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망 구축에 20조 이상 들 듯, 삼성 노키아 에릭슨 경쟁...화웨이, 경쟁사 비교 30%싼 가격경쟁력 앞세워 전방위 공세


 

                                          자료: IHS마켓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5세대(G) 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18일 마무리되면서 이동통신 3사의 장비•인프라스트럭처 투자와 서비스 개발 등 이르면 연말부터 5G 인프라 구축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목표인 상용화를 위해 일정이 촉박한 만큼 이통 3사는 3분기에 5G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4분기 부터는 본격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 1분기에는 5G용 스마트폰 등 단말기를 선보이고, 관련 서비스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데 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염려도 제기된다.


전국망에 쓰일 것으로 예상돼 이번 경매에서 관건이 됐던 3.5㎓ 대역에서는 총공급량인 280㎒폭 가운데 SK텔레콤과 KT가 각각 100㎒폭, LG유플러스가 80㎒폭을 가져가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비율이 4.8(SK텔레콤)대3.1(KT)대2.1(LG유플러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과 KT는 5G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주파수 폭을 확보하는 전략이었고, LG유플러스는 실리 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 SK텔레콤 KT의 선택이 중요


SK텔레콤과 KT가 중국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채택할지 최대 관심이다. 4세대(LTE)망 구축 당시엔 LG유플러스만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화웨이는 5G용 3.5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발판 삼아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목표다. 기존 장비업체인 삼성전자와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은 수성(守城)해야 한다.


이통 3사는 LTE망 구축에 총 20조원가량을 투자했다. LTE 대비 기지국이 더 필요한 5G는 20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전망이어서 장비업체들엔 ‘대목’이다. 세계 최초 5G 시장에 장비를 제공한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 5G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선례를 만들 경우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통사들은 통상 3~4개 장비업체를 선정한다. 경쟁을 유도해 장비가격을 낮출 수 있는 것은 물론 업체별 기술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삼성전자가 40%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도 통신 3사에 장비를 제공해왔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LTE 장비를 공급하면서 한국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LG유플러스는 다시 화웨이 장비를 쓸 가능성이 크다. 5G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더라도 당분간은 LTE 장비를 함께 써야 하는데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기기 호환성이 중요하다. LTE망에 화웨이 장비를 쓴 LG유플러스로선 5G망에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게 유리하다.


화웨이는 SK텔레콤을 새 고객으로 끌어들이려고 공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이통 1위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해 5G 장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웨이의 경쟁력은 타사 대비 저렴한 가격과 앞선 기술력이다. 업계에선 화웨이 장비 가격이 타사보다 30% 이상 싼 것으로 보고 있다. 5G 관련 특허 출원 숫자에서도 선두권이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4024건의 국제특허 출원으로 글로벌 기업 1위를 차지했다. 이 중 10%가량은 5G 관련 특허로 추정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은 화웨이가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28%로 1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에릭슨(27%), 노키아(23%)가 각각 2위와 3위, 또 다른 중국 업체 ZTE(13%)가 4위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는 3%에 그쳤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화웨이 본사(선전)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장비에 문제가 생겨도 하루 만에 엔지니어가 와서 점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는 다른 장비업체보다 고객사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맞춤 요청에도 적극 응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보안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ZTE와 화웨이를 제재하거나 조사하고 있다. 중국 통신장비를 통해 주요 정보가 중국 정부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LTE망을 구축할 때도 미 정부의 우려로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일부 지역에선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했다.


화웨이는 보안 우려에 대해 ‘문제없다’고 한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세계 170여 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보안사고가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신뢰가 가장 중요한 통신장비 회사가 고객사를 해킹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과 KT가 보편요금제 도입 등 정부의 잇따른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비용 절감으로 대응하려고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요금 인하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물망


 5G 주파수를 확보한 이동통신 3사는 12월 1일부터 주파수 활용이 가능하다. 각 사별로 불확실성이 큰 주파수 경매 대가를 확정 지은 만큼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 비용을 확정하기 쉬워졌다. 1단계와 2단계를 합한 3.5㎓ 대역의 최종 낙찰가는 SKT 1조 2185억원, KT는 9680억원, LGU+는 8095억원이다. 또한 28㎓ 대역의 최종 낙찰가는 SKT 2073억원, KT는 2078억원, LGU+는 2072억원 이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배치가 완료됨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장비•단말 시험인증을 위한 국제표준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어 주파수 할당 시점인 12월 1일 이전에 시험인증까지 완료해 5G 서비스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낙찰 결과서를 사업자에 통보하고 사업자들은 4분의 1을 일시에 납부한 뒤 연도별로 분납한다.


5G 장비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전망이다. 이통사들은 올 초부터 장비 제조사들에 5G 상용시스템 개발을 위한 제안요구서를 보냈다. 현재 기술력, 가격 경쟁력, 보안, 유지•보수 등을 감안해 업체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망에 오른 주요 장비 제조사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ZTE, 시스코 등이다. 이중 삼성전자와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 4개 업체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기존 LTE 장비로는 이통3사가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제품을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업체뿐만 아니라 국산 장비 업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기정통부는 9월 시험인증표준이 완성되면 시험인증 과정에서 국내외 장비제조업체, 단말제조업체들의 경쟁력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국장은 "약간의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기술이 진화되고 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보면 큰 편차는 아니라고 본다"며 "12월 1일 정도면 우리나라 시장에서 장비•단말이 출시되는 데 큰 차이는 없을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보안문제는 뜨거운 감자…화웨이에 우호적이었던 LG유플러스, 이번에는?


 5G 주파수 경매 종료로 이통 3사가 어떤 업체의 통신장비를 선택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등 경쟁 업체 대비 30% 가량 가격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 도입을 예상하는 전망이 늘고 있다. 다음 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이동통신기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에 이통사 주요 임원들이 참석하는 만큼 화웨이 측과의 접촉 여부도 관심이다.


1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7일부터 개막하는 ‘MWC 상하이’에 참석해 중국 통신업체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LTE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는 만큼 화웨이 관계자들과의 접촉도 예상된다. 화웨이는 이번 MWC 상하이에서 최대 부스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 이통 3사가 5G 전국망으로 선택한 3.5GHz 주파수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한 상황이다.


화웨이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에서도 주요 전시부스를 꽉 채우며 위용을 과시한 바 있다. 권 부회장은 MWC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LTE에서도 화웨이 장비 쓰는 것과 관련해서 옥신각신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은 보안문제 제기했지만 유럽은 없으며 이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화웨이 제품 도입에 거부감이 없는 상황이다.


황창규 KT 회장 또한 MWC 상하이 참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참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황 회장 또한 중국 현지에서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기술력 등을 살펴볼 예정이었다.


다만 이 같은 화웨이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 보안 부분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특성상 정부가 화웨이 통신 장비에 대한 감청을 요청할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화웨이 측은 “통신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며 통신 감청 이슈 또한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지만 미국 등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5G 통신 장비 구축에 20조원 가량의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화웨이가 관련 장비를 독식할 경우 ‘5G 상용화로 중국 업체만 배불린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내년 3월 5G를 상용화한다 하더라도 적절한 사업모델(BM)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상용화의 과실을 화웨이만 독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통신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는 중국 정부와도 결부돼 있는 사안이라 논란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화웨이가 5G 시장에서 에릭슨, 노키아 등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1위 통신장비 업체로 거듭난다는 포부를 갖고 있지만 사업자들의 의구심을 지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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