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 비급여 부문을 표준화하는 것도 과제다. 보험금 지급청구 시스템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자동화하려면 선결돼야 할 부분이다. 자동화가 되려면 보험금 청구 서류가 모두 디지털화되어야 하는데, 비급여 항목이 표준화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2P보험의 소비자보호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김 연구위원은 "플랫폼 결함으로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보호를 위해 이같은 플랫폼 규제가 기존 보험사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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