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사 취합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듣는 스피커’에서 ‘보고 듣는 스피커’로 진화하고 있다. AI 스피커가 이제 주인명령에 따라 음성으로 답을 하거나 음악을 들려주는 수준을 넘어 디스플레이를 통해 영상 정보까지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음달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SK텔레콤 등이 디스플레이 AI스피커를 내놓고 본격적인 판매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 디스플레이 AI 스피커 잇따라 출시… 아마존에 '도전장'


 구글은  7월부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3종의 스피커를 전세계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와 레노버, JBL에서 각각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소니 역시 조만간 관련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페이스북도 디스플레이형 AI 스피커 개발을 마무리 짓고 출시 시점을 조율 중이다. 페이스북의 첫 AI 스피커로 1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지난달 열린 개발자회의(F8 2018)에서 제품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지만 데이터 스캔들 여파로 출시 일정이 밀렸다.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부터 제품 판매를 시작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네이버도 연내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I스피커 ‘페이스’를 국내와 일본 시장에 출시한다. SK텔레콤 역시 하반기 중 디스플레이형 ‘누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AI 스피커 선두주자 아마존은 지난해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AI 스피커 ‘에코 쇼’와 ‘에코 스팟’을 출시했다. 에코 쇼와 에코 스팟은 각각 7인치, 2.5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구글이 다음달 내놓은 '스마트디스플레이'의 사용법은 간단하다. '헤이 구글'이라고 명령하면 스마트디스플레이에 탑재된 AI비서 구글어시스턴트가 바로 응답한다. '오늘 날씨가 어때?' 또는 '고등어 요리 만드는 법이 궁금해'라고 말하면 검색결과를 바로 모니터로 보여준다.


특히 구글 이미지 검색기능과 연동돼, 단순 텍스트가 아닌 가장 최적화된 이미지 파일을 찾아주는 것이 독특하다. '미국의 대통령이 누구지?'라고 말하면, 도널드 트럼프라는 텍스트가 아닌 그의 사진을 먼저 보여주는 방식이다.


또 집안의 사물인터넷(IoT)기기들과 연동돼, CCTV와 연결하면 집밖에 손님이 오거나 우편물이 왔는지 여부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스마트디스플레이'의 킬러 콘텐츠는 동영상이다. '스마트디스플레이'에는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탑재돼 있다.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 외에도 유료서비스인 유튜브TV를 통해 TV시청도 가능하다.


구글이 아직 구체적인 스마트디스플레이의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3사 제품(LG전자, JBL, 레노버) 모두 약 가로 20cm, 세로 10cm로 구성됐다.


외관은 국내에서 시판 중인 태블릿 제품과 유사하지만, 무게가 상당했다. AI 스피커에 디스플레이까지 탑재된 탓에 한손으로 들기 버거울 정도였다. 휴대용보다는 거실 또는 주방에 두고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구글은 스마트디스플레이의 공식 가격에 대해 "제조사와 논의 중"이라며 함구하고 있다. 다만 아마존이 출시한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에코쇼'의 경우, 10만대 후반에서 20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이 형성된 만큼, 구글 역시 이와 비슷한 가격을 책정할 공산이 크다.


다만 국내에서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이 이미 대중화된 데다, 기존 TV를 통해서도 유튜브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IPTV가 대중화되지 않은 미국 시장에 더 알맞은 제품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의 AI 스피커 라인업


■ 획기적 사용성 개선 '계기'… "태블릿 대체할 수도"


전문가들은 AI 스피커가 디스플레이를 만나 제품 사용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음성은 물론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다. 영상 콘텐츠라는 새로운 재미요소는 기존 방식에 비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AI스피커에 디스플레이가 추가될 경우, 문자, 영상 등 시각 정보를 통해 뉴스나 날씨, 음식 조리법 등의 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사용자가 AI스피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한꺼번에 많아질 수 있다. AI 쇼핑도 더 편리해진다. AI 스피커에 홈캠, 영상통화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 있어 IoT(사물인터넷)용 스마트 홈 허브 역할도 대폭 강화될 수 있다.


영상 콘텐츠를 둘러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AI 스피커가 차세대 콘텐츠 수요채널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상 콘텐츠가 새로운 AI 생태계로 합류할 전망이다.


양희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 스피커의 디스플레이 탑재는 사용자 제공 정보와 인터렉션 확장 측면에서 자연스러운 진화 방향”이라며 “음성 통화만 지원하던 피처폰이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스피커가 스마트폰을 대체하긴 어렵겠지만,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태블릿 PC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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